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중립 실천포인트 해당 업체 가보니…적립 이용자는 '한달에 서너 명 꼴'

강한들 기자
서울 중구 알맹상점을 지난 19일 찾은 김영주씨(37)가 가정에서 사용한 잼통을 세척한 후 가져와 바디워시를 리필하고 있다. 강한들 기자

서울 중구 알맹상점을 지난 19일 찾은 김영주씨(37)가 가정에서 사용한 잼통을 세척한 후 가져와 바디워시를 리필하고 있다. 강한들 기자

지난 19일, 서울 용산구에 사는 김영주씨(37)가 깨끗이 씻은 잼 통과 원두가 들어있던 종이봉투를 챙겨 알맹상점 중구점을 찾았다. 지난해 겨울부터 제로웨이스트 샵인 알맹상점에서 샴푸, 바디워시, 세제 등을 리필해오던 김씨는 이날도 잼 병의 3분의 1을 바디 워시로 채우고, 종이봉투에는 찻잎을 담았다. ‘리필스테이션’을 이용한 김씨는 ‘탄소중립 실천포인트제’를 아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잘 모른다”고 답했다.

탄소중립 실천포인트제가 시행된 지 3개월이 흐른 지난 19일 기자가 찾은 서울 알맹상점 중구점과 마포구점에서 탄소중립실천포인트제를 이용하고 있는 방문자는 한 명도 만날 수 없었다. 20여 명의 이용객 중 제도를 알고 있다는 시민도 2명에 불과했다.

탄소중립 실천포인트제는 유통업체에서 전자 영수증을 발급받거나, 세제·화장품 구매 시 리필 용기를 사용하는 등 활동을 하면 포인트를 적립할 수 있는 제도로 지난 1월 19일 시행됐다. 최초 가입 후 하나 이상의 실천 활동을 하면 ‘실천다짐금’ 5000원이 적립되고, 세제 등을 다회용기에 담을 수 있는 ‘리필스테이션’을 이용하면 회당 2000원이 적립된다. 이외에도 배달 주문시 다회용기 이용, 무공해차 대여 등 경우에 따라 회당 100~5000원을 적립해 연간 총 7만원의 혜택을 볼 수 있다. 그러나 아직까진 포인트 적립만 가능할 뿐 현금이나 카드포인트로 돌려주는 정산까지는 이뤄지지 않아 참여율이 저조하다. ‘일상 속 탄소중립 실천 활동에 인센티브를 주겠다’는 제도 취지를 살리려면 더 적극적인 홍보활동이 필요하고, 대상 업체도 더 늘려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 중구 알맹상점에 지난 19일 이용자들을 위해 리필을 하는 방법을 안내하는 문구가 걸려있다. 강한들 기자

서울 중구 알맹상점에 지난 19일 이용자들을 위해 리필을 하는 방법을 안내하는 문구가 걸려있다. 강한들 기자

알맹상점에서 리필스테이션을 이용하는 방문객은 탄소중립 실천포인트제의 혜택을 볼 수 있지만, 제도를 이용하고 있다고 말한 이용객은 만나기 어려웠다. 알맹상점 중구점을 찾은 지수희씨(30)는 “카페인 줄 알고 찾아왔다가 알게 됐다”며 “잘 갖춰져 있어서 산책 나올 때 이곳에서 필요한 것을 사고 있다”고 했다. 상점 직원들도 제도를 이용한 방문객은 드물다고 말했다. 중구점에서 일하는 이주은 공동대표는 “문의 전화는 꾸준히 오는데 실제로 포인트제 때문에 적립을 한다고 이야기하는 분들은 손에 꼽는다”며 “한 달에 서너 분 정도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제도는 일단 도입됐지만 시스템 준비 등으로 인해 첫 포인트 정산이 5월부터 진행될 계획이다보니, 현장에서는 리필스테이션을 이용하는 방문객이 있어도 홍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마포구점에서 일하는 고금숙 공동대표는 “저탄소 생활을 하려고 노력하는 시민에게 보상을 하는 제도 취지는 긍정적이지만 아직 정산이 한 번도 이뤄지지 않아 적극적으로 홍보를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권이 바뀌면서 이 제도가 지속가능하겠느냐는 우려도 나온다고 한다.

현재 탄소중립 실천포인트제는 리필스테이션의 경우 제한된 업체에서, 다회용기 이용은 제한된 지역에서만 운영되고 있다. 홍수열 자원순환경제연구소 소장은 “특정 매장이나 지역에서만 적용되면 실제 소비자들이 포인트 제도에 참여해서 ‘뭔가 해보자’고 하기엔 유인이 부족하다”며 “리필이 아니더라도 전국 제로웨이스트 매장에서 무포장 제품을 구입하고, 카페에서 텀블러를 이용하는 등 소비자가 일상생활에서 쉽게 할 수 있는 게 많아야 포인트가 쌓이는 걸 즐길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 중구 알맹상점은 이용자들이 더 이상 쓰지 않게 돼 매장에 두고 간 것을 모아 공유 장난감으로 비치했다. 이용자들이 알맹상점으로 가져온 커피박은 연필, 화분 등으로 재활용하기 위해 햇빛에 말려지고 있다. 강한들 기자

서울 중구 알맹상점은 이용자들이 더 이상 쓰지 않게 돼 매장에 두고 간 것을 모아 공유 장난감으로 비치했다. 이용자들이 알맹상점으로 가져온 커피박은 연필, 화분 등으로 재활용하기 위해 햇빛에 말려지고 있다. 강한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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