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정지 1년8개월 위기 HDC현산…"행정소송 가능성도"

류인하 기자

국토부, 서울시에 1년 영업정지 처분 요청

학동참사 처벌 더해 2년여 신규 사업 막혀

현산, ‘징계수위 낮추기’ 소송 진행 가능성

대법원 판결까지 2~3년간 사업 수주 가능

정몽규 HDC현대산업개발 회장이 지난 1월 17일 서울 용산구 HDC현대산업개발 용산사옥 대회의실에서 광주 아파트 외벽 붕괴 사고 관련 대국민 사과를 하고 있다. 이날 정 회장은 사퇴 의사를 밝혔다. 이석우 기자

정몽규 HDC현대산업개발 회장이 지난 1월 17일 서울 용산구 HDC현대산업개발 용산사옥 대회의실에서 광주 아파트 외벽 붕괴 사고 관련 대국민 사과를 하고 있다. 이날 정 회장은 사퇴 의사를 밝혔다. 이석우 기자

국토교통부는 지난 1월 발생한 광주 화정동 신축아파트 외벽붕괴 사고에 책임을 물어 HDC현대산업개발에 영업정지 1년 처분을 내려줄 것을 서울시에 요청했다. 현재 법이 정한 가장 높은 수준의 처벌이다.

국토부는 광주 학동4구역 참사와 관련해서도 서울시에 영업정지 8개월 처분을 내릴 것을 요청한 바 있다. 지난해 6월 발생한 학동4구역 참사는철거 중이던 건물이 도로변으로 무너진 사고로,당시 현장을 지나던 버스를 덮치면서 버스 승객 9명이 숨지고 8명이 다쳤다.

서울시가 학동참사와 화정동 외벽붕괴사고 2건에 대해 각각 처분을 내릴 경우 현대산업개발은 2년(1년 8개월) 가까운 기간 동안 신규 사업을 수주할 수 없게 된다. 그러나 업계 안팎에서는 이미 현대산업개발이 관련 유가족들과 합의를 완료했고, 화정동 아파트 재건축 등 협의를 진행하고 있는 만큼 최종적으로는 1년 2개월~1년 4개월 안팎의 영업정지 처분이 내려질 것으로 전망했다.

현대산업개발이 행정처분에 반발해 소송으로 나설 가능성 역시 배제하기 어렵다. 주택시장에서의 국민정서, 브랜드 이미지 등을 감안해 처분관련 내용은 모두 인정하되 징계수위를 낮추는 데 초점을 맞춰 소송을 진행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업계 관계자들은 전망했다.

실제 대부분의 건설사들은 영업정지 또는 입찰참여제한 등 중징계 처분을 받으면 처분취소 소송과 함께 집행정지가처분을 신청해 최대한 ‘시간끌기’를 하는 만큼 현대산업개발도 이 같은 수순을 밟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이 경우 대법원 판결까지 2~3년 간 신규사업 수주가 가능하다.

현대산업개발이 무리하게 행정소송까지 밟을 가능성이 점쳐지는 이유는 현산의 매출 대부분이 주택 및 건축사업부문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지난해 3분기 기준 현대산업개발의 총 매출액은 2조5178억원으로, 이 가운데 주택부문사업이 전체 매출의 74%인 1조8490억원이다. 사실상 주택부문 사업 수주로 먹고 산다고 말할 수 있는 셈이다. 현대산업개발은 다만 화정동 아파트 외벽붕괴에 따른 손실규모를 실적에 미리 반영하면서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은 3분기에 비해 크게 감소했다.

안전사회시민연대 회원들이 지난 1월 17일 서울 용산구 HDC 현대산업개발 본사 앞에서 작년 광주시 학동 재개발 단지 철거 참사, 올해 초 광주시 아파트 공사현장 붕괴 참사를 일으킨 현대산업개발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이준헌 기자

안전사회시민연대 회원들이 지난 1월 17일 서울 용산구 HDC 현대산업개발 본사 앞에서 작년 광주시 학동 재개발 단지 철거 참사, 올해 초 광주시 아파트 공사현장 붕괴 참사를 일으킨 현대산업개발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이준헌 기자

여기에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재건축 규제완화, 1기 신도시 재건축 용적률 상향 등을 공약으로 내세운 만큼 향후 5년간 건설사들의 ‘먹거리’경쟁은 더 치열해질 수밖에 없다. 이 시기에 현대산업개발이 영업정지처분으로 수주전에 참여하지 못할 경우 입게 될 피해가 큰 만큼 무리해서라도 행정소송으로 갈 것이라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건설업계에서 영업정지 1년은 회사가 휘청거릴 수도 있는 수준”이라면서 “현대산업개발이 적자수주라는 말을 들으면서까지 무리하게 신규사업 수주전에 뛰어드는 것도 향후 발생할 손실을 최대한 만회하려는 움직임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때 주택사업 시장 퇴출론까지 거론됐던 현대산업개발이 올해만 2건 연속 재건축 수주권을 따낸 것도 이 같은 배경이 있다는 분석이다. 현대산업개발은 지난 2월 코오롱글로벌을 제치고 서울 노원구 월계동신 재건축사업 수주권을 따냈다.월계동 재건축사업은 기존 지상 12층 7개동, 864가구를 지하 4층~지상 25층, 14개동, 1070가구 규모로 재건축하는 사업으로 공사비 규모는 2826억원이다. 현대산업개발은 앞서 경기 안양시 관양현대아파트 재건축 수주에서도 롯데건설을 제치고 최종 시공사로 선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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