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CS 로그기록…‘윤석열 검찰 고발 청부’ 의혹의 핵심 쟁점들

허진무 기자
국민의힘 대선 후보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5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열린 공정경선 서약식 및 선관위원장 경선 후보자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대선 후보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5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열린 공정경선 서약식 및 선관위원장 경선 후보자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5일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최측근인 손준성 전 대검 수사정보정책관(현 대구고검 인권보호관)의 이른바 ‘고발 청부’ 의혹에 대해 “검찰에서 내부 감찰을 통해 빨리 결론내야 한다”고 밝혔다. 김오수 검찰총장 지시로 지난 3일 진상조사에 착수한 검찰에 힘을 실어준 것이다.

손 검사가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으로 일할 때 사용한 업무용 컴퓨터를 확보해 분석 중인 대검 감찰부 감찰3과는 손 검사가 지난해 총선 직전 김웅 당시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송파갑 후보에게 범여권 정치인과 언론인들에 대한 고발장을 실제 전달했는지, 고발장에 첨부된 것으로 알려진 판결문을 검찰 형사사법시스템(킥스·KICS)을 이용해 열람·출력했는지 등을 확인할 예정이다. 여야 공히 조속한 실체 규명을 요구하는 터라 검찰도 진상조사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고발장을 접수해 수사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가장 빠른 방법은 제보자 조사

인터넷언론 뉴스버스는 손 검사가 지난해 4·15 총선 직전인 4월3일 김웅 의원에게 고발장과 실명 판결문을 보냈다고 보도하면서 발송자 이름이 적힌 텔레그램 캡처 사진을 공개했다. 누군가 텔레그램으로 판결문 사진 파일을 ‘포워딩(전달)’하면서 최초 발송자의 이름인 ‘손준성’이 표시됐다는 것이다.

사진이 조작되지 않았다면 손 검사가 판결문을 다른 사람에게 전달한 사실은 증명된다. 다만 휴대전화 주소록의 이름을 바꾸면 텔레그램 발송자의 이름도 바꿀 수 있다. 발송자 이름만으로 손 검사 본인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는 뜻이다.

손 검사는 “황당한 내용”이라며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김 의원도 “문건을 제가 받았는지, 누구로부터 받았는지 확인되지 않는다”고 했다. 당사자들이 부인하거나 기억나지 않는다고 하는 만큼 제 3자에 대한 조사나 물적 증거를 통해 의혹을 규명하는 수밖에 없다.

뉴스버스에 의혹을 제보한 인물을 특정해 조사 협조를 구하는 것이 가장 빠른 길일 수 있다. 이 인물이 문건을 전달받은 경로를 역추적하는 방법이다. 이 인물이 뉴스버스에 전달한 텔레그램 캡처 사진의 진위도 포렌직을 통해 가릴 수 있다. 검찰은 지난해 4월3일과 4월8일을 전후한 시점의 손 검사와 김 의원 간 통화 내역도 확인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4월 KICS 로그 기록

대검 감찰부 감찰3과는 손 검사가 사용했던 업무용 컴퓨터를 확보해 디지털 포렌식 작업 중이다. 만약 손 검사의 업무용 컴퓨터에서 고발장의 흔적이 나온다면 수사정보정책관의 ‘업무’ 일환이었다는 뜻이 된다. 대검 감찰부는 당시 대검 수사정보정책관 휘하 검사들도 조사할 가능성이 있다.

대검 감찰부는 고발장에 첨부된 판결문이 검찰 형사사법시스템(킥스·KICS)을 통해 열람·출력됐는지도 조사할 것으로 보인다. 일반인은 ‘판결서 인터넷 열람’을 통해 익명 처리된 판결문만 열람할 수 있다. 사건의 당사자나 법원, 검찰만 실명 판결문을 열람할 수 있다.

검찰의 경우 검사나 수사관만 접속할 수 있는 킥스를 이용해 실명 판결문을 열람할 수 있다. KICS를 통해 판결문을 열람하면 로그 기록이 남는다. 대검 감찰부는 지난해 4월 전후 KICS의 로그 기록을 분석해 해당 판결문을 누가, 언제 열람했는지, ‘고발 청부’ 의혹과 관련이 있는지 확인할 것으로 보인다.

■고발장에 김건희씨 피해사실이 적시된 경위

뉴스버스 발행인인 이진동 기자는 지난 3일 KBS1라디오에 출연해 “고발장을 공개할 생각을 갖고 있다”며 “나중에 이게 공개되면 ‘저것 때문에 확실하게 청부 고발이라고 하는구나’ 충분히 납득하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고발장이 국민의힘 측에 전달됐던 지난해 4월에는 MBC가 한동훈 사법연수원 부원장의 ‘검·언 유착’ 연루 의혹을, 뉴스타파가 윤 전 총장 부인 김건희씨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연루 의혹을 보도했다.

뉴스버스 측은 고발장에 피해자로 적시된 윤 전 총장과 부인 김씨, 한동훈 사법연수원 부원장(검사장)이 고발장 작성에 관여했다는 의혹을 제기한다. 고발장에 적힌 이들의 피해사실이 본인이 아니면 알 수 없을 정도로 자세하고 상당한 분량의 증거자료도 첨부돼 있다는 것이다.

이 기자는 “고발장 자체가 (청부 고발에 대한) 하나의 입증 자료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윤 전 총장 본인, 김건희씨, 한 검사장 3명의 피해 사실이 적시돼 있는데 3명의 관여 없이 될 수 있겠냐”고 했다.

■제보자는 누구인가

제보자가 누구인지도 관심이 쏠린다. 윤석열 캠프의 김병민 대변인은 “지긋지긋한 정치공작 신파극”이라고 했다. 윤 전 총장을 음해하기 위한 ‘정치공작’이라는 것이다.

이진동 기자는 제보자의 신원에 대해 “지금 국민의힘 측 사람인 것은 맞다”고 했다. 이 기자 주장대로 제보자가 국민의힘 인사가 맞다면 ‘여권의 정치공작’이라는 윤 전 총장 측 주장은 설득력을 잃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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