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립대 법인, 노는 땅·건물로 수익 내기 쉬워진다…재정 개선 효과엔 물음표

김태훈 기자
사립대 법인, 노는 땅·건물로 수익 내기 쉬워진다…재정 개선 효과엔 물음표

사립대학 법인이 쓰고 있지 않은 교육용 토지·건물 등을 수익용으로 쉽게 바꿀 수 있게 규제가 대폭 완화된다. 학생 수 감소 등으로 재정난을 겪는 대학의 재정여건을 개선하기 위한 대책이지만, 대학의 재산이 사학 법인으로 무분별하게 넘어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교육부는 14일 사립대학(법인)이 보유 재산을 활용해 적극적으로 수익을 창출하고 재정 여건을 개선해 나갈 수 있도록 재산 관련 규제를 대폭 완화하는 내용을 담은 개정 ‘사립대학 기본재산 관리 안내’ 지침을 오는 15일부터 시행한다고 밝혔다. 현재도 유휴 재산을 수익용도로 바꿀 수 있지만, 그동안은 해당 재산의 시가 상당액을 교비회계에 채워 넣도록 조건이 걸려 있었다. 이번 지침 개정으로 사실상 용도변경이 쉽지 않았던 교육용 유휴 재산을 재정여건 개선에 활용하기가 쉬워졌다는 것이 교육부의 설명이다.

또한 사립대학이 기준 이상 확보해 둔 수익용 기본재산에 대해선 그 일부를 처분한 후 다양한 용도도 쓸 수 있게 바뀐다. 현재까지는 이 처분금을 교비회계 보전과 세금 납부에만 쓸 수 있었지만, 지침 개정으로 대학과 법인의 이익을 저해하지 않는 범위에서 처분금 사용범위가 넓어진다는 것이다.

그밖에도 사용하지 않는 교사(건물)에 유흥주점이나 학원 등 법적으로 설치가 금지된 시설·업종만 아니면 제한 없이 입주시킬 수 있도록 규제 방식도 전환된다. 그동안은 은행, 편의점, 창업공간 등 입주 가능한 업종이 지정돼 있었으나 앞으로는 교육·연구에 지장을 주지 않으면 유치 업종에 제약이 없어진다. 또 교지 위에 교육을 목적으로 하는 건물만 설치하게 제한한 규제도 풀어 수익용 기본재산 건물 건축도 가능해진다. 사학 법인이 차입한 자금으로 밀린 교직원 임금이나 세금, 부채 등을 해결하는 데 쓸 수 있도록 하는 등의 조치도 뒤따른다고 교육부는 밝혔다.

이번 개정 지침의 주된 내용은 교비회계와 법인회계 사이의 엄격한 구분이 사실상 완화되면서 교육용 기본재산을 수익용으로 바꾸기 쉬워졌다는 점이다. 그간 교지와 교사 건물 등 대학의 교육용 기본재산은 수익용으로 바꾸거나 처분을 하더라도 교육 목적에만 쓸 수 있는 교비회계에 해당 액수를 채워넣어야 했지만, 지침 개정 이후부터는 그런 제한이 완화돼 법인회계로 넘겨 따로 관리할 수 있게 된다.

이에 따라 학생들이 낸 등록금 등으로 조성된 교육용 기본재산을 사립대학 법인이 손쉽게 일방적으로 활용할 소지가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재정이 악화된 사립대학들이 교육용 재산을 수익용으로 전환해야 겨우 자구책을 마련할 수 있는 현실을 감안하더라도 원칙이 흔들리는 데서 오는 문제점 역시 예상된다는 지적이다. 임희성 대학교육연구소 연구원은 “그동안에도 사학 법인이 수익용 재산을 운용한 실적이 신통찮았는데 규제 완화 이후 교육용 재산을 수익용으로 전환한다 해서 재정여건 개선에 실질적 효과를 줄지부터 미지수”라며 “나아가 수익활동이 법인 내에서 결정권을 가진 일부 관계자들의 이해관계에 결부될 가능성도 없지 않아 우려된다”고 말했다.

다만 이같은 우려에도 더 이상 교육용 재산 용도변경을 틀어막을 수만은 없도록 제도적 환경이 변한 측면도 있다. 지난해 대법원은 교육부가 사립학교법상 ‘교비회계 수입·재산의 타 회계 전출 금지’ 규정을 근거로 학교법인의 교육용 재산 용도변경을 막는 것은 법 적용을 잘못한 것이라는 취지의 판결을 내린 바 있다. 이에 따라 교육부는 지침 개정과 함께 사학 법인의 책임 이행 여부도 더 주의깊게 들여다보겠다고 밝혔다. 교육부 관계자는 “학교법인은 수익용 기본재산에서 발생하는 수익의 80% 이상을 대학 교육을 위해 투자해야 한다”며 “학교법인이 이러한 재정 기여 의무를 충분히 이행하지 못하고 있다고 판단되는 경우에는 허가를 제한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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