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리피리치킨·분짜를 아시나요?···박신혜의 ‘빠져드는 맛’ 세계음식 5가지

장회정 기자

몸이 기억하는 여행의 감각이 스멀스멀 피어오르는 여름 휴가철이다. 오감 중 미각의 추억이 유난히 간절한 이들이 있다. ‘이미 아는 맛’보다는 ‘먹어보지 못한 맛’을 위해 늘 여행을 계획했던 박신혜 작가도 그중 한 명이다. 여행 계획을 짤 때면 꼭 가봐야 할 미술관을 찜한 뒤 미술관 근처에서는 뭘 먹어야할 지를 ‘조금 더’ 고민했던 박 작가는 해외여행길이 막히자 비로소 그것이 자신의 낙이자 취미라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고 했다.

남다른 식탐과 호기심으로 세계의 음식을 섭렵하고 있다는 박신혜 작가. 사진| 박신혜 제공

남다른 식탐과 호기심으로 세계의 음식을 섭렵하고 있다는 박신혜 작가. 사진| 박신혜 제공

“코로나가 아니었다면 가지요리를 제일 맛있게 만들어 먹는 터키에 가봤을 것”이라는 박 작가는 푸념만 하지 않고 서울 반포의 터키음식점을 찾아갔다.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유튜브로 터키 요리 탐방에 나섰다. 영어 자막이 없는 경우에는 재료 소개에 나오는 터키어를 마치 그림 맞추듯 추출해 구글로 번역한 뒤, 관련 자료를 탐색했다. 그리고 재료를 구해 집에서 직접 만들어봤다.

“아직 가보지 못한 나라의 음식 만들기에 하나둘 도전하다 보니 중동 요리는 향신료 범벅이라는 편견을 깰 수 있었고, 터키만큼 자연 식재료의 조합이 뛰어난 요리를 만드는 나라도 드물다는 걸 알게 됐어요.”

음식으로 하는 세계 여행을 통해 ‘먹어보지 못한 맛’은 ‘아는 맛’이 됐고, 그 맛을 나누고 싶어 책 <트래블 인 유어 키친>(브레인스토어)까지 쓰게 됐다. 가까운 중국과 일본부터 유럽, 아프리카까지 28개국 33개 요리 레시피를 담았다. 이제 골목 상권까지 진입한 동남아시아 음식점에서 맛볼 수 있는 나시고렝(인도네시아), 분짜(베트남)를 비롯해 발렌시아식 빠에야(스페인), 버터치킨카레(인도), 노르망디 포크(프랑스), 보르쉬(러시아), 로파 비에하(쿠바), 졸로프 라이스(나이지리아) 등 눈에 익은 이름부터 발음조차 낯선 음식의 조리법이 망라됐다.

정유정 작가의 신작 <완전한 행복>의 주인공 유나가 자주 만드는 굴라시도 등장한다. “고기를 부드럽게 하기 위해 최소 3시간은 조리해야 하지만 엄청 맛있다”는 박 작가의 설명을 듣다보니, 극단적 나르시시스트 유나의 또 다른 면을 보는 것 같다.

생강과 샤프론. 좀 더 예쁜 책을 만들어 보고 싶은 욕심에 박 작가는 책에 등장하는 식재료 그림도 직접 그렸다. 취미가 그림 그리기라 가능했다고.

생강과 샤프론. 좀 더 예쁜 책을 만들어 보고 싶은 욕심에 박 작가는 책에 등장하는 식재료 그림도 직접 그렸다. 취미가 그림 그리기라 가능했다고.

국가 및 음식 선정 기준은 ‘가서 맛있게 먹은 음식과 가고 싶은 나라’에서 비롯됐지만, 결국엔 “나를 매료시키는 이야기가 있는 요리”로 귀결됐다. ‘요리책’ 치고 음식과 국가에 대한 글이 많은 이유이기도 하다.

“삶에서 가장 공허함을 느낄 때 요리에 빠져드는 제 자신을 발견하곤 했습니다. …새로운 요리에 도전하고 완성된 요리를 맛볼 때마다 작은 작품을 하나 완성하는 것과 같은 성취감을 느꼈기 때문입니다.” (<트래블 인 유어 키친> 저자 서문 중)

‘남다른 식탐과 호기심’을 가진 박신혜 작가의 이번 여름 휴가 계획을 물었더니, ‘향토요리 탐방’이라고 답했다. KBS <한국인의 밥상>에 나오는 음식을 먹어보고 싶은데, 그런 메뉴를 갖춘 식당 찾기가 쉽지 않다고 했다. 박 작가는 요리나 여행 전문가는 아니다. “외국어와 요리를 좋아하는 평범한 직장인 ‘요리 오타쿠’”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오늘은 뭐 해먹을까.’ 점심을 구상하며 쓴 글이 쌓여 온라인(브런치)에서 이름을 얻었고 발이 묶인 지난 1년 여 다른 나라 요리를 찾다보니 늘 새로운 요리를 만들고 있더라고 했다.

박신혜 작가는 “외국어와 요리를 좋아하는 평범한 직장인 ‘요리 오타쿠’”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사진| 박신혜 제공

박신혜 작가는 “외국어와 요리를 좋아하는 평범한 직장인 ‘요리 오타쿠’”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사진| 박신혜 제공

33개 요리 중 박신혜 작가 선정, 조리가 쉬운 음식은 시홍스차오지단 > 바냐카우다 > 나시고렝 > 분짜 > 기로스 > 아이리시 스튜. 맛으로는 이맘 바이얄디 > 하차푸리 > 아이리시 스튜 > 차슈판 > 롱가니사 순이다.

박 작가는 “나시고렝의 경우 삼발소스만 있으면 수월하게 만들 수 있다”며 “과거에는 이태원의 외국 식자재마트에 가야 살 수 있었지만 요즘은 온라인몰에서 각국의 식재료 및 양념을 구입할 수 있어서 편리하다”고 했다. 박 작가와 상의한 결과, 맛있으면서도 비교적 만들기 수월한 세계 요리 5개의 레시피를 골랐다. <트래블 인 유어 키친>에 보다 자세한 재료의 양과 조리법이 담겨 있다.

▲중국 - 시홍스차오지단

피리피리치킨·분짜를 아시나요?···박신혜의 ‘빠져드는 맛’ 세계음식 5가지

낯익은 ‘토마토 계란 볶음’인데 약간의 국물이 배어나도록 조리했다. 토마토의 감칠맛이 어떤 것인지 확연히 느끼게 되는 조리법이다.

① 기름을 두른 팬에 미리 풀어놓은 달걀을 올린 뒤 주걱으로 저어가면서 스크램블드 에그를 만들어 옮겨둔다.

② 팬에 식용유 1큰술을 두르고 잘게 썬 마늘과 대파를 볶다가 웨지모양으로 썰어놓은 토마토를 넣고 볶는다.

③ 토마토가 익어 즙이 배어날 무렵 스크램블드 에그를 넣고 소금과 설탕으로 간한다. 계란에 토마토즙이 살짝 배어들 때까지 1~2분간 더 볶는다.

▲베트남 - 분짜

피리피리치킨·분짜를 아시나요?···박신혜의 ‘빠져드는 맛’ 세계음식 5가지

얇은 버미셀리 쌀국수와 각종 잎채소를 곁들인 돼지고기 석쇠구이 요리다. 추운 계절에 뜨끈한 국물 쌀국수가 제격이라면, 더운 여름에는 분짜가 제철이다.

① 한입 크기로 자른 돼지고기는 다진 마늘·다진 샬럿(혹은 양파)·굴소스·설탕·꿀·치킨스톡 각 1큰술, 후추 반큰술을 넣고 간을 해 30분에서 1시간 정도 냉장실에 재워둔다.

② 당근은 반달 모양으로 썰어 소금에 15분 간 절였다가 물기를 제거하고 설탕 1큰술, 식초 2큰술과 함께 1시간 정도 상온에서 절인다.

③ 물, 설탕, 피시소스를 6:1:1의 비율로 냄비에 넣고 끓이다가 설탕이 녹으면 불을 끄고 식힌다.

④ 양념한 돼지고기를 석쇠에 굽거나 프라이팬에 익힌다.

⑤ 고기와 절인 채소 및 잎채소를 한 상에 차린다. 식혀둔 피시소스를 곁들이고 기호에 따라 레몬이나 라임즙, 마늘이나 고추를 더한다. 삶아 놓은 쌀국수나 밥과 함께 먹으면 든든한 한 끼가 된다.

▲이탈리아 - 바냐카우다

피리피리치킨·분짜를 아시나요?···박신혜의 ‘빠져드는 맛’ 세계음식 5가지

따뜻하게 데운 상태에서 각종 채소를 찍어먹는 딥(dip) 소스. 만들기 쉽고 여름철 입맛을 돋우기에 좋은 애피타이저다.

① 마늘 6쪽을 절구에 넣고 곱게 빻다가 엔초비 6필레를 넣어 함께 빻는다.

② 팬에 올리브오일 반 컵을 넣고 데우다가 약불로 줄이고 버터를 3큰술을 넣는다.

③ 버터를 녹인 팬에 빻은 마늘과 엔초비를 넣고 약불에 5분 정도 끓이다가 불을 끈다. 입맛에 따라 레드와인식초 2큰술이나 칠리 플레이크를 약간 넣는다.

④ 파프리카, 당근, 오이, 감자, 브로콜리, 콜리플라워 등 냉장고 사정에 따라 준비한 채소를 완성된 바냐카우다에 찍어먹는다. 채소는 생으로 먹어도 되고 구워도 좋다.

▲아일랜드 - 아이리시 스튜

피리피리치킨·분짜를 아시나요?···박신혜의 ‘빠져드는 맛’ 세계음식 5가지

박 작가는 우리와 비슷한 역사를 가진 아일랜드 농민들이 즐겨먹던 소박한 음식이라며 “간단하지만 뭔가 애틋해지는 맛”이라고 소개했다.

① 식용유를 두른 팬에 2~3cm 크기로 자른 소고기 혹은 양고기를 넣고 갈색빛이 돌 때까지 익힌다.

② 고기를 꺼낸 팬에 한입 크기로 썬 양파를 넣고 익히다가 버터 1큰술을 넣어 녹인다.

③ 버터를 녹은 팬에 밀가루 1큰술반을 넣고 3분 정도 볶다가 치킨스톡 큐브 하나와 물 3컵, 로즈마리 약간을 넣는다.

④ 위의 팬에 볶아둔 고기를 넣고 1시간 정도 끓여 부드럽게 익힌다. 재료가 눌어붙지 않게 살살 저어주다가 당근, 감자를 넣고 익을 때까지 뭉근히 끓인다. 소금과 후추로 간한다.

▲모잠비크 - 피리피리치킨

피리피리치킨·분짜를 아시나요?···박신혜의 ‘빠져드는 맛’ 세계음식 5가지

‘피리피리’(혹은 페리페리)는 고추로 만든 소스를 의미한다. 박 작가가 호주 여행 중 ‘난도스’에서 먹고 반해서 이후 직접 만들어본 메뉴다. 난도스는 1987년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탄생한 세계적인 치킨체인점이다.

① 양파·파프리카 1개, 홍고추 2개, 레몬 1개분 즙, 마늘 10개, 카옌페퍼 3개, 월계수잎 3장, 파프리카 파우더·오레가노·설탕·소금 1큰술, 식용유 1컵, 후추 약간을 믹서에 넣고 갈아 피리피리소스를 만든다.

② 적당한 크기로 토막낸 닭고기에 소금으로 밑간을 한 뒤, 피리피리소스를 고루 바른다.

③ 180도 오븐에 20분 정도 굽고, 온도를 200도로 올려 5분을 추가로 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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