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리뉴스

산더미처럼 쌓인 이메일을 삭제하면 지구를 구할 수 있을까?

강한들 기자
네이버 이메일 캡처

네이버 이메일 캡처

정부가 6일 탄소중립 주간을 운영하며 불필요한 메일을 지우고 광고성 스팸 메일을 차단하는 이른바 ‘디지털 탄소 다이어트 챌린지’ 캠페인을 시작했다. 메일함을 비우면 데이터 센터에서 사용하는 에너지를 줄일 수 있다는게 캠페인 취지다. 데이터센터에는 서버, 스토리지(데이터 저장) 등 IT(정보통신) 장비와 이를 유지하기 위한 냉각·소방 설비 등이 있는데, 이 중 서버와 냉각 설비가 각각 약 60%, 30%의 전력을 사용한다. 메일함을 비우고 광고 메일을 차단해 데이터 전송 및 저장 과정에서 사용되는 에너지를 줄여 온실가스를 감축하겠다는 것이다. 실제로 경남 창원시청에서 지난 7월 2주간 디지털 탄소 다이어트를 한 결과 직원 3020명이 참여해 288만MB(메가바이트)의 용량에 해당하는 이메일을 삭제했다. 창원시청은 탄소 40톤, 전력 8만6593KWh을 절약한 효과와 맞먹는다는 분석 결과를 냈다. 환경부는 캠페인 전후로 줄어든 메일 용량 차이를 계산해 감소한 탄소 배출량을 추산할 방침이다.

개인이 일상 생활에서 쉽게 탄소 배출에 동참할 것을 독려하자는 취지이지만 이로 인해 실제 온실가스가 얼마나 감축될 수 있을지에 대해선 의견이 분분하다.

환경부는 이메일 삭제가 온실가스 배출량 감소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근거로 탄소발자국 전문가인 마이크 버너스 리 영국 랭커스터대 교수가 2010년 진행한 연구 결과를 제시하고 있다. 이메일 한 통을 보낼 때 평균 온실가스 배출량이 4g이라는 내용이다. 하지만 리 교수는 지난해 9월 파이낸셜타임즈 인터뷰에서 4g이라는 수치가 ‘어림잡아 계산한(back of the envelope)’ 것이라며, 이메일의 탄소 배출은 기술 분야에서 배출되는 탄소의 극히 일부분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메일은 기후 변화 문제에 사람들의 관심을 끌 요소에 불과하며, IT 분야가 저탄소 사회를 위해 어떻게 공헌할 수 있는지를 강조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했다. 크리스 프리스트 영국 브리스톨대 교수도 지난해 9월 BBC 인터뷰에서 “이메일을 줄이는 것이 데이터센터에서 적은 양의 전력 감축이 있을 수 있지만 효과는 이메일 당 1g에 크게 못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보다 본질적·구조적 접근이 필요한데, 이같은 캠페인은 자칫 메일 삭제 정도로 시민들이 환경에 기여했다고 생각하게 만들 우려도 있다. 양연호 그린피스 기후에너지 캠페이너는 “스팸 메일 지운 것으로 환경에 기여했다고 국민들에게 생각 들게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고 충분하지도 않다”며 “전체 2000만 가구보다 4배 많은 전력을 사용하는 한국 산업의 재생에너지 전환을 이야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해창 경성대 환경공학과 교수도 “탄소중립을 이벤트화한 정도인데 자칫 잘못하면 근본적인 이해를 못하게 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며 “(시민들이) 이것 하나만 해결하면 탄소중립이 해결될 것 같이 여기게 되는 위험성이 있다”고 말했다.

캠페인을 IT 업계의 탄소배출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가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IT서비스산업협회에 따르면 2016년 공공 데이터센터의 에너지효율지수(PUE)는 3.13으로 매우 비효율적인 수준이었다. 서효제 한국데이터센터연합회 선임연구원은 “메일 지우기와 같이 데이터 트래픽에 따른 전력을 절약하는 것이 탄소 배출을 줄이는 하나의 방편은 될 수 있다”면서도 “노후 데이터센터의 개선지원 및 상황을 모니터링하고 관리할 수 있도록 지침을 개발해 전체 데이터센터의 에너지 절감을 달성할 수 있도록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광석 서울과기대 IT정책전문대학원 교수도 “IT 산업 전반이 탄소로 만든 에너지 소비에 기반해있으면 어떻게 바꿀 것인지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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