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은 지진 안전지대?…20만년 전 활동한 ‘활성단층’ 발견

목정민 기자

포천·남양주 일대 ‘왕숙천단층’…지질자원연구원, 총 80㎞ 조사

96만년 전부터 최소 6번 지진…10만년 주기로 재활동에 주목

왕숙천단층이 지표면에 드러나 있는 지점의 모습이다. 편마암 바로 옆에 단층활동 결과 생긴 단층비지가 보인다. 연구팀은 이곳의 단층비지를 채취해 단층의 연대 분석을 했다. 이희권 교수 제공

왕숙천단층이 지표면에 드러나 있는 지점의 모습이다. 편마암 바로 옆에 단층활동 결과 생긴 단층비지가 보인다. 연구팀은 이곳의 단층비지를 채취해 단층의 연대 분석을 했다. 이희권 교수 제공

지난달 12일 경북 경주에서 규모 5.8의 지진이 발생한 이후 활성단층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지진이 일어날 수 있는 단층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내 연구는 아직 갈 길이 멀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에서 2009년부터 2012년까지 국내 활성단층 현황을 조사했지만 보고서가 비공개되면서 그 배경에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정부는 이 연구에 대해 조사가 더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추가 연구예산은 지원하지 않아 논란을 자초했다.

특히 수도권은 활성단층에 대한 관심에서 비켜나 있고, 관련 연구도 거의 되지 않았다. 그런데 수도권에 있는 왕숙천단층이 지질학적으로 비교적 최근까지 활동한 활성단층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수도권은 한국 인구의 5분의 2가 살 정도로 인구가 밀집된 지역이다. 이 지역에서 지진이 발생하면 피해가 클 수 있다.

■ 수도권에도 활성단층이 있다

활성단층이란 신생대 제4기에 활동한 단층을 말한다. 쉽게 말해 지진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는 단층이다. 신생대 제4기는 지구의 탄생 이후 지질시대를 구분하는 신생대 마지막 기로 258만년 전부터 현재까지의 시대를 말한다. ‘지구의 인생’에서 보면 활성단층은 ‘젊은 단층’인 셈이다.

활성단층은 그간 원자력발전소가 있는 경주나 부산 등에 위치한 활성단층이 주로 논란의 대상이 돼왔다. 국내 한 대학교수는 “이제까지 국내 활성단층 연구는 원전 인근 단층을 대상으로만 이뤄졌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최근 논란이 된 지질자원연구원의 활성단층 보고서 연구진도 연구기간이 3년으로 짧아 원전 인근의 양산단층과 울산단층에 대해 집중 조사했다고 밝혔다.

지질자원연구원의 활성단층 연구 책임자였던 최성자 박사는 지난달 22일 지질자원연구원, 한국지구물리·물리탐사학회 공동 주최로 열린 심포지엄에 참석해 “과거 경기도 지역에 위치한 왕숙천단층을 전자상자성공명법(ESR) 방식으로 연대조사를 했을 때 260만년이라는 결과가 나와 활성단층 여부를 조사해봐야 한다는 결론을 얻었다”면서 “이외에 충청도 지역에 위치한 단층도 공주 십자가단층 등이 활성단층으로 추정된다”고 말하기도 했다. 연구 결과 전국에 위치한 활성단층은 25개로 추정됐다. 그러나 해당 보고서는 비공개됐고 수도권 및 인근 지역 활성단층 연구 시료는 아직도 부족한 실정이다.

왕숙천단층의 위치를 노란색 실선으로 표시했다. 노란색 점선은 단층이 위치할 것으로 추정되는 부분이다. 주거지와 인접한 곳에 단층이 있다. 이희권 교수 제공

왕숙천단층의 위치를 노란색 실선으로 표시했다. 노란색 점선은 단층이 위치할 것으로 추정되는 부분이다. 주거지와 인접한 곳에 단층이 있다. 이희권 교수 제공

■ “왕숙천단층, 20만년 전까지도 활동”

최근 강원대 지질학과 이희권 교수가 수도권에 있는 왕숙천단층이 20만년 전까지 단층활동을 한 활성단층이라는 조사 결과를 냈다. 이 교수 연구팀은 단층활동 결과 생긴 단층비지를 ESR 연대측정 방법으로 분석해 경기 포천부터 남양주 일대에 뻗어 있는 왕숙천단층의 활동 형태를 연구했다.

연구팀 조사 결과 왕숙천단층은 길이가 총 80㎞였다. 연대측정을 한 결과 북서쪽 경계면의 경우 평균 연대가 57만년, 남동쪽 경계면은 평균 41만년 전이었다.

이 교수는 “약 57만년 전 왕숙천단층의 북서쪽 단층면에서 지진이 일어났고 이후 41만년 전에 남동쪽 단층면에서 다시 지진활동이 일어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렇듯 왕숙천단층은 여러 번 단층활동을 한 것으로 보인다. 96만년 전부터 21만년 전까지 최소 6번의 지진이 일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세부적으로 보면 약 96만년 전 포천시 내촌면 일대, 63만년 전 남양주시 진접읍 일대, 49만~53만년 전 내촌면과 진접읍 일대, 약 38만~43만년 전 포천시 일동면과 진접읍 일대, 약 28만~29만년 전 일동면 일대, 약 21만~22만년 전 일동면 일대에서 지진이 일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이 단층은 주변에 원전은 없지만 원전 건설 시 내진설계를 고려해야 할 수준으로 지진 가능성이 높은, ‘활동성 단층’에 해당할 정도로 젊은 단층이다. 이 교수는 “특히 왕숙천단층은 약 63만년 전 이후 약 10만년 주기로 재활동을 했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며 “이를 바탕으로 앞으로도 다시 지진이 일어날 수 있다는 추정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포천과 남양주 일대에는 아파트가 다수 건설돼 있기 때문에 이들 아파트가 내진설계가 돼 있는지 짚어봐야 할 필요성도 제기된다.

■ 경주 강진, 모량단층에서 유발?

지난달 12일 경주에서 규모 5.8의 강진이 발생한 지 40여일이 지난 가운데 과학자들은 이 지진이 어느 단층에서 일어났느냐를 두고 엇갈리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지질자원연구원 측은 양산단층 서쪽에 있는 모량단층에서 지진이 발생했을 가능성을 제시했지만 학계에서는 미지의 활성단층에서 일어났을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지질자원연구원 지헌철 박사는 “경주에서 발생한 규모 5.1, 5.8 지진과 이후 발생한 1000여 차례의 여진 중 정확도가 높은 560개의 지진을 분석해 지표면과 연결한 결과 모량단층선과 상당 부분 일치했다”는 분석을 내놨다. 경주 지진의 진앙(진원으로부터 수직으로 연결한 지표면)은 양산단층에 있지만, 실제 지진이 발생한 단층은 양산단층에서 서쪽으로 5㎞ 떨어진 모량단층과 상당 부분 겹친다는 해석이다. 다만 지 박사는 “동서 방향으로 존재하는 단층도 발견돼 이것이 새로운 단층인지 아니면 모량단층의 연장선에 있는 단층인지는 알 수 없다”고 했다.

지 박사의 주장에 대해 연세대 지구시스템과학과 홍태경 교수는 지난 1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모량단층이라고 단정 짓는 것은 성급하다”며 “모량단층이라고 단정하기엔 단서가 더 필요하다”고 반박했다. 그는 지표에서 관찰된 모량단층의 연장과 이번 여진 분포로 추정되는 단층선이 정확히 일치하지 않고 단층면이 지표에서 지하로 직선으로 뻗어 있다는 보장이 없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경주 지진이 발생한 지진대와 유사한 많은 주향이동단층에서 단층면에 굴곡이 있는 경우가 다수 보고돼 있기 때문이다.

홍 교수는 “보다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며, 여러 자료가 축적되면 자연스럽게 밝혀질 것”이라며 경주 지진의 정확한 발생 지점을 밝히는 데 더 많은 후속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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