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징용 손배 소송 또 패소...피해자들은 정말 소송을 '늦게' 낸 것일까

박용필 기자
일제강제노역피해자정의구현전국연합회 회원들이 지난 6월 14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 앞에서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손해배상 소송을 각하한 판결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김창길기자

일제강제노역피해자정의구현전국연합회 회원들이 지난 6월 14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 앞에서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손해배상 소송을 각하한 판결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김창길기자

강제징용 피해자의 유족들이 일본 기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또 패소했다. 지난달 11일 패소한 강제징용 손해배상 판결과 같았다. ‘소송을 할 수 있지만 늦게 소송한 것이 문제’라는 것이다. 피해자 측은 청구권 소멸 시효의 시작 시점에 대한 재판부의 판단에 동의할 수 없다며 항소를 적극 검토하겠다고 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25단독 박성인 부장판사는 8일 강제징용 피해자 정모씨의 자녀 등 4명이 일본제철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청구를 기각하고 원고 패소 판결했다.

정씨는 1938년 일본 해군 군속으로 강제동원돼 1940년부터 1942년까지 일본제철의 전신인 가마이시 제철소에서 노역했다. 유족들은 이로 인해 정씨가 육체적·정신적 고통을 입었다며 2019년 4월 일본제철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박 부장판사는 한국 법원의 재판관할권과 피해자 개인의 일본 정부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권은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한국은 당시 강제징용이 벌어진 지역 중 일부였고, 일본 국가권력이 관여한 불법행위에 대한 개인의 손해배상 청구권은 한·일청구권 협정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2012년 대법원 판결을 근거로 들었다. 그리고 해당 판결 이전까지는 피해자들의 청구권 행사가 어려웠다는 점도 인정했다.

박 부장판사는 그러나 2012년 대법원 판결 시점부터는 청구권 행사가 가능했다고 판단했다. 당시 대법원 판결은 2005년 제기된 유사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2심을 뒤집고 파기환송한 판결로, 2018년 재상고심에서 최종 확정됐다. 박 부장판사는 “상급법원 재판에서의 판단은 해당 사건에 관하여 하급심을 기속한다”는 법원조직법 규정을 근거로, 재상고심 확정 전에 이미 청구권 행사가 가능함이 천명됐다고 봤다. 그리고 민법상 청구권 소멸시효가 ‘피해사실을 안 날로부터 3년’인 만큼 2015년 5월 이전에 소송을 냈어야 했다며 원고들이 소송을 낸 2019년은 이미 소멸 시효가 지난 시점이라고 판단했다.

원고 측 전범진 변호사는 “대법원 판단이 하급심에 기속력을 가진다지만 파기환송된 사건이 재상고심을 통해 확정되기 전까지는 ‘잠정적 판단’으로 보는 것이 더 타당하다”며 “소멸시효의 시작 시점은 2012년이 아닌 2018년 대법원의 재상고심이 돼야 하고 그럴 경우 소멸시효는 2021년까지이기 때문에 원고들의 청구권은 유효다고 봐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 부분에 대해서는 다퉈볼 여지가 충분하다고 판단되며 원고들도 항소할 생각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2018년 유사한 소송에서 광주고법은 ‘2018년 재상고심’을 소멸시효의 시작점으로 봐야 한다고 판결해 피해자들의 손을 들어준 바 있다.

법원 관계자는 이날 판결 직후 “이번 판결은 기존 대법원 판례에 따른 것”이라며 “대법원은 강제징용 관련 청구권 소멸 시효의 시작 시점에 대해 아직 판단한 바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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