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라 사태 막는다’ EU, 미국 등 가상화폐 법안 마련 속도…한국은 언제

이윤정 기자
비트코인 이미지.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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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연합(EU), 미국 등 세계 금융당국이 가상화폐 규제안 마련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한국산 가상화폐 테라USD(UST)·루나 폭락 사태 이후 가상화폐 산업을 감독·제재하고 투자자들을 보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면서다.

국내에서는 지난해 가상자산 관련 법안 13개가 국회 정무위원회에 올라왔지만 4일 현재 모두 계류 상태다. 가상화폐 시장 신뢰를 회복하고 글로벌 시장과 어깨를 맞대기 위해서라도 법제화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EU 27개 회원국은 지난달 30일 가상화폐 규제법안 ‘미카(MiCA·Markets in Crypto-Assets)’에 합의했다. 암호화폐의 정의부터 발행사·거래소 규제를 총망라한 세계 최초의 가상화폐 기본법이다.

미카는 EU 회원국들과 각국 의회의 승인을 거쳐 정식으로 발효된다. 이르면 내년부터 시행될 것으로 보인다.

미카는 가상화폐 발행인의 자격과 공시를 의무화했다. 자본시장 규제 방식을 도입해 시세 조종이나 미공개 정보 이용 등의 불공정거래 행위를 금지했다. 가상화폐 거래소도 규제 대상에 포함됐다. 특히 테라처럼 담보자산이 없는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규제를 명시화한 것이 눈길을 끈다. 스테이블코인 발행사는 1:1 비율로 유동성 준비금을 예금 형태로 구축해야 한다. 미 경제매체 CNBC는 스테이블코인 규제조항 배경으로 “복잡한 알고리즘을 활용해 1달러 가치를 유지하려 했던 ‘알고리즘 스테이블코인’ 테라의 대실패”를 꼽았다.

EU의 금융감독원 격인 유럽증권시장감독청(ESMA)이 미카의 감독·제재 기관이 된다. 이번 미카 협의안에는 감독권한 강화, 에너지 소비량 공개, 손실위험 경고 등도 포함됐다. 하지만 대체불가토큰(NFT)과 디파이(탈중앙금융)에 대한 규제는 보류됐다. 유럽연합 금융서비스 최고위 위원 유럽의회의원 메어리드 맥기네스는 “이제 가상화폐는 와일드 웨스트(미국 개척 시대의 황량한 서부)가 아닌 규정 안에서 혁신해야 한다”며 “유럽은 물론 국제 공조가 필요하다”고 요청했다.

로이터통신 등 외신들은 EU의 미카 법안이 가상화폐 시장의 ‘랜드마크’와 같은 법이라고 평했다.

미국, 영국 등에서도 가상화폐 관련 법안 논의가 본격화하고 있다. 지난달 30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연방예금보험공사(FDIC), 통화감독청(OCC), 소비자금융보호국(CFPB) 등 금융당국 기관장들을 만나 스테이블코인 관련 정책을 논의했다. 미 재무부는 이 회의에 참석한 재닛 옐런 재무장관이 스테이블코인과 관련한 위험을 해소할 수 있는 규제틀을 신속하게 마련할 것을 촉구했다고 밝혔다. 영국도 지난 1일 재무성 발표를 통해 미국 금융 당국과 가상화폐 시장 규제 관련 회의를 열었다고 밝혔다. EU를 떠난 영국은 EU모델이 아닌 미국 방식의 규제안을 따를 것으로 보인다.

국내에도 가상화폐 관련 법안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가상화폐 관련 법안의 목적이 ‘규제’에만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유럽의 경우 가상화폐 관련 법안을 마련해 ‘통화 주권’을 되찾고 세계 가상화폐 산업 주도권을 가져오려는 구상이 깔려있다. 현재 시총 상위 스테이블코인은 대부분 달러에 연동돼 있다. 관련 법안을 통해 투자자를 보호하면서 유럽 가상화폐 관련 기업들은 육성할 수 있다.

국내에는 지난해 12월 말 기준 국내 24개 가상자산거래소에 상장된 코인 종류가 총 623종이나 된다. 하지만 산업금융당국이 이를 감독·제재할 법적 권한은 없는 상황이다. 지난해 국회에 발의된 가상자산 관련 법안 13개는 모두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정부는 최근 발표한 ‘새정부 경제정책방향’에서 미국 등 주요 선진국의 규제 도입과 발맞춰 우리 정부도 오는 10월 이후 디지털자산기본법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갑래 자본시장연구원 금융소비자보호연구센터장은 “최근 테라·루나 사태, 가상자산 대출업체 ‘셀시우스’ 파산설 등으로 가상화폐에 대한 신뢰성이 무너진 상황”이라면서 “관련 법안을 마련해 시장을 정화하고 투자자들을 보호해야 시장이 다시 살아날 수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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