⑧ ‘쏙’ 빼닮은 갯가재…하지만 갯가재는 ‘쏙’ 편이 아니랍니다

이학박사 황선도

‘바다의 무법자’ 갯가재

<b>어떤 녀석이 쏙일까</b> 쏙은 갯가재와 비슷하게 생겼으나 겉모양이 갯가재보다 둥글며 새우에 가깝다. 갯가재는 연안생태계 최상위 포식자 중 하나다. 쏙과 갯가재(왼쪽 사진부터). 쏙은 새우와 게처럼 다리가 10개다. 여상경 제공

어떤 녀석이 쏙일까 쏙은 갯가재와 비슷하게 생겼으나 겉모양이 갯가재보다 둥글며 새우에 가깝다. 갯가재는 연안생태계 최상위 포식자 중 하나다. 쏙과 갯가재(왼쪽 사진부터). 쏙은 새우와 게처럼 다리가 10개다. 여상경 제공

서해안의 특징은 광활한 갯벌이 있다는 점이다. 순우리말인 ‘갯벌’은 한자로는 ‘간석지(干潟地)’라고 하고 학술적으로는 ‘조간대(潮間帶)’라고 한다. 그 뜻은 조석에 따라 밀물이 들어오고(만조) 썰물이 나갈 때(간조) 들어나는 땅을 말하는 것으로 동일하다. 그 땅의 구조가 진흙과 모래진흙 등의 퇴적물로 되어 있는 땅을 우리는 흔히 갯벌이라 부른다. 그 갯벌에 가면 언뜻 보기에 눈에 잘 띄지는 않지만, 땅 위에 또는 땅속에 수많은 다양한 생물들이 살고 있다. 갯벌에 물이 들어오고 나가는 조류의 힘에 기대 그물을 쳐놓으면, 이름을 다 알 수도 없는 생물들이 잡혀 우리네 밥상으로 올라온다.

그중 하나로 갯가재가 있다. ‘갯’이라는 접두어가 ‘바다의’라는 의미가 있기 때문에 바닷가재와 헷갈릴 수도 있으나, 이 둘은 전혀 상관없는 다른 종이다. 갯가재(Oratosquilla oratoria)는 분류학상으로 갑각강 연갑아강 구각목 갯가재과에 속한다. 껍데기가 딱딱해 보이지만, 분류학상으로 보면 같은 갑각강에 속하는 따개비, 거북손 등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갑각이 단단하지 않고 연해서 연갑류로 분류한다.

구각류란 입에 다리가 달려 있는 동물을 말한다. 정확히 말하면 갯가재는 입가에 사마귀가 공격할 때 쓰는 커다란 앞발을 닮은 가슴다리를 가진 것이 특징이다. 앞다리는 단지 모양만 사마귀 앞발을 닮은 것이 아니라, 실제로 적을 공격하는 데 사용한다. 이런 이유로 영어권에서는 이름에 사마귀를 붙여 ‘맨티스 쉬림프(mantis shrimp)’라고 부른다.

무릇 조폭에는 파벌이 있는 법, 파이터인 갯가재에게도 공격하는 방법에 따라 권투처럼 상대에게 펀치를 날리는 주먹파(smashers)와 낫으로 상대를 날카롭게 베는 할퀴기파(spearers)가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할퀴기 갯가재가 바다 조폭계를 평정하였다. 접었다 폈다 하는 스프링 근육의 속도가 빠른 덕에 먹이를 낚아채는 능력이 탁월하다. 서식구멍 입구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먹이가 가까이 지나가면 도약하여 포획해서, 자기 집으로 끌고 들어와 먹는다. 이런 ‘어마무시한’ 갯가재는 게, 새우, 갯지렁이, 어류 등을 포식하는 연안생태계 최상위 포식자 중 하나이며, 그래서 ‘바다의 무법자’로 불린다.

악명이 높은지라 지역마다 회자되는 별명도 다양해서 여러 마리를 담아 놓으면 서로 부딪치면서 딱딱 소리가 난다고 하여 ‘딱새’, 꼬리 부분을 터는 습성이 있다 해서 ‘털치’로 불리며, 충청도에서는 ‘설게’라고도 한다. 그러나 이런 강한 놈도 돌돔 낚시의 미끼로 쓰인다. 돌돔이 워낙에 고급어종인지라 이 정도 미끼는 써 준다는 듯이 선심을 쓴다. 돌돔은 강력한 턱과 단단한 이빨로 이런 단단한 생물들을 주로 깨먹을 수 있으니, 무림의 절대 강자는 없는 것이다.

갯가재는 우리나라 전 연안에 서식하는데, 주로 내만의 진흙 또는 모래진흙 바닥에 구멍을 파고 산다. 몸길이는 최대 12㎝이고 최대 갑각 길이는 4㎝이며, 수명은 4년 정도로 추정하고 있다. 빛깔은 담갈색으로 회백색의 점이 흩어져 있고, 등에 4개의 세로줄이 있다. 꼬리부분의 색이 영롱하다. 머리가슴은 이마가 작고 뒤쪽이 넓은 모양이다.

겹눈은 자루 모양의 눈자루로 돌출되어 있다. 양쪽 눈을 따로따로 움직이는가 하면, 눈알을 비스듬히 기울이거나 굴리기도 한다. 영국의 한 연구팀은 갯가재가 눈을 굴려서 빛의 편광각에 맞게 광수용체를 정렬하여 피사체를 더 또렷이 볼 수 있다고 보고하였다. 이런 시각 체계는 수중에서 사물을 구분해야 하는 로봇을 제작하는 데 활용할 수 있다고 한다. 결국 인간이 발명하고 개발하는 것도 다 자연에서 얻어온 것이다. 잠자리 날개에서 헬리콥터를 만든 것처럼 말이다.

갯가재는 5∼7월 사이에 수만개의 알을 낳는데, 입 근처에 있는 3쌍의 턱다리로 암컷은 알이 부화할 때까지 알덩이를 부여잡고 신선한 바닷물을 공급하는 보육행동을 한다. 5쌍의 가슴다리 중 제2가슴다리가 사마귀의 앞발처럼 크고 강하다. 이 다리는 포각(捕脚)이라 하여 먹이를 잡기 위해 사용한다.

두흉부 뒤쪽에는 갑으로 덮여 있지 않은 3절의 자유흉절이 있고 부속다리가 딸려 있는데, 이 가슴다리의 뒤쪽 3쌍은 끝이 2갈래이며 집게가 없이 보행할 때 사용한다. 갯가재가 좁은 틈새나 구멍으로 달아나다가 도중에 반대방향으로 후진할 수 있는 것은 자유흉절 때문에 가능하다.

복부에는 체절마다 5개의 배다리가 있어 유영할 때 쓴다. 갯가재는 새우와 게의 중간 맛을 내는 맛좋은 해산물이다. 조리법도 게와 새우, 가재와 크게 다르지 않다.

우리나라에서는 주로 해물탕에 넣어 끓이거나 쪄먹는 경우가 많고, 된장국에 넣어 먹어도 맛이 좋다. 그런데 껍데기가 날카롭고 단단해서 생각만큼 까먹기가 쉽지는 않은 편이다. 그래도 먹고 사는 데는 다 수가 있는 법, 이미 시중에 쉽게 까먹는 방법이 나와 있다.

우선 통째로 삶아 앞다리와 머리는 먹을 부분이 별로 없으므로 떼어내고, 갑각 양쪽 옆구리를 가위로 도려낸 뒤 꼬리껍데기를 잡고 조심스럽게 떼어내면 큼직한 뱃살과 꼬리살만 남는다. 알이 꽉 찬 시기에는 살보다 딱딱한 알이 씹히는데, 이 또한 별미이다. 갯가재는 산란 전 초여름이 제철이며, 가을에도 맛이 좋다. 일본에서는 갯가재를 ‘샤코(シャコ)’라고 부르면서 초밥 재료로도 사용한다.

간혹 갯가재와 쏙을 뭉뚱그려 부르는 사람들도 있는데, 둘은 가까운 친척뻘이긴 하지만 다른 종이다. 쏙은 배다리로 물결을 일으켜 수중의 플랑크톤을 걸러먹거나 죽은 동물 사체를 뜯어먹고 살기에, 공격적인 포식자인 갯가재와는 생태적 지위도 다르다.

쏙을 잡는 방법은 간단하다. 구멍에 소금을 뿌리고 붓대롱을 넣으면 쏙이 집게발로 대롱을 잡는데 이때 들어올리면 된다. 정은경 제공

쏙을 잡는 방법은 간단하다. 구멍에 소금을 뿌리고 붓대롱을 넣으면 쏙이 집게발로 대롱을 잡는데 이때 들어올리면 된다. 정은경 제공

쏙(Upogebia major)은 갑각강 십각목 쏙과에 속한다. 모양은 달라도 새우와 게처럼 다리가 10개라서 십각류이다. 쏙은 전반적으로 갯가재와 비슷하게 생겼으나 겉모양이 갯가재보다 둥글며 새우류에 가까워 가재와 새우의 중간 정도라고 생각하면 될 것이다. 분류체계로 보아도 쏙은 십각목에 속하고 갯가재는 구각목에 속하는 전혀 다른 종이다. 모양새는 비슷해서 ‘사촌’처럼 보이지만, 분류 체계상 목이 다른 아주 먼 사이니 혈육은 아닌 ‘이웃사촌’ 정도라고나 할까.

갯가재와 비교하면 쏙의 갑각은 석회질 함유량이 낮아 물렁물렁하다. 쏙의 몸은 회갈색 또는 황갈색 바탕에 옅은 반점이 흩어져 있다. 몸길이는 암수 모두 10㎝ 정도이고, 최대 갑각 길이는 3㎝ 정도여서 다 자랐을 때 갯가재보다 더 작다. 쏙은 태어나서 3년이 되면 두흉갑각의 길이가 2.5㎝ 이상으로 성장하여 번식활동에 참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쏙은 남해와 서해의 내만 갯벌이나 조간대에서 얕은 바다에 이르는 진흙 또는 모래진흙 바닥에 구멍을 파고 일정 범위에서 군락을 이루어 산다. 구멍에 물이 들어오면 나와서 먹이를 찾는데, 배다리로 수류를 일으켜 물속 미생물이나 유기물을 입 쪽으로 몰아주고 입 주변에 밀생해 있는 턱다리로 걸러 먹는다.

쏙의 서식구멍. 김갑곤 제공

쏙의 서식구멍. 김갑곤 제공

쏙은 늦봄에서 여름 사이에 암컷이 복부에 알을 낳아 붙인다. 부화한 놈은 2주 정도 지나면 조에아 유생이 된다. 유생은 바닥에 닿으면 굴을 파기 시작해 몸이 커감에 따라 구멍 지름을 넓히고 길이도 깊게 파내려간다. 이렇게 해서 다 큰 쏙의 굴은 깊은 것은 2m를 넘는다.

상부 50㎝ 정도의 U자 모양과 그 아래에 긴 막대 모양으로 연결하여 Y자 모양으로 완성한다. 두 개의 구멍을 가진 형태라서 한쪽을 발로 밟으면 다른 쪽 구멍에서 물이 솟아오른다. 양쪽이 뚫려 있다는 이야기다. 다 큰 쏙이 사는 굴은 안쪽이 단단하고 매끄럽게 되어 있다. 간석지 진흙의 깊은 부분은 산소가 통하지 않아 환원성 점토질 토양인데, 그것을 파내려가 산소를 담은 바닷물이 들어오게 되면 점토가 산화되어 단단하게 굳어지는 원리를 이용한 것이다. 쏙은 학교 다닐 때 화학을 잘했나보다.

쏙의 서식구멍은 다른 생물들에게도 영향을 끼친다. 굴 내벽에는 박테리아가 많아 망둑어나 딱총새우 무리가 공생하고 있다. 많은 쏙 구멍은 표면적을 증가시키기 때문에 갯벌의 여과 능력과 해수 정화 능력 향상에도 기여한다고 볼 수 있다. 이런 쏙도 바지락 양식장에서는 퇴치해야 할 구제동물로 취급받는다. 이렇게 세상 사는 동전의 양면처럼 음과 양이 있는 법이다.

쏙이 많은 갯벌을 보면 바닥이 마치 연탄구멍을 연상하게 될 정도이다. 쏙이 갯벌에 구멍을 깊게 파서 유기물이 풍부한 퇴적물을 먹어치우고 미세한 펄을 뱉어내니 결과적으로 모래진흙에 사는 바지락에게는 살기 적합하지 않은 서식지로 만들어버린다. 그런가하면 산소가 부족한 깊은 쏙의 서식 구멍에 바지락이 빠져 폐사하거나, 물러진 갯벌로 인해 바지락 채취 활동에 방해가 되기도 한다.

이렇게 쏙은 바지락과 서식지 경쟁을 벌이기 때문에 갯벌에서 조개 채취로 먹고사는 어민들의 골칫거리기가 되고 있다. 실제로 충남 연안 어촌계 중 70%가 넘는 양식장에 이미 쏙이 서식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되었고, 쏙으로 인해 보령시의 한 어촌계에서만 바지락 생산 감소로 연간 20억원의 피해가 발생했다는 뉴스 보도가 있다.

바지락은 서해안 갯벌에서 양식하는 조개류 생산의 80%를 차지할 정도로 어민들의 중요한 소득원이다. 그런 바지락이 최근 서해안에서 급격히 사라지고 있다. 1990년 7만t이 넘던 바지락 생산량이 2000년에는 3만8000t으로 반 토막이 났고, 2015년에는 2만5000t으로 더 줄었다. 25년 사이에 66%나 줄어든 셈이다.

연안 매립이나 하굿둑 건설로 바지락 서식지인 갯벌이 지난 20년간 서해안 전체 갯벌의 20%에 해당하는 710㎢가 사라졌다는 보고가 있다. 더욱이 2000년대 이후에는 쏙이 급속히 서식지를 넓히면서 바지락을 밀어내고 있어 생산량이 감소하는 원인으로 추가된 것이다. 이런 현상은 시화지구, 천수만, 금강하굿둑, 새만금 주변에서 특히 심하게 나타나고 있다.

육상에서 모래와 자갈 공급이 끊기고 해류 흐름이 바뀌어 갯벌이 펄진흙으로 바뀌면서 쏙이 살기 좋은 환경으로 바뀌었다는 뜻이다. 쏙의 습격으로 인한 바지락 생산 피해액이 연간 135억원에 이르며, 지금 같은 상태가 방치되면 머지않아 서해안 갯벌에서 바지락을 보기 어려워질 것이라는 우려이다. 바지락을 지키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모색하고 있지만 현재 뾰족한 대책이 없는 실정이다.

5월에 쏙이 갯벌에 착저한 후 3개월이 지나면 갯벌 속으로 10㎝ 이상 파고들어간다는 국립수산과학원 갯벌연구소의 조사결과이다. 따라서 쏙이 깊이 파고 들어가면 퇴치가 어려워져 정착하기 전인 7월 이전에 어린 쏙을 퇴치해야 한다. 장비를 개발하여 쏙이 서식하는 갯벌을 깊이 25∼30㎝까지 갈아주는 것이 그나마 효과가 있다고 한다.

이렇게 갯벌을 갈아주면 구멍이 망가져 쏙이 위쪽으로 올라올 때 사람이 일일이 손으로 잡아내야 하는데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들고, 이 또한 한 번으로 해결되는 것이 아니어서 해마다 반복해야 한다. 여전히 어떻게 하면 효과적으로 잡아낼 수 있을까 연구가 진행 중이다. 근본적인 해결책은 자연을 되돌리는 것이다. 역간척하고, 막힌 것은 뚫어 재자연화하는 일이다. 나는 이미 모 일간지에 이것을 ‘역개발’이라고 제시한 바 있다.

쏙은 굴착 능력이 대단히 좋아 구멍을 아주 깊게 파기 때문에 삽으로 일일이 파서 잡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그런데 쏙은 몹시 배타적이어서 자신의 굴에 무엇인가가 들어오면 밖으로 밀어내는 습성이 있다. 어민들은 이 생태 습성을 이용하여 쏙을 잡는다. 우선 구멍 주위에 물을 푼 된장이나 소금을 슬슬 뿌리고 붓 대롱 같은 ‘뻥대’를 구멍에 집어넣고 슬슬 흔들면서 천천히 올리면 쏙이 집게로 뻥대 끝을 꽉 쥔다. 이때 잽싸게 뻥대를 들어올려 “쏙~” 잡아 뺀다. 뽑아낼 때 압력 때문에 뻥 소리가 나서 ‘뻥대’요, 쏙 튀어 올라와서 ‘쏙’이다.

▶필자 황선도

[전문가의 세계 - 漁! 뼈대 있는 가문, 뼈대 없는 가문] ⑧ ‘쏙’ 빼닮은 갯가재…하지만 갯가재는 ‘쏙’ 편이 아니랍니다

해양학과 어류생태학을 전공했고, 수산자원생태로 이학박사가 된 토종과학자이다. 20년간 국립수산과학원에서 일하면서 7번이나 이사하는 등 주변인으로 살았으나, 덕분에 어느 바닷가든지 고향으로 여긴다. 지금은 한국수산자원관리공단 연구위원으로 해양생태계 복원과 수산자원 조성을 위해 일하는 ‘물고기 박사’다. 50여편의 논문을 썼고 저서 <멸치 머리엔 블랙박스가 있다>가 유명하다.



Today`s HOT
휴전 수용 소식에 박수 치는 로잔대 학생들 침수된 아레나 두 그레미우 경기장 UCLA 캠퍼스 쓰레기 치우는 인부들 호주 시드니 대학교 이-팔 맞불 시위
인도 카사라, 마른땅 위 우물 갱단 무법천지 아이티, 집 떠나는 주민들
마드리드에서 열린 국제 노동자의 날 집회 폭우로 주민 대피령 내려진 텍사스주
경찰과 충돌한 이스탄불 노동절 집회 시위대 케냐 유명 사파리 관광지 폭우로 침수 올림픽 앞둔 프랑스 노동절 시위 해리슨 튤립 축제
경향신문 회원을 위한 서비스입니다

경향신문 회원이 되시면 다양하고 풍부한 콘텐츠를 즐기실 수 있습니다.

  • 퀴즈
    풀기
  • 뉴스플리
  • 기사
    응원하기
  • 인스피아
    전문읽기
  • 회원
    혜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