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없는 몽골’ 황사 기습 늘었다

김기범 기자

이틀 만에 한국 오는 모래폭풍, 발생 빈도 늘고 강해져

최근 겨울 기온·강설량 변화로 북부 산림지대서도 생겨

몽골에서 황사가 발원한 지난 18일 몽골 바양항가이의 푸른아시아 조림사업장에서 주민, 활동가들이 나무를 심고 있다.

몽골에서 황사가 발원한 지난 18일 몽골 바양항가이의 푸른아시아 조림사업장에서 주민, 활동가들이 나무를 심고 있다.

“과거 모래폭풍은 보통 초원 지대나 고비 사막에서 발생했는데 최근에는 산림이 많은 북부에서도 발생하고 있어요. 황사 빈도가 늘어나고 강도가 세지고 있다는 건 분명한 사실인 것 같습니다.”

몽골 볼강 아이막 바양노르 솜에 거주하는 주민인 바트치멕(53)은 몽골에서 급증하고 있는 황사에 대해 이같이 설명했다. 이어 “최근 20~30년 사이 겨울철 기온과 강설량 변화가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고 덧붙였다.

몽골에서는 황사를 모래폭풍이라고 부른다. 몽골에서는 종종 수백m 높이의 모래먼지를 동반한 강풍이 마을 전체를 뒤덮는다.

환경단체 푸른아시아 몽골 지부는 24일 경향신문에 황사 발원지 몽골의 최근 상황을 전했다. 최근 한국 기상청의 황사 예보에 자주 등장하는 내용대로 몽골은 “눈 덮임이 급감하고, 건조한 날씨”가 이어지고 있었다.

13년째 몽골에서 활동하고 있는 신기호 푸른아시아 몽골지부장은 지난 18일 “몽골은 오늘(18일)과 내일(19일) 모래폭풍이 심하게 발생한다고 합니다. 곧 한국으로 가겠네요”라는 메시지를 기자에게 전했다. 그의 예상대로 황사는 이틀 뒤인 20일 한반도를 덮쳤다. 기상청에 따르면 올해는 2001년에 이어 두 번째로 황사가 많이 나타난 해다. 2001년에는 모두 27회 황사가 관측됐는데 올해는 24일 기준으로 이미 19회가 나타났다.

몽골은 원래 겨울철마다 많은 눈이 쌓여 설경이 펼쳐지는 나라였다. 이 눈은 황사의 발생을 막아주고, 녹은 뒤에는 유목민과 가축의 소중한 식수가 된다. 문제의 원인은 ‘기후변화’다. 지난해 11월 몽골 전체 면적의 70%가량에서는 평균보다 적거나 비슷한 양의 눈이 내렸다.

눈이 적게 내린 ‘직접 원인’은 겨울철 기온 상승이다. 몽골 환경관광부 통계를 보면 최근 5년 동안 겨울철 월평균 기온은 평년값보다 1.1~5도가량 높았다. 산업화 이전 대비 몽골의 평균기온 상승폭은 2015년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에서 회원국들이 합의한 목표치 ‘1.5도’를 훌쩍 뛰어넘은 2.4도다.

몽골의 이산화탄소 농도는 2020년 현재 413.3PPM으로 28년 동안 58.5PPM 증가했고, 이산화탄소보다 더 큰 온실효과를 가진 메탄의 농도는 8.8%가량 늘었다. 이 같은 기후변화로 몽골 내 모래폭풍 발생 빈도는 1960~2015년 3배가량으로 늘었다. 급속한 사막화도 모래폭풍 발생에 영향을 미쳤다. 몽골은 2020년 현재 전체 국토의 76.9%에서 사막화가 일어나고 있다. 몽골이 겪고 있는 기후변화는 이렇게 한국인의 건강과 연결된다. 환경단체들이 몽골의 사막화를 막기 위해 나무를 심는 이유다. 신 지부장은 “그동안 900만주 가까운 나무를 심었는데 나무의 생장 상태를 통해서도 겨울 가뭄을 실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기후변화는 몽골의 미래를 전방위적으로 어둡게 만들고 있다”며 “이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국제적인 협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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