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투리가 사라져가 ~ 유”…충청, 학생들 방언 몰라

대전 | 윤희일기자 yhi@kyunghya

충남 예산읍 금오초등학교 윤희정 교사는 최근 학생들에게 “사투리를 조사해 오라”는 숙제를 냈다가 깜짝 놀랐다. 35명의 학생들이 낸 보고서에 충청도 사투리는 없었다.

학생들이 조사해온 사투리는 모두 경상도·전라도·강원도 사투리였다. 윤 교사는 ‘탑세기(먼지)’, ‘구락쟁이(아궁이)’, ‘대간하다(고단하다)’ 등 몇개의 충청도 사투리를 학생들에게 들려주고 의미를 물었다. 그런데 뜻을 아는 학생은 없었다.

충청도 사투리(방언)가 위기를 맞고 있다. 급격한 도시화와 함께 고유의 사투리가 빠르게 사라지고 있으나 지자체의 대책은 전무한 상태다.

학자들은 “최근 서해안 고속도로가 생기고 충남 서북부지역의 급격한 도시화 과정에서 외지인과 함께 표준말로 대변되는 서울지역 언어가 대거 유입되면서 충청도 사투리가 급격히 사라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어휘는 물론, ‘~헸슈’ 등의 고유한 어미, 느린 말투까지 모두 사라지고 있다는 것이다.

충청도 사투리를 대표하는 음운현상 중 ‘ㄱ’이 ‘ㅈ’으로, ‘ㅎ’이 ‘ㅅ’으로 변하는 구개음화 현상도 빠른 속도로 사라지고 있다.

신세대들은 ‘길’이 ‘질’로, ‘힘’이 ‘심’으로 변하는 등의 구개음화현상을 촌스러운 언어생활로 보고 사용을 꺼리고 있다.

학자들은 충청도 일대의 급격한 수도권화 및 도시화를 원인으로 꼽고 있다. 충남대 국어국문학과 한영목 교수는 “서울말을 쓰는 외지인들이 늘면서 지역 언어가 바뀌고 있다”며 “표준말을 중시하는 학교 교육과 방송도 사투리가 사라지는 주요 원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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