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국회의장 공관 100m 내 집회 금지’ 헌법불합치 결정

이혜리 기자
23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모습. 연합뉴스

23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모습. 연합뉴스

헌법재판소가 국회의장 공관 100m 이내의 집회를 전면 금지한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 조항은 헌법에 위배된다고 23일 결정했다.

헌재는 이날 재판관 전원 일치 의견으로 집시법 제11조2호, 3호 등 조항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했다고 밝혔다. 해당 조항은 국회의장 공관 인근에서 집회를 금지하고 이를 위반해 집회를 주최한 자를 처벌하도록 규정한다. 헌법불합치는 법률을 즉각적으로 무효로 하는 위헌 결정과 달리 법적 공백과 사회적 혼란을 피하기 위해 유예기간을 두고 법 개정을 유도하는 것이다.

A씨 등은 2019년 12월18일 국회의장 공관으로부터 100m 이내 장소인 공관 정문 앞에서 집회를 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들은 재판에서 해당 집시법 조항이 집회의 자유를 침해한다며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신청했다. 법원은 이를 받아들여 헌재에 위헌제청을 냈다.

헌재는 해당 집시법 조항이 집회의 자유를 지나치게 침해한다고 판단했다.

헌재는 ‘국회의장 공관으로부터 100m 이내 장소’에는 집회가 개최되더라도 국회의장에게 물리적 위해를 가하거나 공관 출입·안전에 위협을 가할 우려가 없는 장소가 포함돼 있다고 봤다. 소규모로 진행되거나 평화로운 집회의 경우에는 더욱 그럴 우려가 없는데도 해당 조항이 100m라는 거리를 기준으로 광범위하게 집회를 금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헌재는 “해당 조항은 국회의장 공관 인근 일대를 광범위하게 전면적인 집회 금지 장소로 설정하고 국회의장 공관의 기능과 안녕에 직접적인 위협을 초래할 가능성이 없는 집회까지도 예외 없이 금지해 과도한 제한”이라고 했다.

이어 “집시법은 공공의 안녕질서에 직접적인 위협을 가할 것이 명백한 집회의 주최 금지 등 국회의장 공관의 기능과 안녕을 보호할 다양한 규제 수단을 마련하고 있다”며 “소규모 집회가 일반 대중의 합세로 인해 대규모 집회로 확대될 우려 내지 폭력집회로 변질될 위험이 없는 때에는 집회 금지를 정당화할 수 있는 헌법적 근거를 발견하기 어렵다”고 했다.

국회는 내년 5월31일까지 해당 조항을 개정해야 한다. 헌재는 집회의 자유를 어느 범위로 제한해 개정할 것인지는 입법자 판단에 맡기는 게 바람직하므로 헌법불합치 결정을 했다고 설명했다.

헌재는 2018년 국회의사당, 국무총리 공관 인근, 각급 법원 인근의 집회 금지 규정에 대해서도 위헌이라고 선언한 데 이어, 지난해 12월 대통령 관저 인근 집회 금지 규정도 위헌이라고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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