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버스의 무대…‘버추얼’이 뜬다

이유진 기자
소규모 촬영이 이뤄지는 브이에이코퍼레이션 2스튜디오에 설치된 LED 월에 인천국제공항 출국장이 배경으로 보이고 있다.  브이에이코퍼레이션 제공

소규모 촬영이 이뤄지는 브이에이코퍼레이션 2스튜디오에 설치된 LED 월에 인천국제공항 출국장이 배경으로 보이고 있다. 브이에이코퍼레이션 제공

실감형 콘텐츠 시장 급성장 따라
그린 스크린서 LED 스크린으로
제작사들 ‘버추얼 스튜디오’ 경쟁
‘아시아 최대’ 브이에이코퍼레이션
LG와 손잡고 내년 추가 구축 계획

지난달 26일 오후 경기 하남시에 있는 브이에이코퍼레이션의 버추얼(가상) 3스튜디오는 카메라와 장비 더미 사이를 오가는 사람들로 붐볐다. 익숙한 얼굴도 보였다. 영화 <1987> <암살>의 김우형 촬영감독이다. 버추얼 미디어 플랫폼기업 브이에이코퍼레이션은 지난 7월 김 감독을 최고창조책임자(CCO)로 영입했다. 그는 이곳에서 콘텐츠 기획 및 제작 작업 전반을 총괄한다.

창고 같던 스튜디오의 문을 열자 다른 세상이 펼쳐졌다. 중앙에 비치된 대리석 계단을 중심으로 양옆엔 청동 조각상이, 천장엔 샹들리에 조명이 달렸다. 유럽의 궁전 내부처럼 장식된 공간은 모두 대형 발광다이오드(LED) 화면을 통해 구현되고 있었다. 가로 53.5m, 세로 12m 크기의 LED 세트는 곡선을 이뤄 벽과 천장까지 모두 이어졌다. 브이에이코퍼레이션의 설명에 따르면 이 스튜디오는 아시아 최대 규모로 연면적 1088㎡(329평)에 이른다.

스튜디오는 이곳만이 아니었다. 광고나 홈쇼핑을 촬영하는 405㎡(122평) 넓이의 1스튜디오와 드라마와 소규모 영화 촬영이 이뤄지는 중간 크기(643㎡)의 2스튜디오에서도 ‘가상공간’이 펼쳐졌다. 특히 LED가 바닥까지 설치된 2스튜디오는 인천국제공항 게이트를 실감나게 재현하고 있었다.

버추얼 프로덕션은 가상환경의 실감형 콘텐츠 제작과 실시간 시각효과 기술 전반을 아우르는 기술을 뜻한다. 그린 스크린(크로마키 배경)을 사용하지 않고 특수 개발한 LED 스크린을 기반으로 콘텐츠를 촬영하는 것이 특징이다. 컴퓨터그래픽(CG)과 3D 기술 기반의 시각특수효과(VFX)로 작업한 결과물을 촬영 현장에 실시간으로 반영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기존 그린 스크린 촬영 대비 10~20%의 비용 절감이 가능하다. 디즈니플러스 대표 오리지널 콘텐츠 <더 만달로리안>을 비롯해 넷플릭스 <미드나잇스카이>, HBO의 <웨스트월드> 같은 SF 장르에 활용됐다.

국내 제작사들은 앞다퉈 버추얼 프로덕션 스튜디오를 구축하고 있다.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기업들의 국내 진출로 콘텐츠 공급기지로서 한국의 역할이 커지고, 메타버스(가상세계) 산업이 급성장하면서 버추얼 프로덕션 산업을 선점하기 위한 경쟁이 시작된 것이다. 문화체육관광부는 국내 실감형 콘텐츠 시장 규모가 2020년 2조8000억원에서 2022년 11조7000억원으로 5배가량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 6월 하남 스튜디오를 연 브이에이코퍼레이션은 LG전자와 손잡고 내년까지 서울 근교에 총 면적 약 9만5868㎡(약 2만9000평) 규모의 버추얼 프로덕션 멀티스튜디오를 구축할 계획이다. SK텔레콤은 지난 6월 버추얼 프로덕션 전문 스튜디오 비브스튜디오스와 지분 투자 계약을 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킹덤> 시리즈의 특수효과를 맡았던 덱스터 스튜디오는 약 40억원을 투자해 연내 완공을 목표로 경기 파주시 일대에 가상 스튜디오를 짓고 있다. CJ ENM은 삼성전자의 디스플레이 기술을 이용해 파주에 13동, 21만2883㎡ 규모로 들어설 콘텐츠 스튜디오 중 1개 동을 가상 스튜디오로 제작한다.

콘텐츠 제작 환경이 현실에서 가상으로 옮겨가면서 가상세계 공간을 설계하는 버추얼 공간 디자이너, 아바타들이 착용하는 가상 의류를 제작하는 버추얼 패션 디자이너 등 새로운 직업군도 등장했다. 가상공간에서의 콘텐츠 기획·제작 전반을 담당하는 버추얼 프로젝트 매니저도 그중 하나다. 버추얼 프로덕션 제작 방식이 자리 잡은 할리우드의 대표 제작사인 ‘루카스 필름’ ‘스캔라인VFX’ 등에서는 관련 직군 채용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브이에이코퍼레이션 스튜디오의 안현준 버추얼 프로젝트 매니저는 “촬영 전까지 제작사나 고객이 원하는 대로 가상공간을 기획·제작해 완성하는 전반적인 일을 총괄하고 있다”면서 “오프라인이 아닌 가상공간에 실제 장소의 모습을 그대로 구현한 3D 배경을 만들어내는 것이 우리의 일”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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