길가다 마주친 내 바디프로필 사진, 손해배상 가능할까?

김은성 기자
개인정보보호위원회 명패. 연합뉴스 자료사진.

개인정보보호위원회 명패. 연합뉴스 자료사진.

운동 마니아인 A씨는 운동 전후 몸의 근육 변화를 관찰하기 위해 다니던 헬스장에서 바디프로필 사진을 수시로 찍어놨다. 그러던 어느 날 해당 사진이 인스타그램 등의 각종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전국 입간판에서 홍보용으로 쓰이고 있는 사실을 발견했다.

동의는 고사하고 아무런 설명조차 듣지 못했던 A씨는 자신의 사진을 마케팅 도구로 쓰고 있는 헬스장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분쟁조정을 개인정보보호위원회에 신청했다. 개보위는 헬스장이 동의 없는 개인정보 수집을 한 것에 대해 재발 방지 약속을 받고, 손해배상금 126만원을 A씨에게 지급토록 조정했다.

2일 개보위가 발표한 ‘2023년 상반기 개인정보 분쟁조정 운영 결과’에 따르면 A씨 처럼 동의 없는 개인정보 수집(27.6%)이 가장 빈번한 개인정보 침해 유형으로 집계됐다.

개보위는 “자영업자 등이 영업을 위해 정보 주체의 개인정보 수집 이용 시 동의를 받아야 한다는 것을 인지하지 못하는 등 개인정보 보호에 대한 인식이 아직 미비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그 외 개인정보 열람 요구 불응(26.4%)과 정보 유출(17.2%), 목적 외 이용·제3자 제공(14.9%) 순으로 개인정보 침해 유형이 발생했다. 이 중 개인정보 열람 요구 불응은 전년 동기(18.5%) 대비 6%가량 늘며 가장 큰 변화를 보였다. 정보 주체가 개인정보의 자기 결정권을 적극 행사하는 데 반해 이를 보장해야 하는 개인정보처리자들의 인식이 상대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개보위는 설명했다.

개보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개인정보 분쟁조정위원회에서는 총 87건의 조정 결정이 이뤄졌다. 이 중 조정부에서 직접 결정한 조정안건은 21건이며, 조정 전 권고로 분쟁을 합의한 안건은 66건이었다.

조정부에서 조정한 안건 대비 조정 전 합의는 3배에 달했는데,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0% 증가한 것이다. 개보위 관계자는 “조정 전 합의가 지속 증가하는 것은 당사자 간 합의에 의한 자율조정이라는 취지에 따라 제도가 안착하고 있는 것”이라며 “인식부족에서 발생하는 개인정보 권리 침해가 최소화될 수 있도록 분쟁조정에 대한 홍보 등을 통해 정보보호에 대한 인식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개인정보 분쟁조정은 당사자가 시간과 비용을 소모하는 소송을 거치지 않고 문제를 신속·간편하게 해결하기 위해 도입한 제도다. 개인정보 처리 관련해 분쟁이 있을 때 누구든지 온라인(www.privacy.go.kr) 등을 통해 신청(손해배상, 정보 삭제 등)하면 된다. 조정을 통해 결정한 내용은 재판상 ‘화해’와 법적으로 동일한 효력을 발휘해 강제집행이 가능하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 제공.

개인정보보호위원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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