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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 70주년 기획
  • 전체 기사 251
  • 2017년3월 9일

    • [70주년 창간기획-문학평론가 임헌영의 필화 70년] (23) 박계주의 장편소설 ‘여수’
      [70주년 창간기획-문학평론가 임헌영의 필화 70년] (23) 박계주의 장편소설 ‘여수’

      “외유내강(外柔內剛)이란 말이 있다. 하지만 한국민족은 변질된 외유내강의 종족이라 하겠다. 즉, 외세에 대해서는 지극히 연약하면서도 자기 민족에 대해서는 영악하고 잔인한 민족인 것이다. (중략) 자유당 놈들은 썩을 대로 썩었건만 권력 연장과 이권 독점을 위해 얼마나 많은 야당 인사들을 괴롭히고 테러하고 나중에는 억울한 죄명까지 씌워 투옥케 했으며, 민주당 놈들과 신민당 놈들은 백성이야 도탄속에 빠져 있거나 말거나 자기들의 권력 다툼과 이권 운동에 눈이 뻘게 돌아가지 않았던가.” “이승만의 말이라면 똥도 떡이라고 핥아 먹을 이승만의 ‘개’들.”(박계주 <여수(旅愁)>)신문 연재소설에서 이런 막말 정치비하의 만용은 거의 없다. 5·16쿠데타 직후 서슬 퍼런 시기니까 더욱 수상쩍다.이용도 목사의 기독교적 휴머니즘 사상 신봉자였던 박계주(朴啓周, 1913~1966·사진)는 독재와 부패를 고발하려고 작심하고 장편소설 <여수>를 제2공화국 때 구상...

      20:34

  • 3월 2일

    • [70주년 창간기획-문학평론가 임헌영의 필화 70년] (22) 분단 후 작가 구속 1호 이병주
      [70주년 창간기획-문학평론가 임헌영의 필화 70년] (22) 분단 후 작가 구속 1호 이병주

      “이놈저놈 모두 썩어 빠졌어.” “학생이면 데모를 해야지. 이왕 할 바엔 열심히 해야지.” “도대체 오열(간첩)이란 게 뭣고. 오열이 약방의 감초가? 감당 못할 사건이 생기면 오열이 튀어나와. 오열이 어딘가에 대기하고 있다가 자유당이 필요로 하겠다 싶으면 출동하는 모양이지.”(이병주, <대통령들의 초상>)부산 군수기지사령관 시절(1960년 1~7월)의 박정희 소장이 남긴 어록이다. 박정희와 대구사범 동창으로 부산일보 주필 겸 편집국장 황용주, 국제신보 주필 겸 편집국장 이병주(李炳注, 1921~1992년)는 ‘산바가라스(三羽烏, 삼걸)’로 주석담(酒席談)에서 쿠데타까지도 거침없이 거론했다. 그러나 정작 사월혁명이 나자 박정희는 학생들이 쿠데타를 망쳤다고 투덜거렸다.■ ‘술친구’ 박정희의 변심5·16쿠데타 직후 국제신보는 사설 ‘민주발전에의 획기적 대사업이 되도록 혁명군사위원회의 성의 있는 노력을 바란다’(1961년 5월17일)로 환영했다. ...

      21:04

  • 2월 23일

    • [70주년 창간기획-문학평론가 임헌영의 필화 70년] (21) 민주당 정권의 ‘민족일보’ 탄압
      [70주년 창간기획-문학평론가 임헌영의 필화 70년] (21) 민주당 정권의 ‘민족일보’ 탄압

      사월혁명의 왕자는 제2공화국 집권 민주당이었다. 그런데 이 왕자는 사월혁명의 공주격인 참 언론 ‘민족일보’를 학대했다. 서로 앙숙이던 이 사월혁명의 오누이는 5·16 쿠데타에 의해 둘 다 참살당해 버렸다. 한국 현대정치사의 비극이 탄생된 것이다. 제2공화국은 자연분만이 아닌 제왕절개 수술로 태어났다. 순리로는 장면 부통령(4월23일 사임)이 27일 이승만 퇴진 후 대통령 권한대행으로 썩은 국회를 해산하고 대선과 총선을 동시에 치른 후 개헌을 했어야 됐건만 덜컥 개헌을 서둘렀다. 그러자 고정훈은 “오욕 국회를 해산하지 않고 내각책임제로 개헌하는 등의 방향으로 나아가면 수년 안으로 군부 쿠데타가 일어날지도 모른다”고 예언(남재희, <진보열전>, 메디치, 2016년)했고, 그건 적중했다.허정 과도내각은 “허세를 버리고 실질적 반공태세 강화”와 미국의 반공 교두보로서 일본을 적극 협력자로 만드는 전제조건인 대일외교 개선책 등을 시정방침으로 들면서 혁명...

      21:05

  • 2월 16일

    • [70주년 창간기획-문학평론가 임헌영의 필화 70년] (20) 대학생 필화 1호 사건
      [70주년 창간기획-문학평론가 임헌영의 필화 70년] (20) 대학생 필화 1호 사건

      1960년 3·15 정부통령 부정선거가 끝나기 무섭게 “(이승만)각하는 (1960년)3월16일 생신을 기하여 하야”하라며, “주변에 의집(蟻集, 개미떼)한 간신배의 감언에만 속지 말고 정계로부터 은퇴”하라고 강권한 건 장택상이었다. 이때 물러났으면 4·19 묘지는 없었을 것이다.그러나 동서고금에 독재자가 순순히 물러난 적은 없다. 시위가 격화되면서 구호도 더욱 거칠어진다. 간신배들은 그때나 지금이나 ‘안보와 빨갱이’ 타령으로 독재자를 달래지만 결국 버틸수록 당사자나 국민은 더욱 고달파진다.1960년 4월21일, 경무대를 찾은 매카나기 주한 미 대사에게 이승만은 4·19가 “장면 한 사람에 의해 저질러진 것이다. 노기남 주교와 장이 한국의 헌법을 어기고 권력을 잡으려는 정치적 목적에서 가톨릭과 교회를 이용했다”고 했었다.2017년 1월25일, 탄핵 심판대의 장본인이 만천하에 드러난 국정농단을 거짓말로 쌓아올린 가공의 산 운운한 인터뷰와 똑같다. 왜 역사는 ...

      21:13

  • 2월 9일

    • [70주년 창간기획-문학평론가 임헌영의 필화 70년] (19) 조봉암의 필화와 진보당 강제 해산
      [70주년 창간기획-문학평론가 임헌영의 필화 70년] (19) 조봉암의 필화와 진보당 강제 해산

      한국 정치사는 수구세력의 부패와 무능이 당장 붕괴할 것 같지만 야권은 지리멸렬과 편협성, 분파성 때문에 국민이 쟁취해준 집권 기회조차 도로화(徒勞化)시킬 것 같은 막장 드라마의 연속이다. 분당해도 집권을 위해서는 태연히 뭉치는 철면피 오뚝이 수구세력과는 달리 야권은 같은 당 안에 몸담고 있으면서도 꿍꿍이 속셈이 제각각인 콩가루 집안이다. “악마는 나이 지긋하다”(괴테)는 지적처럼 악랄과 교활로 단련된 둔갑술로 종횡무진하는 괴력 앞에 알몸으로 맞선 야권. 순진한 정의가 교활한 불의에 패배할까 불안한 세월이다.■ 민주세력 분열의 비극 조봉암이런 정치행태, 수구세력의 몰염치와 민주세력의 지리멸렬이란 정당구조가 굳어진 갈림길에 죽산 조봉암(竹山 曺奉岩, 1899~1959년)의 필화와 진보당의 강제 해산이 자리하고 있다.8·15 해방 직후, 공산당과 결별한 조봉암은 불가피한 상황이면 단정 총선에도 참여하여 통일을 추구해야 된다는 현실적인 행보를 취했다. 그는 극우...

      20:30

  • 2월 2일

    • [70주년 창간기획-문학평론가 임헌영의 필화 70년] (18) 경향신문 ‘여적’ 사건
      [70주년 창간기획-문학평론가 임헌영의 필화 70년] (18) 경향신문 ‘여적’ 사건

      정유년 입춘인 2월4일은 사월혁명의 기상나팔이 울린 날이다. 1959년 기해년 입춘 다음날인 2월4일자 경향신문 칼럼 ‘여적’은 자유당 독재가 민중봉기로 붕괴될 개연성이 있다는 참언(讖言)을 다뤘다.허멘스 교수(Ferdinand A. Hermens, 1906~1998, 미국 노트르담대)의 <다수결의 원칙과 윤리>를 소개한 이 명칼럼의 요지는 아무리 다수당이라도 폭정을 자행하면 국민이 선거를 통해 소수로 전락시켜 버린다는 경고였다. 만약 어떤 악조건 때문에 선거로 폭정을 중단시킬 수 없으면 “폭력에 의한 진정 다수 결정”이 대신하는데, 그게 혁명이라고 ‘여적’은 썼다. ‘폭력’이란 무력이 아니라 민중 다수의 참여를 상징한다.■ 경향신문 ‘폐간’ 막은 고법칼럼 ‘여적’은 무기명으로 초대주필 정지용 이래 통상 주필들이 맡았지만 논설위원들도 자주 썼다. 문제의 글은 마침 이관구 주필이 국제언론인협회 참석차 미국 출장 중이라 비상임 논설위원이...

      21:19

  • 1월 26일

    • [70주년 창간기획-문학평론가 임헌영의 필화 70년] (17) 조영암·오영수의 ‘지역감정 조장’ 필화
      [70주년 창간기획-문학평론가 임헌영의 필화 70년] (17) 조영암·오영수의 ‘지역감정 조장’ 필화

      설날, 복된 인사를 가장 많이 주고받는 날이자 고향에 얽힌 추억이 색동저고리처럼 색색이 엮이는 동심의 계절이다. 유목사회와는 달리 도작(稻作)농경 정착자였던 우리에게 고향은 산하나 행정구역의 금 긋기가 아니라 영육의 분신이 깃든 모성애의 대지였다. 어머니가 미추(美醜)의 가치를 초월하듯 고향땅 또한 박토나 옥토의 빈부 개념을 넘어선다. 헌법 제3조가 규정한 국토는 국민 누군가의 고향땅이기에 민족의 피와 살점이자 우리가 죽으면 돌아갈 영원한 고토이다.그런데 이제는 남의 고향마저 승냥이처럼 물어뜯어대는 야만적이고 몽매한 이 풍진 세태로 변해버렸다. 대통령 선거철이면 잊지도 않고 들이닥치는 각설이가 지역감정이다. 최순실 국정농단과 박근혜 탄핵의 한가운데서 ‘호남 종북몰이’에다 촛불집회까지도 마녀사냥의 고깔을 씌워대려는 악성 사회관계망서비스(SNS)가 부각하고 있다. 제18대 대선의 사이버 부정 선거 전초전을 연상케 한다.■ 지역감정은 독재정권의 수단지역감정...

      19:45

  • 1월 19일

    • [70주년 창간기획-문학평론가 임헌영의 필화 70년] (16) 시조시인 이호우
      [70주년 창간기획-문학평론가 임헌영의 필화 70년] (16) 시조시인 이호우

      (1)“세기의 태양을 바라보는 언덕 위에/ 봄은 꽃보다도 일찍 오고/ 바람은 향기 앞에 부드럽다.// (…)/ 조국을 지키라는 신성한 명령에/ 넘어져도 봉우리처럼 적 앞에 서나니/ 땅을 움직이고 하늘은 뜻을 내려/ 용사들 시간을 다투어 진격을 기다린다.”(2)“독립운동의 혜성, (…) 민족의 태양이라고 일컬으며, 위대한 애국자, (…) 세계적 위인, 민주주의의 거인, 정의의 투사, ….”(3)“태양처럼 나타나신다 그이는…/ 모여선 사람들의 마음속에/ 사람들은 모두 다 경건히 우러른다.”(1)은 시인 김광섭의 ‘우남 선생의 탄신을 맞이하여’(서울신문, 1955년 3월26일)라는 이승만 80회 생일 헌시이고, (2)는 외무장관 조정환의 이승만 82세 생일 ‘송축사’(외무부, <조 외무부 장관 연설 및 성명집>)이며, (3)은 북한 시인 강립석의 ‘행복한 이 아침에도’(1954년)이다.■ 서울 새 이름을 ‘우남’으로동족이 서로 살육한 ...

      20:41

  • 1월 12일

    • [70주년 창간기획-문학평론가 임헌영의 필화 70년] (15) 송기동과 이범선의 소설
      [70주년 창간기획-문학평론가 임헌영의 필화 70년] (15) 송기동과 이범선의 소설

      파리의 선량한 기독교도로 부유한 직물업자인 자노 드 세비네라는 막역한 벗인 동업자 유태교도 아브라함을 개종시키고 싶었다. 완강한 아브라함이 세비네라의 우정에 감동, 개종 전 로마의 고귀한 성직자들을 직접 봐야겠다고 나섰다. 그들의 타락상을 훤히 꿰고 있던 자노는 극구 만류했으나 친구는 떠났다.한참 뒤 돌아온 그는 로마의 높고 낮은 성직자들이 불결·음탕·탐욕으로 양심의 가책도, 염치도 없는 “악마의 소업을 만들어내는 제작소” 같다고 했다. 예상했던 터라 자노는 개종 권유를 포기하려는데 아브라함이 말했다. 그런 악행에도 기독교는 더 번성할 테니 자신을 어서 데려다 달라는 것이었다(보카치오, <데카메론>, 첫째 날 둘째 이야기).■ ‘장로 이승만’의 기독교 정책물론 이 아브라함이 기독교도의 전형은 아니다. 자유·평등·박애의 횃불로서 핍박받는 민중을 위해 오체투지한 미카엘 같은 기독교도가 엄존하는 한쪽에는 그 행동을 보기만 해도 기독교 전체에 반감을 ...

      21:08

  • 1월 5일

    • [70주년 창간기획-문학평론가 임헌영의 필화 70년] (14) 함석헌의 기고 ‘생각하는 백성이라야 산다’
      [70주년 창간기획-문학평론가 임헌영의 필화 70년] (14) 함석헌의 기고 ‘생각하는 백성이라야 산다’

      이승만이 경무대를 떠나면 나라가 망한다고 자유당 추종자들은 포악질을 했다. 박정희 군사 독재와 유신통치가 무너지면 적화된다고 공화당 신봉자들은 으름장을 놨다. 박근혜가 탄핵당하면 공산화된다고 태극기를 든 친박세력은 기세등등하다.70년이 흘렀건만 전혀 변하지 않는 이 고정관념.함석헌(咸錫憲, 1901~1989년)은 저승에서 가슴을 치며 ‘생각하는 백성이라야 산다’고 정유년 벽두에 우렁찬 수탉으로 계명산천(鷄鳴山川)을 절규할 것이다. 정녕 새 시대 새 아침이 밝아올 것인가?■ ‘내 기독교에 이단자 되리라’함석헌은 자신을 바보새로 불렀다. 거위보다 큰 덩치에 날개가 3m로 ‘태평양의 제왕’이란 별명과는 달리 고기를 못 잡아 갈매기가 먹다 흘리는 걸 주워 먹는다는 신천옹(信天翁). 그는 일제 치하 도쿄 대지진(1923년 9월1일) 때 하룻밤 유치장 신세를 마수걸이 삼아, 1930년 오산학교 교사 때 독서회 사건으로 일주일 정주경찰서 구치, 1940년 송산...

      21: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