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어공’ 난 자리에 ‘늘공’ 대거 승진

한대광 기자

올 하반기 간부 공무원 승진 규모, 지난 5년 평균 2배

오세훈 시장표 조직개편 이후 개방형 직위 10% → 6.7%

시의회 등은 “행정 다양성·전문성·시민참여 축소 심각”

서울시의 올해 하반기 간부 공무원 승진 인사 규모가 평소보다 2배가량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는 오세훈 서울시장 당선 이후 추진한 조직개편에 따라 개방직 공무원들이 나가면서 자연스럽게 승진 규모가 커졌다는 입장이다. 반면 서울시의회 등에서는 지방자치 활성화를 위해서는 개방직 공무원의 장점을 적극적으로 행정에 접목해야 함에도 조직개편을 명분으로 개방직을 내보내고 (직업)공무원들끼리 ‘승진잔치’를 벌이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하고 있다.

서울시는 올 하반기 인사를 위해 지난 21일 3급 8명을 승진 내정한 데 이어 4급과 5급 승진 대상 규모를 각각 29명, 137명으로 확정했다고 23일 밝혔다. 경향신문이 지난 5년 동안 의원면직·명예퇴직 등의 자연 감소를 제외한 ‘순수 승진인원’을 분석한 결과 2017년 상반기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9차례의 인사(상·하반기 인사)에서 3급 승진자는 평균 4명이다. 하지만 올해 하반기는 3급 승진자가 7명으로 1.7배가량 늘었다. 지난 인사에서 평균 7.4명인 4급 승진은 올해 하반기는 20명으로 2.7배나 늘었다. 평균 44명이었던 5급 승진자는 올해 하반기 85명으로 1.9배 증가했다.

서울시 공무원들은 승진자가 예년보다 2배가량 증가하자 크게 반기는 분위기다. 특히 10년 전 박원순 시장 취임 직후 1급 공무원 모두에게 사표를 받았던 것과 달리 오세훈 시장은 인위적 퇴출을 없애면서 인사에 따른 불안감도 해소된 상황이다. 서울시는 승진자가 많이 늘어난 이유에 대해 오 시장의 첫 조직개편안이 지난 15일 서울시의회를 통과하면서 이른바 ‘어공(어쩌다 공무원)’으로 불리는 개방형 임기제 공무원이 크게 줄어들고 대신 ‘늘공(늘공무원·직업공무원)’들의 승진 자리가 늘어난 것이라고 설명한다.

서울시는 오 시장 취임 이후 조직개편 작업을 벌이면서 임기제 공무원 임용이 가능했던 개방형 직위를 크게 줄였다. 이에 따라 그동안 개방직이 맡던 여성가족정책실장(1급), 서울민주주의위원장(2·3급), 서울혁신기획관(3급), 도시공간개선단장(3급), 공공개발기획단장(3급), 청년청 담당관(4급), 서울협치담당관(4급) 등 7자리를 직업공무원이 맡도록 했다. 이번 조직개편안으로 축소되거나 없어진 서울민주주의위원회, 서울혁신기획관, 도시공간개선단 등에는 ‘어공’과 ‘늘공’이 각각 절반가량씩 근무했다.

서울시의회 등에서는 개방형 직위의 장점을 행정에 접목해야 하는데 개방직 숫자를 크게 줄이는 것은 문제라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행정안전부도 ‘자치단체의 개방형 직위 및 공모직위 운영지침’을 통해 전문성·민주성·혁신성·조정성 등을 고려해 1~5급 정원의 10% 범위에서 개방형 임기제 공무원 채용을 권장하고 있다.

김정태 서울시의회 운영위원장은 “서울시가 오 시장 1기 당시 개방형 직위로 만들었던 여성가족정책관까지 없애면서 직업공무원 중심의 조직개편을 하는 바람에 10%가량이던 개방형 직위의 비율이 6.7%까지 떨어졌다”며 “직업공무원 중심의 조직 운영은 행정의 다양성·전문성·시민참여를 축소하는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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