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로 여는 문···차별 없는 공중화장실을 위한 ‘디테일’

허남설 기자
서울시 유니버설디자인센터가 리모델링한 양천구 신정3동 주민센터 내 ‘다목적 화장실’. 기존 장애인용 화장실에 영유아를 위한 의자, 기저귀교환대 등을 설치해 활용도를 높였다. 서울시 제공

서울시 유니버설디자인센터가 리모델링한 양천구 신정3동 주민센터 내 ‘다목적 화장실’. 기존 장애인용 화장실에 영유아를 위한 의자, 기저귀교환대 등을 설치해 활용도를 높였다. 서울시 제공

급히 공중화장실을 이용하려는데 아이를 안거나 짐을 들고 있어 문을 열 손이 없는 경우가 있다. 어깨로 문을 밀어 열고 들어갔는데, 정작 일을 볼 사이 아이를 앉힐 유아용 의자가 없다. 또 기저귀를 갈아야 하는데 아이를 눕힐 곳이 세면대뿐이다. 대개 남자화장실이라면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다. 장애인은 물론 성별과 나이에 따라서도 불편한 화장실은 아직 많다.

서울시 유니버설디자인센터는 14일 “서울시내 공중화장실이 고령자, 장애인, 영유아 동반 부모, 외국인 등 모두가 안전하고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유니버설디자인을 입는다”며 “구로구 구로2동, 양천구 신정3동, 마포구 망원2동 등 동주민센터 3곳을 선정해 공중화장실 리모델링을 최근 마쳤다”고 밝혔다.

유니버설디자인센터는 “화장실은 삶을 영위하는 데 꼭 필요한 시설”이라며 “대표적인 소규모 공공공간인 공중화장실은 다양한 사람이 안전하고 편리하게 이용하기 위한 유니버설디자인 적용이 꼭 필요하다”고 했다. 유니버설디자인은 성별, 연령, 국적, 신체 조건, 장애 유무 등 차이에 따라 차별과 불편을 겪지 않도록 설계하는 방식을 뜻한다. 키가 큰 사람, 힘이 약한 사람,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 무거운 짐을 든 사람도 고려할 대상이 된다.

유니버설디자인센터가 리모델링한 공중화장실 사례와, 이를 바탕으로 펴낸 ‘시민편의공간 유니버설디자인 적용안내서-공중화장실 편’에는 ‘보편적 화장실’을 위한 디자인 지침이 잘 드러난다.

화장실 출입문부터 유니버설디자인이 충분히 적용돼야 한다. 성별 출입구를 구분하기 쉽도록 하고(왼쪽 첫번째), 자동문 설치를 우선적으로 고려한다(두번째). 발로 여는 자동문 버튼(오른쪽 두번째)을 설치하면 누구나 쉽게 열 수 있다. 여닫이문은 키 차이를 고려해 위아래로 긴 손잡이(오른쪽)를 부착하는 게 좋다. 서울시 제공

화장실 출입문부터 유니버설디자인이 충분히 적용돼야 한다. 성별 출입구를 구분하기 쉽도록 하고(왼쪽 첫번째), 자동문 설치를 우선적으로 고려한다(두번째). 발로 여는 자동문 버튼(오른쪽 두번째)을 설치하면 누구나 쉽게 열 수 있다. 여닫이문은 키 차이를 고려해 위아래로 긴 손잡이(오른쪽)를 부착하는 게 좋다. 서울시 제공

화장실 출입문부터 유니버설디자인이 충분히 적용돼야 하는 부분이다. 휠체어를 탄 장애인이 들어갈 수 있도록 너비를 확보하고 단차 또한 없어야 한다. 자동문을 설치하면 누구나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지만, 자동문 버튼 위치 또한 신체 차이를 고려해야 한다. 유니버설디자인센터는 리모델링 공중화장실 자동문에 발로 누르는 버튼인 ‘풋 스위치’를 설치했다. 발로 열기 때문에 코로나19 확산으로 높아진 교차감염 우려도 줄일 수 있다.

출입문 옆 벽면엔 시각장애인이 화장실 성별을 구분할 수 있도록 점자표지판을 부착해야 하며, 장애인복지시설엔 화장실 위치를 알려주는 음성유도장치를 설치해야 한다.

유아용 의자와 기저귀 교환대는 성별에 상관 없이 모든 화장실에 설치한다. 기저귀 교환대 아래 온열기를 설치하면 겨울철에 아이가 춥지 않게 이용할 수 있다. 유니버설디자인센터는 장애인용 화장실이 이용도가 낮다는 이유로 자칫 청소용 물품을 보관하는 장소로 변용되기 쉽다는 점에 착안해, 영유아용 설비를 갖춘 ‘다목적 화장실’로 바꿔 활용도를 높이려고 했다.

양천구 신정3동 주민센터 화장실엔 기저귀교환대를 설치하면서 동절기 이용 시 아이가 따뜻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교환대 바닥에 온열대를 설치했다(왼쪽). 오른쪽은 남자화장실에 설치한 기저귀교환대. 서울시 제공

양천구 신정3동 주민센터 화장실엔 기저귀교환대를 설치하면서 동절기 이용 시 아이가 따뜻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교환대 바닥에 온열대를 설치했다(왼쪽). 오른쪽은 남자화장실에 설치한 기저귀교환대. 서울시 제공

대변기·소변기 주변에 물 내림 버튼이 어떤 방식으로 작동하는지 알려주는 점자나 눈에 띄는 안내판을 설치하는 것도 중요한 유니버설디자인 요소다. 시각장애인은 물 내림 버튼 작동 방식을 몰라 주변을 더듬어 버튼을 찾거나, 보호자에게 물을 내려달라고 요청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대변기 칸막이벽에 옷걸이가 있는 경우가 많은데, 키 차이를 고려해 1.2m, 1.6m 높이에 하나씩 부착하면 좋다. 불법촬영 범죄를 막기 위해 대변기 칸막이벽은 위·아래로 모두 막히도록 설계한다.

유니버설디자인 적용안내서는 유니버설디자인센터 홈페이지(http://www.sudc.or.kr/)에서 볼 수 있다. 유니버설디자인센터는 화장실 리모델링에 이어 수유실에 유니버설디자인을 적용하는 사업도 연말까지 완료할 예정이다. 서울시는 2016년 유니버설디자인 관련 조례를 제정했다. 지난해 ‘서울시 유니버설 디자인 종합계획 2020~2024’을 수립해 2021년부터 신축, 개·보수하는 모든 공공시설물에 유니버설디자인을 의무적으로 적용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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