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대신 ‘인형’을 홍콩 여행 보냈습니다”

이유진 기자
‘아무래도 집콕’의 ‘디디’도 주인 도대체 작가의 홍콩 여행 ‘한’을 풀어주기위해 대신 나섰다. 침사추이 야경을 배경으로 상념에 잠긴 디디의 뒷모습 사진을 보고 도 작가는 “어쩐지 감정이입이 된다”며 즐거워했다. 사진|인터파크투어

‘아무래도 집콕’의 ‘디디’도 주인 도대체 작가의 홍콩 여행 ‘한’을 풀어주기위해 대신 나섰다. 침사추이 야경을 배경으로 상념에 잠긴 디디의 뒷모습 사진을 보고 도 작가는 “어쩐지 감정이입이 된다”며 즐거워했다. 사진|인터파크투어

지난달 26일 국내 여행객 20명이 홍콩으로 단체 여행을 떠났다. 홍콩이 여행제한 완화 국가였던가. 여행객의 단체 사진을 보니 곧 이해됐다. 이름하여 ‘토이스토리’. 여행객들은 누군가의 ‘애착인형’으로, 주인 대신 떠나는 애장품 투어의 주인공이었던 것이다. 경향신문 토요툰 ‘아무래도 집콕’의 주인공이자 도대체 작가의 페르소나 ‘디디’도 이번 여행에 합류했다. 도대체 작가는 “몇 해 전 홍콩을 방문한 적이 있으나 공항·행사장·숙소의 반복이었을 뿐 다른 관광지는 갈 시간이 없었다”고 했다. ‘홍콩을 안 간 것도 아니요, 간 것도 아니’라는 아쉬움에 이번 디디의 홍콩 여행을 추진했다.

홍콩 거리를 만끽 중인 인형들, 현지 투어를 이끈 가이드 콩이 씨는 “‘인형투어’라는 드문 광경에 때로는 현지인의 호기심 어린 시선을 많이 받았다”고 전했다. 사진|인터파크투어

홍콩 거리를 만끽 중인 인형들, 현지 투어를 이끈 가이드 콩이 씨는 “‘인형투어’라는 드문 광경에 때로는 현지인의 호기심 어린 시선을 많이 받았다”고 전했다. 사진|인터파크투어

■“솜뭉치들이 무사히 홍콩 숙소에 도착했습니다”

26일 저녁, 솜뭉치들이 홍콩 숙소에 도착했다는 메시지를 받았다. 이윽고 29일 오전 단체 오픈채팅방이 개설됐다. 솜뭉치들의 사진을 기다리는 주인들의 설렘 가득한 메시지와 이모티콘은 여행을 앞둔 이의 마음 그 자체였다.

이번 ‘토이스토리’ 여행의 담당자 뽀송송씨는 “출발 전에는 인형들이 가장 좋아하는 낮은 습도를 유지하며 잘 보관했고, 떠나기 전 건강 체크도 완료했다”는 깜찍한 소식을 전했다.

여행 멤버들은 반짝이는 눈을 가진 아이돌 인형부터 익히 알려진 캐릭터 인형, 그리고 ‘찐’ 애착인형임을 입증하는 손때 묻은 인형까지 다양했다. 단체 여행 사진이 공개되자, 채팅방에는 ‘단체 사진을 자신의 SNS에 올려도 되는지’ 양해를 구하는 메시지가 쇄도했다. 투어 취재를 떠난 ‘디디’야말로 단체 사진 활용에 대한 허락을 구해야 하는 처지였다.

“자녀분들의 얼굴이 노출된 단체 사진을 기사에 게재해도 될까요?”

인형 주인들은 흔쾌히 승낙했다. “내 새끼 유명해지는 건가요?” “울 핑키가 기사에 날 일이 얼마나 있겠어요! 완전 감격.” “내 새끼 매스컴 데뷔, 너무 좋아요.” “내 새끼 얼굴 타야 됩니다. 제발 올려주세요.” “하~ 심장 터질 거 같아요. 내 새끼가 친구 복 있네요.”

이윽고 홍콩 여행을 전담한 가이드 콩이씨가 단톡방에 등장해 사진을 공개하며 홍콩 일정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애착인형들이 다녀온 홍콩 1일 투어 여행코스표. 사진|인터파크투어

애착인형들이 다녀온 홍콩 1일 투어 여행코스표. 사진|인터파크투어

■“우리 친구들이 여행한 코스를 안내해드리겠습니다!”

홍콩은 사계절이 존재하지만 아열대성 몬순기후로 연평균 최고기온 25.6도에서 최저기온 21.4도를 유지한다. 홍콩을 여행하기 가장 좋은 시기는 12월 말에서 2월까지다. 이 시기는 무난한 기온과 더불어 크리스마스와 설날 기념 ‘메가 세일 기간’이 있기 때문이다.

디디는 홍콩섬의 명소 소호거리를 투어하며 <중경삼림>에 나오는 미드레벨 에스컬레이터를 탔다. 또한 빅토리아 산정에 올라 홍콩 전경을 감상하기도 했다. 사진|인터파크투어

디디는 홍콩섬의 명소 소호거리를 투어하며 <중경삼림>에 나오는 미드레벨 에스컬레이터를 탔다. 또한 빅토리아 산정에 올라 홍콩 전경을 감상하기도 했다. 사진|인터파크투어

솜뭉치들의 첫 번째 코스는 홍콩섬이다. 디디는 홍콩섬에서 가장 트렌디한 장소인 소호 거리와 미드레벨 에스컬레이터로 향했다. 영화 <중경삼림>의 촬영지로 유명한 에스컬레이터를 중심으로 홍콩의 밤문화를 즐길 수 있는 펍, 클럽, 노천카페, 레스토랑이 즐비하다. 이 중 ‘타이청 베이커리’가 맛집으로 손꼽힌다. 부드럽고 달달한 영국식 에그타르트와 다양한 빵을 판매한다. 정해진 수량을 소진하면 문을 일찍 닫는다.

그다음은 빅토리아 피크. 홍콩의 제일 높은 빅토리아산을 오르는 가장 빠르고 보편적인 방법은 피크트램을 타는 것. 피크트램을 타고 산정에 닿으면 ‘백만불짜리’ 홍콩 전경을 감상할 수 있다. 해발 396m 지점에 위치한 피크타워의 ‘스카이테라스 428’은 홍콩 최고의 전망대다. 디디가 방문한 시점에는 피크트램이 보수공사 중이었다. 그럴 때는 택시나 버스로 이동해야 한다.

홍콩의 새로운 명물, 센트럴 대관람차. 홍콩섬과 주룽반도를 한 눈에 내려다볼 수 있다. 사진|인터파크투어

홍콩의 새로운 명물, 센트럴 대관람차. 홍콩섬과 주룽반도를 한 눈에 내려다볼 수 있다. 사진|인터파크투어

다음은 홍콩의 새로운 명물로 자리 잡은 센트럴 대관람차다. 외관 자체도 예쁘지만 대관람차 안에서 홍콩섬과 주룽반도를 내려다볼 수 있어 최근 많은 사람들이 찾는 인기 관광지다. 대관람차는 3바퀴 정도 돈다.

디디는 페리를 타고 홍콩섬에서 주룽반도로 고고! 왠지 디디도 신나보이는 건 나만의 착각? 사진|인터파크투어

디디는 페리를 타고 홍콩섬에서 주룽반도로 고고! 왠지 디디도 신나보이는 건 나만의 착각? 사진|인터파크투어

■“자, 홍콩섬 떠나 주룽반도로 갑니다”

홍콩섬에서 주룽반도로 넘어갈 때 통상 페리를 탄다. 홍콩의 상징이기도 한 페리는 비교적 저렴한 요금으로 이용할 수 있어 홍콩을 방문한다면 반드시 타야 할 교통수단이다. 페리는 주요 도시인 침사추이, 센트럴, 완차이, 훙함 등을 경유하며 홍콩섬과 주룽반도를 연결한다. 홍콩의 ‘티머니 카드’라 할 수 있는 ‘옥토퍼스 카드’를 이용할 수 있어 더욱 편리하다.

관광지에서 쇼핑, 먹거리 투어까지 홍콩 명소를 둘러보는 디디. 애착인형의 주인들도 “마치 홍콩 여행을 다녀온 기분”이라며 만족스런 소감을 전했다. 사진|인터파크투어

관광지에서 쇼핑, 먹거리 투어까지 홍콩 명소를 둘러보는 디디. 애착인형의 주인들도 “마치 홍콩 여행을 다녀온 기분”이라며 만족스런 소감을 전했다. 사진|인터파크투어

다음 관광지는 홍콩의 필수 관광 코스 중 하나인 ‘홍콩 스타의 거리’. 주룽반도의 해안선을 따라 홍콩섬을 바라볼 수 있도록 조성되어 있어 멋진 스카이라인을 감상할 수 있다. 밤에는 휘황한 건물 조명으로 인해 근사한 야경이 펼쳐진다. 불꽃놀이나 레이저쇼를 할 때는 구름떼 같은 인파가 몰린다. 레이저쇼 시작 전에 미리 자리를 잡아두어야 한다. 홍콩 스타의 거리 내 시계탑도 촬영 스폿이다. 디디도 잠시 들러 인증 사진을 찍었다. 이 근처에서 다수의 뮤직비디오, 영화, 예능 촬영이 이뤄진다.

다음으로 ‘1881 헤리티지’를 찾았다. 웅장한 규모의 건물과 역사적인 오브제들이 보존되어 있으며 지금은 쇼핑몰과 헤리티지 호텔, 전시 공간으로 활용 중이다. 홍콩 투어의 마지막 목적지는 넛츠포드 테라스다. 홍콩 밤문화의 중심지로 자리 잡고 있는 이곳은 저녁이면 친구와 가족 단위로 방문한 이들로 붐빈다.

사진 투어를 마친 솜뭉치의 주인들은 “마치 홍콩 여행을 다녀온 기분”이라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그 여운은 “다음에는 애착인형과 함께 같은 장소를 방문해 인증 사진을 찍고 싶다”는 여행에 대한 간절함으로 이어졌다.

디디의 홍콩 여행 사진을 받아본 도대체 작가는 “나 대신 인형이 가는 것에 무슨 의미가 있을까? 회의적이었는데, 막상 여행 사진을 보니 ‘너라도 즐거운 듯 보여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평소 인형에는 감정이입을 잘 안 하는 편인데 이번만큼은 어쩐지 감정이입이 된다. TV로 여행 프로그램을 보는 것과는 또 다른 기분이 든다”며 흡족한 후기를 전했다.

애착인형 ‘아바타’ 여행 <토이스토리> 홍콩행에 참가한 20개 솜뭉치들의 단체 사진. 사진| 인터파크투어

애착인형 ‘아바타’ 여행 <토이스토리> 홍콩행에 참가한 20개 솜뭉치들의 단체 사진. 사진| 인터파크투어

■인터파크투어 <토이스토리>

코로나19로 개점휴업 상태였던 여행업계에 기발한 아이디어 상품이 등장해 눈길을 끌었다. 인터파크투어는 나 대신 나의 애착 인형을 해외여행 보내는 ‘토이스토리’ 이벤트를 진행했다. 하늘길이 막히면서 쌓인 여행 갈증을 해소하고 대리만족할 수 있는 ‘아바타 여행’인 셈이다. 여행 대상 지역은 방콕, 대만(타이베이), 홍콩, 마카오, 일본(오사카·홋카이도·고베·교토·나라)에 이어 미주, 유럽 지역으로 확대됐다. 여행비는 근거리는 대부분 3만~4만원 선(일본 지역은 11만원)이고, 미주는 9만9000원, 유럽은 7만5000원이다. 신청 고객이 본인의 인형을 인터파크 본사로 보내면 이 인형을 현지로 발송해 1일 투어를 진행한다. 최대 20㎝ 이하 크기, 최대 500g 미만 무게의 천과 솜으로 된 인형을 권장한다. 인형은 7~8개 관광지를 돌고 인형 주인에게는 단체 사진과 개인 사진을 포함해 총 150여장의 사진이 전달된다. 애착 인형은 기념품과 함께 주인의 품으로 돌아온다. 11월 첫 주 현재 아시아 지역 상품 홈페이지에는 ‘최근 1주일간 71명이 예약했다’는 공지가 떴다. 고객만족도는 9.9로 상당히 높은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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