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월드 내 앵무새가 자해를 한다고?…“열악한 사육환경에 따른 스트레스성 행동”

강한들 기자
롯데월드 내 환상의 숲에서 지난 18일 한 금강앵무가 날개가 훼손된 채 날갯짓을 하고 있다. 독자 제공

롯데월드 내 환상의 숲에서 지난 18일 한 금강앵무가 날개가 훼손된 채 날갯짓을 하고 있다. 독자 제공

“오늘 롯월(롯데월드)에서 본 앵무샌데 이게 맞아? 저렇게 관리할 거면 (동물원을) 만들지 말지, 불쌍해”

지난 18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한 앵무새의 영상이 논란이 됐다. 롯데월드 내 환상의 숲에 있는 앵무새가 날개 일부가 훼손된 채 날갯짓을 하며 울고 있는 영상이다. “동물 학대로 신고해야 하는 것 아녀요?” “너무 보기 괴롭네요” 등 반응이 이어졌다.

해당 영상이 촬영된 롯데월드 내 환상의 숲은 롯데월드가 한강아쿠아라는 업체와 위탁 계약해 운영하는 곳이다. SNS에서는 해당 앵무새의 날개 상태를 보고 ‘윙 컷’(날지 못하도록 날개의 일부를 자르는 것)인지, 앵무새의 자해인지 논란이 있었다. 한강아쿠아 관계자는 영상에 대해 “앵무새 두 마리 다 윙컷을 하지 않은 지 꽤 됐다”며 “스트레스로 저 친구들이 자학으로 물어뜯는 것 같다. 저희가 학대하는 게 아니다”고 해명했다. 전문가들에게 확인해본 결과, 열악한 사육환경에 따른 스트레스성 자해 행동이라는게 공통적인 분석이다. 야생동물을 기르는 시설에 동물이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살 수 있는 기준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영상 속 금강앵무는 지능이 높은 사회적 동물로 고도의 사육환경이 필요하다. 롯데월드 환상의 숲 내 금강앵무는 두 마리로, 실내의 소규모 새장에서 사육되고 있다. 금강앵무는 같은 금강앵무 여러 마리와 함께 소통하고 교류하려는 습성이 있어서, 소수의 개체만 사육하면 이런 습성이 충족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단순히 단독 사육이 아닌 것만으로 사회성을 충족시킬 수 없고 관계 규모, 개체 간 관계 등 따져야 할 조건이 많은 것이다. 게다가 금강앵무는 실내 사육에 적합한 종도 아니다. 한 수의사는 “청금강앵무는 잠시 머물 때에는 양 날개를 펼칠 수 있는 새장이, 평소에는 야외 방사장이 없으면 스트레스를 받을 수밖에 없다”며 “조류는 광주기에 민감해 번식, 정신 건강 등에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울음소리도 90~100db로 굉장히 큰 편이라 사람에게도 좋지 않다”고 덧붙였다.

앵무새가 열악한 사육환경에 노출될 경우 과도한 스트레스로 인한 자해 현상은 흔한 편이다.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의 ‘서울시 야생동물 전시시설 실태조사 보고서’에도 영상과 비슷한 사례가 나온다. 보고서는 레드로어드아마존앵무 사진과 함께 “윙컷에 따른 행동반경 축소와 관람객 과다 노출에 의한 전형적인 스트레스성 자해 행동인 깃털 뽑기 흔적이 보인다”는 내용을 담았다. 고현선 동물권행동 카라 활동가는 “실내 동물원 동물들의 경우 전형적인 스트레스성 행동인 정형행동을 하는 경우도 굉장히 많다”며 “사람으로 치면 정신질환의 일종이고, 실내 동물원 자체가 스트레스와 같다”고 말했다.

앵무새 영상이 논란이 된 이후인 지난 21일, 롯데월드 환상의 숲이 앵무새 전시를 멈췄다. 강한들 기자

앵무새 영상이 논란이 된 이후인 지난 21일, 롯데월드 환상의 숲이 앵무새 전시를 멈췄다. 강한들 기자

현행 법상 앵무새가 스트레스 받는 환경을 막을 방법은 없다. 동물원 및 수족관의 관리에 관한 법률(동물원수족관법)은 “동물원 또는 수족관을 운영하는 자는 보유 생물에 대해 생물종의 특성에 맞는 영양분 공급, 질병 치료 등 적정한 서식환경을 제공해야 한다”고 적고 있지만, 처벌 규정은 없다. 또 이 법은 동물 학대 행위를 금지하지만, 때리거나 독극물을 이용해 죽이는 등의 행위만 금지하고 있다. 동물에게 적절한 사육환경에 대한 기준은 규정돼 있지 않다.

현재 국회에는 동물원수족관법 개정안이 발의돼 환경노동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7월 발의한 동물원수족관법 개정안은 동물원·수족관을 현행 등록제에서 허가제로 바꾸고, 동물원 허가를 평가하는 과정에서 검사관이 사육환경의 적정성을 전문적으로 평가하도록 했다. 또 금지행위에 “정신적·육체적 스트레스를 가하여 동물 복지를 저해하는 행위”를 추가하고, 관람 목적으로 노출 시 스트레스로 인한 폐사 또는 질병 발생 위험이 있는 종은 전시 부적합 종으로 정해 도입을 금지토록 했다. 이에 더해 노 의원은 동물원 및 수족관으로 등록받지 않은 시설에서의 야생동물 전시행위를 금지하는 내용의 야생동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 개정안도 냈다.

이형주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 대표는 “등록제를 허가제로 바꿔 종별로 공간의 크기 등 정량적 기준 뿐 아니라 관리가 어떻게 되는지 등 정성적 기준도 점검할 지침이 필요하다”며 “이를 바탕으로 전문성 있는 검사관이 평가해 허가를 내줘야 한다”고 말했다.

SNS에서 영상이 화제가 되고 기자가 취재에 들어간 후 롯데월드 환상의 숲은 앵무새 전시를 멈췄다. 롯데월드 측은 “급작스러운 한파로 기온이 저하되면서 (앵무새에게) 스트레스 요인이 된 것 같다”며 “전시를 중단하고 수의사 진료를 받으며 치료에 집중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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