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트럴파크’의 힘을 골목상권까지···연남동 끝자락 ‘세모길’의 골목재생

허남설 기자
서울 마포구 연남동 끝자락이 있는 ‘세모길’은 2015년 경의선숲길 조성 후 숲길에 면한 곳부터 까페, 공방, 책방 등이 들어서면서 인구가 유입되기 시작했다. 사진은 세모길에 있는 한 카페 전경. 서울시 제공

서울 마포구 연남동 끝자락이 있는 ‘세모길’은 2015년 경의선숲길 조성 후 숲길에 면한 곳부터 까페, 공방, 책방 등이 들어서면서 인구가 유입되기 시작했다. 사진은 세모길에 있는 한 카페 전경. 서울시 제공

서울 경의선숲길과 경의중앙선이 만나는 길목에 있는 마포구 연남동 ‘세모길’은 1960년대 생긴 마을이다. 양쪽으로 철로가 지나 주변 지역과 단절되고, 도시가스가 공급되지 않을 정도로 낙후된 곳이었다.

2015년 경의선 지하화로 생긴 숲길은 세모길에도 변화를 불러왔다. 연남동이 청년들이 즐겨찾는 거리가 되자, 그 끄트머리인 세모길까지 카페와 공방, 책방이 들어서 인구가 유입되기 시작했다. 아예 집을 짓고 눌러앉은 청년예술가도 있다. 주민들은 숲길에서 파생된 이 힘을 마을 골목까지 끌어오고자 했다. 주민협의체를 꾸려 도시가스 공급, 하수관 정비, 골목 단장 등을 논의하고 서울시 지원을 받아 실행했다. 주민들은 새로 태어난 골목이 동네 구석구석까지 새로운 가게와 사람을 불러들이는 바탕이 될 것이라고 기대한다. 골목상권의 경쟁력 확보에 관한 책 <골목길 자본론>을 쓴 모종린 연세대 교수는 “정부가 길을 터주면 골목상권이 들어서고, 골목상권이 들어오면 동네가 브랜드가 된다”고 했다.

서울시는 16일 “2018년 시작한 골목길 재생사업지 46곳 중 처음으로 10곳에서 재생사업을 마쳤다”며 “세모길처럼 30년 이상 된 오랜 골목길이 살기 편하고 매력적인 생활공간으로 변신 중”이라고 밝혔다. 골목길 재생사업을 완료한 곳은 세모길과 종로구 운니동·익선동, 용산구 후암동, 중구 장충동, 성동구 용답동, 금천구 독산동, 마포구 합정동, 영등포구 신길3동, 강남구 대치동, 강북구 수유1동 등에 있는 저층주거지다.

서울 마포구 연남동 세모길은 서울시 지원을 받아 골목길 담장과 보도를 새로 조성했다. 주민협의체가 논의한 내용을 바탕으로 주민 동의를 구해 추진된다. 서울시 제공

서울 마포구 연남동 세모길은 서울시 지원을 받아 골목길 담장과 보도를 새로 조성했다. 주민협의체가 논의한 내용을 바탕으로 주민 동의를 구해 추진된다. 서울시 제공

골목길 재생사업은 도로 폭 등 여건이 안돼 재건축을 할 수 없거나, 사업성 부족 등 이유로 재개발을 못하는 지역의 골목상권을 개선한다는 취지로 시작됐다. 세모길 역시 2010년 재건축지역으로 지정됐다가 2014년 해제된 곳이다. 정비사업이 좌절된 지역은 주민 공동체가 와해되면서 더욱 슬럼화되기 쉬운데, 골목길 정비사업은 이를 보완하는 대안이 될 수 있다.

서울시는 재생사업지에 경관 개선 등 사업비로 10억원을 지원한다. 사업 기간은 3년이며, 첫 1년 동안 주민협의체 구성과 요구사항 수렴·실행계획 수립 등을 한 후 2년 동안 본격적으로 골목 환경개선 사업을 실시하게 된다.

사업은 주민협의체가 직접 논의한 내용을 바탕으로 전체 주민 동의를 구해 추진된다. 용답동 용답21길 일대에선 비가 온 뒤 악취·오수와 무분별한 쓰레기 배출이 관건이었다. 재생사업으로 집집마다 빗물 홈통을 하수관에 직접 연결하고, 주민협의체에서 쓰레기 배출 공간을 합의해 문제를 해결했다. 익선동 삼임대로32길 일대에선 나대지를 야외쉼터로 바꿨다.

서울 성동구 용답동 용답21길 일대는 서울시 골목길 재생사업을 통해 빗물과 악취 문제를 해결하고, 무분별한 쓰레기 배출 장소도 주민협의체 합의를 통해 별도 지정했다. 서울시 제공

서울 성동구 용답동 용답21길 일대는 서울시 골목길 재생사업을 통해 빗물과 악취 문제를 해결하고, 무분별한 쓰레기 배출 장소도 주민협의체 합의를 통해 별도 지정했다. 서울시 제공

동네 기반시설뿐만 아니라 개별 주택도 개선할 수 있다. 집수리 비용의 최대 50%까지 지원하는 ‘서울가꿈주택 집수리 지원사업’은 골목길 재생사업지 내 주택에도 적용된다. 서울시는 “소규모 건축 활성화 방안도 새로 마련하고, 지역맞춤형 건축상담을 통해 집수리와 주거환경 개선을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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