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인줄 모르고 운반해준 주부, 대서양 외딴 섬서 감옥살이

조미덥 기자

1000억원대 코카인을 밀매한 한국인 국제 마약상이 7년 간의 추적 끝에 붙잡혀 한국 법정에 서게 됐다. 이 마약상은 형편이 궁핍한 한국인 주부, 대학생 등을 속여 운반책으로 동원했고 이들 운반책 중 3명은 대서양 외딴섬 등의 감옥에서 짧게는 1년 6개월, 길게는 5년까지 옥살이를 해야 했다.

서울중앙지검 강력부(김희준 부장검사)는 국내에서 일반인을 운반책으로 모집해 막대한 양의 코카인을 남미에서 유럽으로 밀수한 혐의(마약류불법거래방지에관한특례법 위반)로 조모씨(59)를 구속기소했다고 19일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조씨는 2004~2005년 국내에서 모집한 주부 장모씨(41) 등 운반책 12명을 통해 남미 가이아나·페루에서 유럽으로 코카인 48.5㎏을 밀수한 혐의를 받고 있다. 조씨가 밀수한 코카인 48.5㎏은 소매가 1600억원 상당으로 160만명이 동시에 투약할 수 있는 양이다.

조씨는 운반책들에게 마약을 금광 원석이나 보석이라고 속인 뒤 “1인당 소지량이 제한돼 있어서 그러니, 너희가 날라만 주면 400만~500만원을 주겠다”고 약속했다. 운반책은 주로 어린 딸을 둔 주부와 용접공, 결혼 준비 여성 등 돈이 필요하면서도 전과가 없는 사람들이었다.

운반책들은 남미로 건너간 뒤 조씨가 시키는대로 항공편을 통해 프랑스·네덜란드 등으로 코카인이 든 가방을 나르다가 현지 공항에서 적발되기도 했다. 그로 인해 주부 장씨가 한국인 통역도 없는 대서양의 프랑스령 마르트니크섬에 1년 6개월동안 갇히는 등 총 3명이 1년 6개월에서 5년 동안 수형생활을 해야 했다.

조씨는 국적까지 바꾸고 남미에 마약밀수 조직을 구축한 국제 마약왕이었다. 조씨는 1994년 사기 혐의로 수배를 받자 남미 수리남으로 도망쳤다. 친분이 있던 현지 고위직을 통해 수리남 국적을 얻는데 성공한 조씨는 남미 최대 마약카르텔과 연계한 뒤 한국과 현지에 밀수 조직을 구축했다. 현지인에게는 마약 구입을 맡겼고, 한국에는 운반책을 모집하는 피라미드 조직을 만들었다.

조씨는 2005년 이미 인터폴에 적색수배됐으나 국제 경찰의 수사망을 피해오다 2009년 7월 브라질에서 코카인을 거래한다는 첩보를 통해 브라질 현지 경찰에 붙잡혔다.

검찰은 법무부를 통해 브라질에 범죄인 인도청구를 했고 지난 2월 브라질 연방대법원이 최종결정을 내려 지난달 조씨를 압송해 왔다.

김희준 부장검사는 “한국인이 외국 국적을 취득한 후 국제 마약 거래에 한국인을 운반책으로 동원한 경우는 처음”이라며 “아직 공범이 남미에 남아있어 우리 국민을 이용한 범행이 계속될 염려가 있으니 주의가 요망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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