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만에 ‘타임캡슐’을 개봉했다…‘두근두근’ 뭐가 나왔을까

박준철 기자

인천 선학초등학교 개봉 행사

당시 재학생 400~500명 참석

가시오가피주 묻었던 전 교장

“한 잔씩 따라주겠다” 했지만

플라스틱 타임캡슐 4개 모두

빗물 차 내용물 파악 어려워

2003년 인천 선학초등학교에서 타임캡슐을 묻고 있다.|이명수 전 교장 제공

2003년 인천 선학초등학교에서 타임캡슐을 묻고 있다.|이명수 전 교장 제공

19일 오후 3시 인천 연수구 선학초등학교 교정 옆 운동장. 20년 전인 2003년 7월 19일 오후 3시 이 학교는 여름방학식에서 1~6학년 1983명과 교직원 70명 등 2053명이 타임캡슐을 학교 운동장에 묻었다.

지름 70㎝, 높이 1m짜리 붉은색 플라스틱 통 4개에 나눠 묻은 타임캡슐에는 ‘20년 뒤 나에게 쓰는 편지, 당시 내가 가장 아끼던 물건, 가족사진’ 등이 담겼다.

20년 후인 이날 굴착기가 굉음을 내며 운동장을 파자 빨간색 김장통의 타임캡슐이 모습을 드러냈다. 빗물이 들어가지 못하도록 실리콘과 비닐로 꽁꽁 싼 타임캡슐에는 학생들이 넣은 편지와 사진, 수첩, 야구공 등이 들어있다.

타임캡슐을 묻었던 당시 56세의 이명수 전 선학초등학교 교장(76)은 지금은 백발의 노인이 됐다. 이 전 교장은 타임캡슐에 ‘장수와 건강’을 기원하는 의미로 모조 황금거북과 가시오가피 담금주 5ℓ를 묻었다.

20년만인 19일 인천 선학초등학교 운동장에 묻었던 타임캡슐이 굴착기에 의해 꺼내지고 있다. |박준철 기자

20년만인 19일 인천 선학초등학교 운동장에 묻었던 타임캡슐이 굴착기에 의해 꺼내지고 있다. |박준철 기자

이 전 교장은 “타임캡슐을 개봉하는 날이 오기만을 기다렸고. 기대했던 타임캡슐을 열게 돼 가슴이 벅차다”며 “당시 가장 소중한 것들을 타임캡슐에 묻었던 학생들의 마음이 얼마나 설렐지 상상만 해도 기쁘다”고 말했다. 이 전 교장은 이어 “타임캡슐에서 나온 가시오가피 술을 이날 참석한 청년들에게 한 잔씩 따라주겠다”고 말했다.

이날 타임캡슐 개봉식에는 당시 1~6학년 재학생이던 400~500명이 참석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통해 개봉식을 알게 된 이들은, 20년이 지난 현재는 27~33세의 청년이다.

당시 1학년이었던 박선하씨(28)는 “타임캡슐에 아바타 스티커를 넣었다”며 “개봉식날을 손꼽아 기다렸다”고 말했다. 같은 1학년이던 신혜진씨(28)는 “타임캡슐에 수첩과 종이학을 넣었다”고 말했다.

7개월 된 아기와 함께 모교를 찾은 한은비씨(33)는 “당시 6학년이었으며, 무엇을 넣었는지 기억이 안나 기억을 찾으러 왔다”고 말했다.

그러나 당시 재학생과 교직원들의 기대와 달리 땅에 묻었던 4개의 타임캡슐에는 모두 빗물이 들어찼다. 사진과 편지들은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이다.

이날 타임캡슐 개봉식에 참석한 청년들은 “옛날 가장 소중했던 것이 무엇인지 알 수 없지만, 오랜만에 모교를 방문하고 친구들도 만나 소중한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20년 만인 19일 땅에서 꺼낸 인천 선학초등학교 타임캡슐.|박준철기자

20년 만인 19일 땅에서 꺼낸 인천 선학초등학교 타임캡슐.|박준철기자

2003년 인천 선학초등학교가 제공한 타임캡슐 증서.|이명수 전 교장 제공

2003년 인천 선학초등학교가 제공한 타임캡슐 증서.|이명수 전 교장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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