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산불 다섯 달째, 야생동물 10억마리 폐사…보호종 날여우박쥐 멸종위기

김기범 기자
호주 산불로 희생된 코알라의 사체. EPA연합뉴스

호주 산불로 희생된 코알라의 사체. EPA연합뉴스

호주에서 지난해 9월 시작된 산불로 코알라나 캥거루 등이 대거 폐사했다는 추정이 나오면서 전 세계가 안타까움을 금치 못하고 있다. 산불에 희생당한 동물 외에도 기온 변화에 민감한 박쥐처럼 높은 기온으로 인해 폐사하는 동물들도 급증하고 있다.

9일 내셔널지오그래픽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호주 남동부에만 서식하는 회색머리날여우박쥐(날여우박쥐)들이 이상고온 현상으로 떼죽음을 당하면서 멸종위기를 맞고 있다. 몸길이가 30㎝가량인 이 박쥐들의 생존에는 일정한 기온이 유지되는 것이 필수적이다. 하지만 여름철 내내 이상고온 현상이 이어지면서 떼죽음을 당하는 수가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날여우박쥐 약 3만마리가 서식하는 멜버른의 야라벤드공원에서는 지난달 22일 기온이 43도를 넘어서면서 전체의 15%에 달하는 4500마리가량이 최근 폐사한 것으로 확인됐다. 호주 남동부인 애들레이드에서도 지난해 11월부터 이달 사이 날여우박쥐 수천마리가 폐사했다. 특히 지난해 10월쯤 태어나 성체보다 더 열에 취약한 새끼 박쥐들의 희생이 큰 것도 멸종 위험을 높이는 요소다.

호주 남동부에 서식하는 회색머리날여우박쥐가 나무에 매달려 있는 모습. 호주박물관·비비안 존스 제공.

호주 남동부에 서식하는 회색머리날여우박쥐가 나무에 매달려 있는 모습. 호주박물관·비비안 존스 제공.

남은 박쥐들을 살리기 위해 호주 정부와 지자체, 자원봉사자 등이 애를 쓰고 있지만 역부족인 상황이다. 호주 소방당국은 살수차까지 동원해 낮 시간대에 박쥐들이 매달려 사는 나무에 물을 뿌리고 있고, 자원봉사자들은 탈진한 박쥐들을 구조해 치료·보호하는 등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날여우박쥐는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의 적색목록상 취약 범주에 포함돼 있는 포유류로 이번 이상고온 이전에도 수가 급감하고 있는 상태였다.

날여우박쥐는 몸길이가 30㎝가량에 달하는 대형박쥐로 과일을 주식으로 삼아 과일박쥐로도 불린다. 주로 낮에는 높은 나뭇가지에 매달려 쉬다가 밤에 먹이활동을 하는 동물로, 과일나무의 수분을 돕는 매개자이자 씨앗을 멀리 퍼뜨리는 등 숲 생태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 이들의 수가 급감하면 앞으로 산불이 진압된 뒤에도 숲 생태계가 회복되기까지 더욱 오랜 시일이 걸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박쥐들은 대체로 기온 변화에 민감한데 날여우박쥐 역시 일정한 온도 이상 기온이 올라가면 악영향을 받게 된다. 이미 1990년대부터 여름철 폭염이 발생할 때마다 날여우박쥐 수천마리가 떼죽음을 당하는 일이 반복된 바 있다. 가장 큰 규모의 피해가 발생한 것은 2014년 1월 퀸즐랜드주에서 날여우박쥐 4만6000여마리가 한꺼번에 폐사한 때다. 2018년 11월에도 단 이틀 만에 최소 2만3000마리가 떼죽음을 당한 바 있다. 당시 호주 웨스턴시드니대학 연구진은 집계되지 않은 수까지 합하면 약 3만마리가 폐사했다고 추정했다. 호주 정부 통계에 따르면 호주에 서식하는 날여우박쥐 수는 7만5000마리 정도인데 당시 폭염 때문에 날여우박쥐의 30~40%가 사라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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