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 정보 유출 의심 땐 진상조사 후 내사 가능

허진무 기자

법무부 시행…검사들 ‘외압’ 우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검찰의 수사 정보 유출을 비판하며 추진한 ‘형사사건 공개금지 규정안’이 17일 확정돼 즉시 시행됐다. 검사·수사관의 피의사실공표가 의심되면 인권보호관이 직권으로 진상조사를 벌일 수 있고, 내사에 착수할 수 있다.

법무부는 이날 훈령 ‘형사사건 공개금지 등에 관한 규정’ 개정을 완료해 즉시 시행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추진했고, 추미애 전 장관이 2019년 12월1일 시행한 뒤로 처음 개정한 것이다. 법무부는 “국민의 알권리를 제고하고, 수사 동력 확보를 위한 ‘여론몰이형 수사 정보 유출’을 방지하며,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개정했다”고 밝혔다.

개정 훈령에선 새로 만들어진 제32조의2(인권보호관의 진상조사) 조항이 가장 눈에 띈다. 각 검찰청 인권보호관은 공보관이 아닌 검사나 수사관이 수사 정보를 의도적으로 유출했다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 ‘진상조사’에 착수한다. 조사 결과 범죄 여부를 확인할 필요가 있는 경우 ‘내사’를 할 수 있다. 수사 정보 유출에 대한 진정을 접수한 경우에도 내사를 할 수 있다. 내사란 수사 이전 단계로 범죄 유무를 확인하는 조사 활동이다.

이는 박 장관이 지난달 14일 ‘한명숙 전 국무총리 모해위증교사 의혹’ 합동감찰 결과를 발표하며 공개한 초안보다 ‘반 발짝’ 물러선 것이다. 초안은 인권보호관이 의도적인 수사 정보 유출을 의심하면 곧바로 내사에 착수할 수 있게 돼 있었다. 법무부는 검찰·경찰·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로부터 의견을 들어 ‘내사’ 이전 ‘진상조사’ 단계를 마련했다. 법무부 관계자는 “일선 검찰청의 구체적 의견이 상당 부분 반영됐다”며 “내사사건 수리가 ‘수사를 자신있게 할 수 없도록 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있었는데 진상조사 절차를 구성하면서 세밀하게 보도록 했다”고 말했다.

검찰 내부에선 수사에 대한 ‘합법적 외압’이 가능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일선 검찰청의 한 부장검사는 “정권이 불편한 수사는 인권보호관을 통해 합법적으로 외압을 행사할 수 있게 됐다”며 “진상조사든 내사든 수사팀에 압박으로 작용하는 것은 똑같다. 언론의 취재 경로는 다양한데 ‘수사팀이 의심된다’고만 하면 조사를 받아야 한다. 장관이 한마디 하면 인권보호관이 조사를 안 하겠느냐”고 말했다.

법무부는 사회적 관심이 높은 중요사건은 기소 전 정보 공개 범위를 확대했다. 기존 규정의 공개 범위가 제한적이고 불분명해 국민의 알권리를 침해한다는 지적을 수용했다. 개정한 훈령은 형사사건공개심의위원회 의결을 거쳐 수사 정보를 공개할 수 있도록 했다. 사건을 ‘수사의뢰’ ‘고소·고발’ ‘압수수색’ ‘출국금지’ ‘소환조사’ ‘체포·구속’ 등으로 나눠 단계별로 공개 범위를 구체적으로 정했다.

피의사실공표의 일반적 요건과 예외적 허용 요건도 구체화했다. 기소 전 정보 공개는 ‘피의자가 죄를 범했다고 믿을 만한 객관적 정황이 있는 경우’에 한정한다. 검찰은 ‘취재요청을 고려할 때 오보가 존재하거나 오보가 발생할 것이 명백할 경우’ ‘전기통신금융사기, 디지털성범죄, 감염병에 관한 범죄 등으로 인한 피해 확산이 심각하게 우려될 경우’ ‘테러 등 공공의 안전에 대한 급박한 위협에 관해 국민이 즉시 알 필요가 있는 경우’ 수사 정보를 공개할 수 있다. 피의자 측이 30일 이내에 반론요청을 하는 경우 공개한 수사 정보에 대한 반론도 공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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