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 박해심 아주대병원 교수

박효순 기자

알레르기 진료·연구·교육 ‘3박자’ 갖춘 글로벌 리더

세계알레르기학회(WAO)는 올해의 ‘특별 공로상’ 수상자로 아주대병원 알레르기내과 박해심 교수(55)를 선정했다.

알레르기, 천식 및 면역학 분야의 연구와 진료 등 학문적 발전과 교육에 크게 기여했다는 평가 때문이다. 박 교수의 공로상 수상은 한국은 물론 아시아에서도 흔치 않은 일이다. 시상식이 열리는 오는 22~26일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열리는 2013년도 학회 및 총회에서 박 교수는 세계적인 의학자로서의 위상을 굳히게 된다.

알레르기 분야의 진료와 연구 역량을 겸비한 의학자로 손꼽히는 박 교수를 세계 학계가 인정하는 이유는 크게 3가지로 분석된다.

천식 알레르기 치료 및 연구의 권위자인 박해심 교수가 경향신문과 인터뷰 한 뒤 아주대의료원 임상시험센터 내 약물유전체 연구실에서 사진을 찍었다. 아주대병원 제공

천식 알레르기 치료 및 연구의 권위자인 박해심 교수가 경향신문과 인터뷰 한 뒤 아주대의료원 임상시험센터 내 약물유전체 연구실에서 사진을 찍었다. 아주대병원 제공

▲ 한국 최다 외래 환자수 보유
기초·임상 접목한 ‘중개연구’
세계학회 특별공로상 수상도

첫째, 한국에서 가장 많은 외래 환자수를 확보하고 있는 알레르기 전문 의사로, 임상진료 결과를 연구로 이어가고 그 연구를 다시 임상에 접목하는 과정을 통해 의료의 질 향상을 이룩했다. 최근에는 천식 관련 신약들의 다국적 임상 책임자로서 새로운 치료제 개발을 이끌고 있다.

둘째, 알레르기 분야의 기초와 임상을 접목한 국내외 ‘중개연구’를 20년간 주도해 왔다. 직업성 알레르기 진료와 연구는 박 교수를 따라 올 의학자가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다양한 연구기법을 이용하여 면역 및 유전체 진단법을 개발하고, 국제적인 약물치료 원칙을 제시했다. 아스피린 과민증과 항생제 알레르기에 대한 연구에서도 세계적으로 앞서가고 있다.

셋째, 알레르기 및 면역학 분야의 전문의 양성에 매진해 왔다. 각 의대 교수요원들을 대상으로 1~2년간 연수를 시킨 후 모교 병원의 핵심 의사로 일할 수 있게 지원하고 있다. 중국, 몽골, 베트남 등 아시아 각국의 전문의들을 훈련시켜 본국으로 돌아가 진료뿐 아니라 연구와 교육을 담당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이 정도면 박 교수가 의학자의 소명인 교육, 연구, 진료의 3박자를 겸비한 세계적 수준의 의학자라는 사실에 이의를 제기할 여지가 별로 없다. 특히 박 교수는 이번 세계학회 특별 공로상 수상으로 아시아 의학계의 리더라는 점을 공인받은 셈이다.

“미국과 유럽 주도의 세계학회에서 아시아의 중요성이 점차 확대되고 있습니다. 이번 WAO 공로상 수상은 연구나 진료뿐 아니라 아시아 저개발국을 위한 교육 지원에 노력한 것을 많이 인정해준 것 같아요. 주말에 시간을 내어 중국이나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의 학회에 참석해 무료 강연도 많이 했죠. 몽골, 중국, 베트남 등에 알레르기학회가 만들어지고 알레르기 진료센터를 세우는 데도 한국이 상당한 후원을 해주었습니다.”

박 교수는 최근 4년(2010~2013년) 연속 미국알레르기학회의 강연자로 참석했다. 보통 세계학회는 안배의 원칙이 있어 강연자를 맡기가 오히려 쉽다. 하지만 미국학회는 정치적 배려 없이 오로지 실력을 갖추고 필요성이 인정되는 경우에만 강연자로 초청하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1983년 연세대 의대를 졸업했으니 올해로 의사가 된 지 만 30이 됐네요. 의사로서 정말 열심히 했습니다. 환자 치료에 자신감이 있지만 아직도 미진하고 밝혀지지 않은 것이 많아 더 공부하고 노력해야 한다고 늘 생각하고 있습니다.”

아주대의료원 연구지원실장인 박 교수는 아주대병원, 의대, 대학원 연구활동의 총괄 책임자다. 지난 3월 정부로부터 연구중심병원으로 지정된 아주대병원의 임상시험센터장으로서 신약개발 연구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동안 알레르기 관련 국제 학술지에만 200편 이상 주저자로 논문을 발표했다. 현재 대한직업성천식학회 회장, 대한천식알레르기학회 경인지회장 등을 맡고 있다.

약물유전체 연구실에서 대학원생과 연구 결과에 대해 얘기하고 있는 박해심 교수(왼쪽). 아주대병원 제공

약물유전체 연구실에서 대학원생과 연구 결과에 대해 얘기하고 있는 박해심 교수(왼쪽). 아주대병원 제공

박 교수의 남편은 만성폐쇄성폐질환(COPD) 등 호흡기 질환 분야의 권위자인 정기석 교수(한림대 평촌성심병원 원장)이다. 인생의 동반자로서 성격이 잘 맞고, 적극적인 지원과 격려를 통해 큰 힘을 줄 뿐만 아니라 의견일치가 잘되며 가장 존경하고 신뢰한다고 박 교수는 말했다.

유희석 아주대병원장(산부인과)은 “박해심 교수는 임상 능력과 연구 능력이 출중한 ‘아이디어 뱅크’이며, 총체적으로 ‘천재’라고 평가하고 싶다”면서 “자신의 일에 자부심이 넘치는 전형적인 ‘커리어 우먼’이고, 일을 추진할 때 보면 무한한 에너지가 느껴진다”고 말했다.

박 교수가 전 세계 의사들이 보는 알레르기교과서의 주저자로 참여하면서 중요한 저널이나 책의 종설(綜說)을 쓰는 횟수가 늘어난다는 사실은 세계적인 전문가 반열에 들었다는 점을 입증하는 대목이다.

“금년 들어 권위를 자랑하는 ‘유일한상’을 수상했고, 세계적인 알레르기학 교과서와 직업성 천식 교과서 집필에 참여한 데 이어 세계알레르기학회 공로상까지 받게 돼 영예가 큰 해입니다. 여기에 안주하지 않고 항상 성실하고 겸허하게 알레르기 환자를 위한 진료와 연구에 더욱 매진하겠습니다. 알레르기 전문의사로서, 훌륭한 연구자로서, 후학들을 양성하는 교수로서 학문적으로나 윤리적으로 세계적인 ‘롤 모델’이 되고 싶습니다.”

◆ 박 교수가 말하는 알레르기질환 관리와 치료

알레르기 질환은 유전적 인자(알레르기 체질)와 환경 인자가 함께 작용해 발병한다. 집먼지진드기, 꽃가루, 애완동물의 털과 비듬, 곰팡이 등이 대표적인 유발물질이다.

또 바이러스 감염, 대기 오염, 담배연기, 황사 등이 악화 인자로 작용할 수 있다. 질환의 종류로는 알레르기 비염, 천식, 아토피 피부염, 급·만성 두드러기, 약물 알레르기, 식품 알레르기 등이 있다.

아주대병원 알레르기내과 박해심 교수는 “알레르기 비염은 전 국민의 20% 정도, 기관지 천식은 5~10%로 추정될 정도로 환자가 많다”면서 “이런 질환들은 고혈압이나 당뇨병과 같이 적절한 치료와 관리를 통해 정상적인 생활을 유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해심 교수가 외래 진료실에서 천식환자에게 흡입제의 사용 방법과 효과 등을 알려주고 있다. 아주대병원 제공

박해심 교수가 외래 진료실에서 천식환자에게 흡입제의 사용 방법과 효과 등을 알려주고 있다. 아주대병원 제공


알레르기 질환의 예방을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이 실내외 환경 정리다. 집안 내 진드기가 많이 서식하는 카펫·천소파·커튼 등을 가급적 사용하지 않고, 실내 온도와 습도를 조절하는 것이 중요하다. 개인 취향이지만 털이 있는 애완동물도 질환의 원인이 될 수 있다. 꽃가루와 곰팡이, 바퀴벌레 등에 대한 노출 또한 줄여야 한다. 국가적 차원에서 대기 오염을 줄이고 급격하게 진행하는 기후변화에 대한 정책 수립이 시급하다.

질환 치료에는 환경 관리, 약물 치료, 알레르겐 면역 치료 등이 적용되고 있다. 박 교수는 “증상을 나타내는 기관인 코점막, 기도, 피부에 직접 뿌리는 국소 요법제가 주된 치료제로 대체로 장기간 사용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최근 각광받고 있는 알레르겐 면역 치료는 장시간이 소요되는 점이 문제지만 약제 사용을 줄이고 삶의 질을 높이며, 근본적인 치료를 기대할 수 있다. 알레르기 질환은 사시사철 발병한다. 여름에는 집먼지 진드기가 크게 늘어나므로 습도·온도 조절과 먼지 청소 등 청결에 주의하고 봄·가을에는 꽃가루 수치가 높아져 외출 시 조심해야 한다. 겨울에는 각종 바이러스 감염으로 증상이 생기거나 악화되기 쉬우므로 감기·독감 등에 주의하고 갑자기 찬 공기를 흡입하는 일을 삼가야 한다.

부모 한쪽이 알레르기 환자면 50%, 양쪽 모두 환자면 70% 이상의 자녀에서 알레르기가 생긴다고 한다. 가족력이 있으면 임신 단계부터 교육을 받고 예방법을 써야 환자 발생을 줄이고 증상도 완화시킬 수 있다. 알레르기를 완전히 예방하는 방법은 없지만 질병을 줄이고, 진행을 억제하는 치료법이 개발돼 환자들의 삶의 질이 크게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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