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라, 이순신 장군의 승전비를 찾아보세요”…외국인 맞는 ‘AI 해설사’

김보미 기자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광화문광장 세종대왕 동상과 측우기 모형 앞 바닥에 인공지능 음성이 공간을 설명해주는 ‘광화문 AI 해설사’ 안내가 붙어있다. 김보미 기자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광화문광장 세종대왕 동상과 측우기 모형 앞 바닥에 인공지능 음성이 공간을 설명해주는 ‘광화문 AI 해설사’ 안내가 붙어있다. 김보미 기자

“올라(Hola), 50년 넘게 자리를 지킨 이순신 동상은 광화문광장의 상징입니다. 장군의 어록이 담긴 35개 승전비를 찾아 읽어보세요.”

17일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광화문광장 입구에서 이순신 장군 동상과 명량 분수의 의미를 스페인어로 설명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주인공은 MBC의 김대호 아나운서다. 건너편 광장 숲 입구에서는 느티나무를 일본어로 소개한다.

“한국에선 예로부터 마을을 지키는 상징이어서 정자 근처에 많이 심었습니다. 그래서 한국 전역에 천연기념물로 보호받는 오래된 느티나무가 많답니다. 고궁과 사찰, 양반집을 만드는 데도 쓰였죠. 광장 느티나무 그늘에서 여유를 즐겨보시길 추천합니다.”

광장 입구부터 전체를 잇는 역사물길, 광화문 앞 월대와 육조거리까지 방문객들에게 다양한 언어로 안내하는 목소리는 실제 음성이 아닌 인공지능(AI)이다. 광화문광장과 사옥이 인접한 KT와 서울시가 1년간의 협업으로 준비한 ‘광화문 AI 해설사’다.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광화문광장 이순신 장군 동상 옆 느티나무 앞에 인공지능 음성이 공간을 설명해주는 ‘광화문 AI 해설사’ 안내가 붙어있다. 김보미 기자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광화문광장 이순신 장군 동상 옆 느티나무 앞에 인공지능 음성이 공간을 설명해주는 ‘광화문 AI 해설사’ 안내가 붙어있다. 김보미 기자

광화문광장은 평일 오전 시간대에는 외국인이 더 많을 정도로 서울을 찾는 관광객들의 방문 필수 코스로 자리 잡았다. 한국의 역사적 상징물과 탁 트인 전망을 무료로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입소문이 났다. 날씨 등에 상관없이 언제든 갈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지난해 여름 전 세계 잼버리 스카우트 대원들이 서울을 방문했을 때 광장을 다녀가면서 소셜미디어 노출이 크게 늘었다”며 “외국인들에게 광장과 서울을 여러 언어로 안내하는 서비스를 구상하면서 AI 음성을 접목하게 됐다”고 말했다.

광장은 공간 특성상 규모가 큰 표지판 등을 설치하기 어렵다. 이에 KT 측에서 최근 기술 수준이 안정화된 ‘AI 보이스’를 제안했다. 30개 정도의 문장을 녹음하면 해당 음성으로 원하는 모든 문장을 만들어내는 생성형 AI 기술이다. 한국어뿐 아니라 영어·일본어·중국어·스페인어 역시 별도로 녹음하지 않아도 음성 합성이 가능하다.

광화문광장 내 14개 지점에 설치된 ‘AI 해설사’의 안내 영상 화면. 광화문 AI해설사 화면 캡쳐

광화문광장 내 14개 지점에 설치된 ‘AI 해설사’의 안내 영상 화면. 광화문 AI해설사 화면 캡쳐

광장 내 14개 지점을 선택해 바닥과 나무 사이에 작은 QR코드 안내판을 심었다. 스캔하면 아나운서들의 AI 음성에 1분 안팎의 짧은 영상을 입힌 콘텐츠를 볼 수 있다. 4~10월에만 물을 뿜는 한글 분수와 가을철 단풍이 진 은행나무의 모습도 관련 영상을 제공해 사계절 언제 찾아도 안내를 이해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AI 해설사’는 이순신·세종대왕 동상 앞에서 한국의 역사를 설명하고, 광장에 심은 소나무와 참나무, 팽나무 등을 통해 한국 고유의 식물과 생활상을 전달한다. 광장에 숨겨진 28개 한글 자음과 모음의 비밀도 안내한다.

김승원 서울시 균형발전본부장은 “광화문광장은 역사적인 장소인 만큼 전문적인 설명을 들으면 더 알차고 풍성한 추억을 만들 수 있는 공간”이라며 “‘AI 해설사’가 가이드 역할을 맡아 방문객들에게 광화문광장의 사계절과 600년의 서울 역사를 안내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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