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고 윤석열’ 상대로 맥도 못추린 ‘피고 한동훈’? 재판부 “질문 방식 대단히 부적절”

강연주 기자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1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1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검찰총장이던 2020년 무렵 추미애 당시 법무부 장관을 상대로 제기한 징계 취소 소송의 항소심 재판부가 16일 피고(한동훈 법무부 장관) 측 증인신문 방식이나 변론 내용에 대해 “좀 그렇다” “논증이 필요하다” “부적절하다” “충분하지 않다”고 수차례 지적했다. 정권 교체로 ‘원고 윤석열, 피고 한동훈’ 구도가 되자 법무부가 소송에 부실하게 대응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고법 행정1-1부(부장판사 심준보 김종호 이승한)는 이날 윤 대통령이 법무부 장관을 상대로 낸 징계처분 취소청구 소송의 두번째 변론기일을 진행했다. 재판부는 재판 시작과 동시에 한 장관의 소송 대리인인 정부법무공단 소속 변호사들에게 쓴소리를 했다. 지난 달 4일 재판 이후 43일이 주어졌는데도 이날 오전에서야 준비서면을 냈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바쁘시니까 그럴 수 있지만, 적어도 2~3일 정도 검토할 여유는 주셔야 한다”고 했다.

이어지는 재판에서도 재판부는 피고 측 대리인단을 향해 질책을 쏟아냈다. 재판부는 피고 측이 법정 증인으로 출석한 이정화 부장검사에게 한 신문 방식을 언급하며 “피고 측의 신문 내용과 방식이 좀 그렇다” “(원고 측) 주신문에서 말한 부분에 대해 반대신문에서 정반대로 질문하는 것은 대단히 부적절하다”고 했다.

재판부는 피고 측이 윤 대통령 징계 절차가 적법하게 이뤄졌다는 근거로 제시한 과거 판례를 두고도 “(추가적인) 논증이 필요하다” “하급심 판결을 말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했다. 판례를 제시할 때 윤 대통령 사건과의 연관성을 충분히 설명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제서야 피고 측은 “나중에 정리해서 제출하겠다”고 했다.

재판부는 피고 측 변론 내용에 대한 사실관계를 재차 되묻거나, 피고 측이 사용한 용어가 잘못됐다며 직접 정정하기도 했다. 이때마다 피고 측은 “죄송하다” “추후 입장을 정리해 제출하겠다”는 식의 답변을 반복했다.

피고 측의 변론 태도를 두고 1심 때와 대비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문재인 정부 때 진행된 1심 때는 이옥형·위대훈 변호사가 법무부 측 대리인을 맡아 “검찰 사무의 적법성과 공정성을 해친 중대한 비위로 정직 2개월의 징계수위가 오히려 기준보다 낮다”는 판결을 끌어냈다. 이후 윤 대통령이 집권한 뒤 법무부는 변호인단을 정부법무공단 인사로 교체했는데, 이 때문에 재판 흐름이 바뀐 게 아니냐는 것이다. 법무부가 1심에서 승소한 대리인을 해임할 때부터 ‘승소 의지가 없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왔다. 이 재판의 피고인 한 장관부터가 윤 대통령이 징계를 받게 된 사정과 무관치 않다. 윤 대통령의 징계사유 중 하나는 ‘채널A 사건’에 연루된 한 장관에 대한 감찰과 수사 방해였다. 여기에 더해 재판부 분석 문건 작성·배포, 정치적 중립 훼손으로 윤 대통령은 정직 2개월의 징계를 받았다.

이날 재판은 이 부장검사에 대한 증인신문을 중심으로 진행됐다. 2020년 당시 법무부에 비공식 파견돼 감찰 업무를 담당했던 이 부장검사는 “(윤 대통령의) 징계 사유 중 하나인 법관 분석 문건에 대해 직권남용 혐의 적용이 어렵다고 보고서를 썼는데도 상사인 박은정 법무부 감찰담당관이 (윤 대통령을 직권남용 등 혐의로) 수사 의뢰했다”며 “문제가 있다고 생각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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