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적 선택 한 소방관에 대법원이 '위험직무 순직' 판단 내린 이유

박용필 기자
서울 서초동 대법원/박민규 선임기자

서울 서초동 대법원/박민규 선임기자

화재진압 중 당한 부상 치료 과정에서 동료의 피를 수혈받았다가 암 진단을 받고 극단적 선택을 한 소방공무원에 대해 대법원이‘ 위험직무 순직’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화재 진압 업무가 위험직무에 해당하고, 직무 과정에서 입은 부상과 그 치료 경과가 사망의 직접적 원인이 됐다고 판단한 것이다.

대법원은 사망한 소방 공무원 A씨의 유족이 인사혁신처를 상대로 낸 위험직무순직유족급여청구부지급결정 처분 취소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4일 밝혔다.

광주광역시에서 소방관으로 근무하던 A씨는 1984년 화재 진압 중 부상을 입어 긴급 수술을 받았고, 그 과정에서 동료소방관 B씨로부터 수혈을 받았다. 그러나 이후 B씨는 B형 간염바이러스 보균자임이 밝혀졌고, 2003년 간암으로 사망했다.

A씨 역시 2011년 ‘B형 간염, 간경변, 간암’ 진단을 받고 건강이 악화돼 2013년 퇴직했다. 그리고 퇴직 후 23일 만에 목숨을 끊었다.

공무원연금공단이 유족보상금 지급을 거부하자 유족들은 소송을 통해 A씨의 사망이 공무상 재해임을 인정받았다. 이후 ‘위험직무 순직’을 인정해달라고 인사혁신처에 요구했으나 거절당하자 두 번째 소송을 냈다. 위험직무 순직은 화재 등 생명과 신체에 대한 고도의 위험을 무릅쓰고 직무를 수행하다 재해를 입고, 그 재해가 직접적 원인이 돼 사망한 경우 인정받는 제도로, 보상금이 일반 공무상 재해보다 많다.

1심 재판부는 A씨의 죽음이 ‘위험직무 순직’에 해당한다고 봤다. 직무 수행 중 부상으로 수혈을 받았고, 그 과정에서 얻은 질병이 극단적 선택의 원인이 됐다고 봤다.

재판부는 “(A씨를 치료했던 병원에선) 최대 약 2~3개월의 생존기간이 남은 것으로 판단했고, A씨도 이를 인지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당시 A씨는) 통증과 발열 때문에 잠을 잘 수 없을 정도였고, 병원 밖 벤치에서 잠을 청하거나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옷을 벗기도 해 충격을 받곤 했다”고 했다.

또 “사망 전날 딸에게 집으로 와달라고 하고 아들에게 목욕을 함께하자고 했고, 사망 당일 아침에는 ‘시원한 바람이 쐬고 싶으니 창문을 열어주고 방문은 닫아달라’고 자녀들에 요구한 뒤 투신했다”며 “사건 질병 및 그 치료경과가 사망이라는 결과에 전적으로 영향을 미친 것으로 판단된다”고 했다. 2심의 판단도 동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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