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안법상 무고·날조죄 확정은 1건뿐… 간첩 허위 신고한 ‘개인에 대한 판결’

장은교 기자

재판부 “보안법상 무고는 일반 무고보다 엄하게 처벌”

국가보안법상 무고·날조죄로 기소돼 대법원에서 확정판결을 받은 사건은 단 한 건이다. 이 사건은 죄가 없는 동료를 간첩이라고 신고하며 위조증거를 제출한 군인을 기소한 것이다. 국가정보원이나 검찰 등 수사기관이 증거위조 의혹을 받고 있는 이번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과는 차이가 있다. 그러나 법원이 보안법상 무고·날조죄의 유죄판단을 어떤 기준으로 하는지 가늠할 수는 있다.

대법원 1부(주심 김능환 대법관)는 2012년 보안법상 무고·날조 혐의로 기소된 윤모씨(50)에 대해 징역 3년6월과 자격정지 3년6월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육군 장교로 근무하던 윤씨는 같은 부대의 동료인 ㄱ씨로부터 횡령 혐의로 고소를 당하는 등 사이가 틀어지자 2009년 7월 ㄱ씨가 간첩행위를 했다고 기무부대 수사관에게 허위신고했다. 윤씨는 ㄱ씨가 밀입북해 북한 사람들과 접촉하고 북한 찬양행위를 하거나 북에 정보를 넘겨주기 위해 한국 군인들에 관한 신상정보를 모았다고 신고했다. 윤씨는 ㄱ씨의 자필문서에서 글자를 발췌한 뒤 포토샵 프로그램으로 ‘북한연계조직도’를 만들어 제출했다. 유우성씨 사건처럼 ㄱ씨의 간첩행위를 증명하기 위한 허위문서가 동원된 것이다.

윤씨의 신고로 ㄱ씨는 2010년 11월 체포돼 9일간 구금돼 조사를 받았다. 그러나 윤씨의 범행은 들통 났고 보안법상 무고·날조 혐의로 기소됐다.

1심은 윤씨의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했고 2심과 대법원도 1심 재판부의 유죄 판결 논리를 그대로 인용했다.

윤씨는 ㄱ씨를 간첩으로 신고한 것에 대해 “다른 사람으로부터 들은 내용을 사실로 믿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무고죄에 있어 범의는 미필적 고의로서도 족하다”며 “무고죄는 확신 없는 사실을 신고함으로써 성립하고, (신고자가) 그 신고사실이 허위라는 것을 확신함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윤씨가 ㄱ씨를 간첩이라고 확신할 수 없는 상황에서 수사기관이나 재판부에 간첩이라고 믿도록 진술하고 증거를 제출했다면 무고죄가 성립한다는 뜻이다.

재판부는 보안법상 무고 범죄는 일반 무고 범죄보다 더 엄하게 처벌해야 한다는 뜻도 밝혔다. 재판부는 “대한민국이 북한과 대치하고 있고 대한민국 국민 사이에서도 이념적인 갈등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대간첩 수사력은 적정하고 신중하게 발휘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일반적인 무고 범행도 국가의 형사사법기능을 적극적으로 침해하고 무고를 당한 사람에게 형사처분을 받을 고통과 위험을 가하는 것으로서 그 죄질이 매우 불량하다”며 “이에 더하여 이 사건과 같은 보안법의 무고는 국가의 안보와 국민의 자유·번영을 보호하기 위한 대간첩 수사력을 낭비하고 그에 대한 국민의 불신과 국민 사이의 갈등을 부채질할 위험이 있어 죄질이 더욱 불량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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