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위 목적으로 ‘활어 패대기’…동물권 단체 “명백한 학대” 검찰은 “식용이라 불기소”

조해람 기자

양식협회 ‘일본산 활어 검역 완화에 항의’ 방어·참돔 등 죽여

동물권단체 “식용 목적 아냐…동물보호법 적용 대상” 항고장

횟집에서 자주 보이는 방어와 참돔. ‘식용’으로 널리 쓰이는 이 물고기들을 식용 목적과 관계없이 땅바닥에 내리쳐 죽이면 동물학대일까. 검찰은 동물학대가 아니라고 판단해 불기소 처분했지만 동물권단체는 “명백한 동물학대”라며 항고장을 냈다.

동물권단체 동물해방물결은 2일 서울남부지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경남어류양식협회 시위 활어 살해 사건’을 불기소한 검찰을 규탄한 뒤 서울남부지검에 항고장을 제출했다. 이들은 “어류 동물의 고통받지 않을 권리가 실질적으로 보장되는 첫 사례를 만들 수 있었던 역사의 흐름에 찬물을 끼얹은 검찰의 결정을 강력히 규탄한다”며 “종차별적인 법해석을 그만두라”고 했다.

이 사건은 2020년 11월27일 경남어류양식협회가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더불어민주당사 앞에서 집회를 하며 방어 6마리와 참돔 5마리를 길바닥에 패대기쳐 죽인 사건이다. 협회는 일본산 활어 검역 완화에 항의하는 표시로 이 같은 행동을 했다. 동물권단체는 이들의 행동이 동물보호법 위반이라며 협회 관계자를 경찰에 고발했다.

이 사건은 어류에도 동물학대가 적용될지 여부로 주목받았다. 2014년 개정된 동물보호법에 따라 어류도 법적인 ‘동물’에 해당한다. 다만 동물보호법 시행령 2조는 “파충류·양서류 및 어류 중 식용을 목적으로 하는 것은 제외한다”고 규정한다.

동물·환경단체들은 2020년 1월 화천 산천어 축제가 동물을 학대한다며 군수를 검찰에 고발했는데, 당시 춘천지검은 이 시행령을 근거로 불기소 결정했다. 검찰은 산천어 축제가 애초에 ‘잡은 산천어를 맛본다’고 홍보한 점, 축제장에 산천어를 요리해 주는 식당이 들어선 점, 축제에 이용된 산천어들이 식용을 목적으로 양식된 점 등을 이유로 들었다.

이번 ‘활어 살해 사건’이 산천어 축제와 다른 점은 경남어류양식협회가 ‘시위의 목적’으로 물고기를 패대기쳤다는 데 있다.

동물권단체는 “협회는 음식으로 섭취하려는 의사 없이 정치적 의사표현의 수단으로 죽였다”며 “죽은 물고기들은 식용을 목적으로 하는 어류가 아니고, 따라서 동물보호법의 적용대상”이라고 했다.

경찰과 검찰의 판단은 엇갈렸다. 사건을 접수한 영등포경찰서는 지난해 8월 협회장을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넘겼다.

그러나 검찰은 지난달 10일 이 사건을 증거불충분으로 혐의없음 처분했다. 서울남부지검은 “방어와 참돔은 과거부터 식용 목적으로 폭넓게 양식·수입 소비돼 왔고 시위에 사용된 물고기도 식용 목적으로 수입·판매된 점을 종합하면 (죽은 물고기들은) 식용을 목적으로 하는 어류라고 판단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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