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성 위염 ‘장상피화생’을 위암으로 진행하는 유전자 변이 밝혀졌다

김태훈 기자
정상적인 위점막과 위암 진행 가능성이 높은 장상피화생 위점막의 차이를 보여주는 모식도. 서울대병원 제공

정상적인 위점막과 위암 진행 가능성이 높은 장상피화생 위점막의 차이를 보여주는 모식도. 서울대병원 제공

국내 연구진이 참여한 국제 공동연구팀이 ‘장상피화생’이 위암으로 진행되는 현상에 관여하는 유전자 변이를 규명했다.

서울대병원 정현수 교수와 싱가포르국립대병원·듀크싱가포르국립대의과대학 공동연구팀은 1256개의 위 조직 샘플을 유전적으로 분석한 역대 최대 규모의 장상피화생 유전자 분석 연구 결과를 국제학술지 ‘캔서 셀(Cancer Cell)’에 게재했다고 30일 밝혔다. 연구진은 위암으로 진행하는 장상피화생 세포의 특성을 파악하고, 이를 바탕으로 위암 진행 고위험군을 선별할 수 있는 모델을 함께 제시했다.

위암은 전 세계적으로 발생률 5위, 사망률 4위를 차지하는 암이다. 특히 지속적인 염증반응 때문에 위점막이 파괴되는 장상피화생 환자는 위암 위험이 6배까지 높아진다. 이제껏 장상피화생이 어떻게 발생·진행하는지를 밝힌 연구는 없어 장상피화생으로 진단받은 뒤 언제, 얼마나 심각한 위암으로 진행될지는 예측하기 어려웠다.

연구진은 장상피화생 환자의 위 조직 샘플을 바탕으로 유전체의 정보와 특징을 분석하는 게놈 프로파일링을 실시했다. 그 결과 장상피화생 발달 및 진행과 관련된 암유발유전자 26개를 식별할 수 있었다. 특히 줄기세포 행동조절 유전자인 ‘SOX9 돌연변이’는 장상피화생 조직에서 풍부하게 관찰됐다. 장상피화생이 위암으로 진행됨에 따라 단계적으로 암유발유전자 돌연변이 개수가 증가하고 장내 줄기세포 클론(세포 집단)의 크기는 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단일 세포 시퀀싱 분석 결과 장상피화생 조직 내 일부 줄기세포 계통 클론은 초기 위암 세포와 유사한 형태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이에 대해 장상피화생 세포가 주변 미생물군 및 미세환경과의 상호작용으로 쉽게 변화하면서 위암 세포가 되는 것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연구진은 장상피화생 환자 중 위암 진행할 위험이 높은 고위험군을 조기 식별하기 위한 위암 진행 예측 모델을 개발했다. 돌연변이 개수, 클론 크기 등의 유전적 특성과 환자의 임상 변수인 연령, 흡연경력, 펩시노겐 지수 등을 결합해 예측 정확도를 높였다. 이렇게 유전자 특성까지 임상 변수와 결합한 예측 모델의 민감도와 특이도는 각각 88.2%, 87.6%로, 임상 특성만 활용한 모델(각각 70.6%, 68.3%)보다 정확했다.

연구진은 장상피화생 환자 중 위암 진행 최고 위험군으로 예측된 환자를 지속해서 살피는 한편, 암으로 진행하기 전에 항염증제·항균제 치료로 세포 집단을 조절하면 치료 결과를 개선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현수 교수는 “이번 연구 결과는 유전자 프로파일링 기술이 장상피화생 환자군의 위험을 비교적 정확하게 계층화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며 “이 결과를 바탕으로 장상피화생 환자 중 위암 진행 가능성이 큰 고위험군과 저위험군을 구분해 각각에 서로 다른 검사와 치료 전략을 수립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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