떡 말고 롤케이크···흔한 제주의 차례상

박미라 기자
제주의 차례상에 올라간 롤케이크(왼쪽)과 기름떡, 옥돔구이(오른쪽).

제주의 차례상에 올라간 롤케이크(왼쪽)과 기름떡, 옥돔구이(오른쪽).

제주의 한 가정에서 지내는 문전제상.

제주의 한 가정에서 지내는 문전제상.

제주 차례상에 생선 중 으뜸 옥돔국·옥돔구이 올려
집 지키는 문전신에게 올리는 문전제 문화 여전
친족 모여 집집마다 순회하며 차례 지내고 음복

김모씨(38·경기)는 시댁 제주에서 설과 추석 명절을 보내면서 색다른 차례상과 명절 문화에 깜짝 놀랐던 기억이 있다. 김씨는 “차례상에 떡 대신 빵이, 기름떡과 옥돔미역국이 올라가는 것이 새로웠다”며 “별도로 문전제를 지내고, 명절 아침 일찍 친척들이 모여 각 집을 돌며 여러번 차례를 지내는 것도 특이했다”고 말했다.

제주의 차례상과 명절문화는 육지의 다른 지역과 비교해 매우 이색적이다.

제주의 차례상을 보면 집집마다 차이는 있지만 떡 대신 빵이나 카스텔라, 롤케이크 등을 올리는 경우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카스텔라는 시루떡 크기만큼 특대형으로 빵집에 제작 주문하기도 하고, 롤케이크이 그 자리를 대신하기도 한다.

문모씨(45)는 “송편, 인절미, 백설기 같은 떡을 올리는 집도 있지만 카스텔라 같은 빵도 자주 올린다”며 “차례를 지내기 위해 방문한 친척집마다 음식을 싸주는데 꼭 빵이나 카스텔라가 들어있다”고 말했다.

기름떡(지름떡)과 빙떡도 차례상에 자주 올라간다. 기름떡은 찹쌀가루를 뜨거운 물로 반죽해 테두리가 톱니바퀴인 동그란 모양으로 찍어낸 뒤 기름에 지진 떡이다. 지져낸 뒤에 설탕을 뿌려 달콤하고 쫀득한 맛이 일품이다.

빙떡은 메밀가루를 반죽해 넓고 얇게 부친 뒤 무 숙채를 넣어 김밥처럼 돌돌 만 제주의 향토음식이다. 제주의 송편 모양도 특이하다. 제주 송편은 반달 모양의 육지의 송편과 달리 동그란 보름달 형태다. 동그란 모양 가운데를 오름 분화구처럼 살짝 누른 것도 특징이다.

옥돔은 제주의 차례상에서 빠질 수 없는 식재료다. 제주에서는 옥돔을 ‘생선’이라고 부르는데, 생선 중에서도 으뜸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 때문에 제주에서 ‘생선국’은 ‘옥돔국’을 의미한다. 차례상에 말린 옥돔을 구워서 올린다. 또 싱싱한 옥돔을 미역과 함께 끓인 옥돔미역국을 제사에 쓰는 국(갱)으로 자주 올린다.

과일은 사과, 배, 감, 귤, 포도, 바나나 등을 올린다. 추석 명절 차례상에 양하(제주어로 ‘양애’)를 무쳐 올리기도 한다.

제주에서는 제사나 명절을 지낼 때 별도의 상을 차려놓고 문전제를 함께 지내는 경우가 많다. 문전제(門前祭)는 집안을 지켜주는 중요한 신인 문신(門神)에게 제사를 올리는 것이다. 문전제는 무속신앙이 발달된 제주에서 무속 의례가 유교식 제사와 자연스럽게 혼합된 것으로 보여진다.

제주는 설과 추석 명절 아침이면 일가 친척들이 모두 모여 각 집을 순회하면서 차례를 지내고 식사를 한다. 집마다 순회하면서 차례를 지내고 또 지내다 보면 반나절, 길게는 종일이 걸리기도 한다.

다만 이 문화는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거리두기 방역수칙 때문에 최근 2년 사이에 상당부분 사라졌다. 올해 이 문화가 어느정도 부활할지도 주목되는 대목이다.

문씨는 “명절 아침 친척 20여명이 모여 다섯집을 집집마다 돌면서 차례를 지내다보면 오후 2~3시쯤 끝났다”며 “다만 작년과 재작년에는 코로나19 때문에 집집마다 맹질(명절) 먹으러 다니지 못했다”고 말했다.

집마다 방문해 차례를 지내고 음식을 나눠 먹은 후 돌아갈 때면 제사 음식을 나눠 포장해준다. 다섯집에서 차례를 지내면 빵과 떡, 전, 적 등 음식물이 포장된 봉투가 4~5개가 되는 것이다.

박순자씨(50·조천)는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까지도 이러한 명절 풍습이 온전히 있었는데, 코로나때 친척들이 모이지 못하면서 각자 차례를 지냈다”며 “음식을 하는 양이 줄고 차례가 빨리 끝나는 점은 좋은데 친척들이 다 같이 모이지 못하는 것은 아쉬운 부분”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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