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린 다리 시린 발 알고 보니 ‘하지정맥류’

김태훈 기자

<< 울퉁불퉁 핏줄은 없었는데? 눈에 안 보이는 하지정맥류 증상

‘하지정맥류’를 보통 종아리 쪽의 혈관이 울퉁불퉁하게 튀어나오는 질환으로 여기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실제 병원을 찾는 환자들이 더 많이 호소하는 증상은 따로 있다. 다리가 붓고 무겁게 느껴지거나, 밤마다 다리에 쥐가 나서 잠을 자기 힘들어지는 등의 증상이 대표적이다. 그 밖에도 다리가 저리고 후끈거리는 듯한 감각이나, 발이 너무 차갑고 발바닥에 통증이 느껴지는 등 다양한 증상이 나타난다. 겉으로 드러난 혈관에 이상이 없어도 다리에 이상을 느끼면 병원을 찾으라고 전문가들이 조언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저린 다리 시린 발 알고 보니 ‘하지정맥류’

하지정맥은 발목부터 사타구니를 거쳐 심장으로 혈액을 보내는 혈관이다. 이 정맥이 3㎜ 이상 확장되어 기능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만성 정맥질환이 바로 하지정맥류이다. 정맥 혈관벽에는 판막이 있어 혈액이 역류하지 않고 한 방향으로만 순환할 수 있게 한다. 그런데 다양한 위험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이 판막에 이상이 생기면 하지정맥류가 생긴다. 판막이 제 역할을 못해 다리 혈액이 위로 올라가지 못하고 정체되면 정맥에 가해지는 압력이 지속해서 증가하고 혈관이 늘어나는 것이다.

하지정맥류를 일으키는 위험요인은 여러 가지다. 가족력, 임신이나 출산, 복부비만 또는 복압을 증가시키는 만성질환도 하지정맥의 압력을 높일 수 있다. 직업 특성상 하루 6시간 이상 서 있어야 하거나, 의자에 오래 앉아 있을 때, 특히 습관적으로 다리를 꼬고 앉는다면 발생하기 쉽다. 이 중 가장 높은 비율로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가족력이나 유전적인 요인이다. 그다음으로는 임신이 꼽히는데, 자궁이 커지면서 복압이 높아지는 물리적인 요인 외에 임신 기간의 호르몬 변화 또한 영향을 미친다.

겉으로 드러난 혈관에 이상 없어도
다리 불편함 느끼면 병원 찾아야
가족력·복부비만·임신 등도 원인

장시간 같은 자세로 있는 일 피하고
주기적 스트레칭·적정 체중 유지
약물치료 외 고주파·레이저 시술
문제되는 혈관 제거·폐쇄 수술도

하지정맥류로 병원을 찾는 환자는 계속 늘어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국민관심질병통계를 보면 하지의 정맥류(질병코드 I83) 때문에 진료를 받은 환자는 2018년 26만2384명에서 2022년 39만7699명으로 51.6% 늘었다. 2022년 기준 여성이 차지하는 비율이 69.9%였고, 연령별로는 60대 환자가 24.4%, 50대가 23.1%를 차지해 장년층 여성들에게서 비교적 흔하게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리가 붓고 무거워 병원을 찾았을 때 하지정맥류인지를 진단하기 위해선 혈관 초음파로 판막의 기능을 먼저 확인한다. 혈관 초음파는 금식을 하거나 조영제를 투여하지 않고도 쉽고 확실하게 진단이 가능한 방법이다. 판막이 망가져 혈액의 역류가 생기는지, 만일 그렇다면 발생 위치와 역류 속도 등은 어떤지도 함께 파악할 수 있다. 그 밖에 외상 때문에 하지정맥류가 발생한 경우나 혈관 기형이 있는 경우에는 컴퓨터단층촬영(CT)으로 혈관의 해부학적 구조를 확인할 수도 있다.

저린 다리 시린 발 알고 보니 ‘하지정맥류’
◆하지정맥류 예방을 위한 생활수칙
→ 같은 자세로 장시간 서거나 앉아 있지 않기
→ 스키니진이나 레깅스 같은 꽉 끼는 옷 피하기
→ 쉬는 시간에 틈틈이 다리를 쿠션에 올려 심장보다 높게 두기
→ 적당히 걸어 다리 정맥 흐름을 원활하게 하기
→ 사우나·찜질방 등 너무 뜨거운 곳 피하기
→ 의료용 압박스타킹 착용하기
→ 정맥에 가해지는 압력을 낮추기 위해 체중 조절하기

하지정맥류는 응급질환이 아니기 때문에 진단을 받았다고 해서 당장 치료가 필요하지는 않다. 증상이 심하지 않은 경우에는 생활습관 교정을 통해 개선할 수 있다. 오래 서 있거나 앉아 있는 것을 삼가고, 직업 특성상 서거나 앉은 자세를 오래 유지해야 한다면 스트레칭을 자주 해주는 것이 좋다. 조성신 강동경희대병원 혈관외과 교수는 “저녁에 증상이 심해지기 때문에 귀가하면 15㎝ 이상의 쿠션에 다리를 올리고 충분히 휴식을 취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며 “의료용 압박스타킹을 착용하면 단순히 다리를 조이는 것이 아니라 발목부터 서혜부까지 점차적으로 압력을 늘려줘 정맥 순환에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증상이 있는데도 치료를 받지 않고 방치하면 발목 부위의 피부색이 변할 수도 있고, 궤양 등의 합병증이 생기기도 한다. 치료를 받고서도 증상이 잘 개선되지 않는다면 약물치료나 수술·시술을 고려해볼 수 있다. 약물치료는 혈관의 투과도를 낮춰주는 약을 복용해 혈관기능을 개선시켜 증상을 완화하는 방법이다. 다만 이미 문제가 생긴 혈관을 되돌릴 수 있는 근본적인 치료가 아니라는 한계는 있다.

수술은 정맥을 흐르는 혈액이 정체되는 것을 막아줘 원활히 순환할 수 있게 하는 근본적 치료법이다. 고전적인 수술법으로는 피부를 절개해 문제를 일으키는 혈관을 제거하는 방법이 있다. 혈관을 아예 제거하기 때문에 재발률은 적지만 신경손상과 통증 등 약간의 합병증이 있을 수 있다. 이 때문에 최근에는 문제가 되는 혈관을 폐쇄하기 위해 작은 구멍을 뚫고 도관(카테터)을 삽입하는 ‘혈관 내 치료’를 많이 시행한다. 혈관을 폐쇄해도 피가 다른 혈관으로 우회해 흐르기 때문에 하지정맥류 증상은 사라진다.

고주파나 레이저를 이용한 시술인 하지정맥폐색술도 있다. 열을 발생시켜 혈관을 태워 폐쇄하는 원리다. 열 때문에 주변 근육과 신경에 통증을 일으킬 수 있어 마취가 필요하지만, 절개를 최소화하므로 부작용이 적고 일상생활로의 복귀도 빠르다는 장점이 있다. 조 교수는 “다양한 치료방법이 있는 만큼 먼저 환자의 증상과 질환의 정도를 먼저 고려한 후 추가로 미용적·시간적 측면을 보고 결정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하지정맥류는 노화로 나타나는 질환의 일종이기 때문에 완전한 예방은 어렵다. 다만 정맥의 기능이 떨어지는 것을 미리 방지해서 증상이 나타나는 것을 늦출 수는 있다. 가족력이나 임신·출산 등의 위험인자가 있을 경우 의료용 압박스타킹을 신으면 예방 역할도 하는데, 이렇듯 이미 증상이 나타난 환자가 치료를 위해 지켜야 하는 생활수칙이 예방에도 똑같이 도움이 된다. 비만으로 복압이 높아지지 않도록 적정 체중을 유지하는 것이 좋으며, 오랫동안 같은 자세로 서 있는 등 하체 혈관에 부담을 주는 일도 최대한 피해야 한다. 조성신 교수는 “불가피하게 해당 자세를 취해야 한다면 3분마다 한 다리씩 교대로 올렸다 내렸다 하거나, 발목을 까딱까딱해서 종아리 근육을 움직여 정맥의 순환을 도와주는 것도 도움이 된다”며 “혈액순환을 방해하는 꽉 끼는 옷이나 지나치게 높은 하이힐도 피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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