얽히고설킨 등록금 문제, 어떻게 풀어야 할까

김서영 기자

대학은 “인상 또는 자율화”, 학생들은 반대 움직임

전문가 “규제 완화 아닌 정부 재정 확대로 해결해야”

일러스트 김상민 기자

일러스트 김상민 기자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대학등록금 인상 가능성이 계속 도마 위에 오르내리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의 전체적인 고등교육 정책 기조가 규제 완화에 방점이 실린 데다가, 최근 나온 장상윤 교육부 차관의 발언이 불을 지폈다. 장 차관은 지난 6월 23일 4년제 대학 협의체인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 하계 대학 총장 세미나에서 “정부에서 등록금 규제를 풀어야 한다는 데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구체적인 대안은 1~2년 끌 생각은 아니고 조만간에 저희가 결론을 내리겠다”고 해 당장 내년 봄 학기부터 오르는 것 아니냐는 우려와 반발을 낳았다. 이후 부임한 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속도 조절을 시사했다. 박 장관은 취임 첫날인 지난 7월 5일 “등록금 인상이 윤석열 정부의 공약이긴 하지만, 지금은 물가가 너무 오르고 있어 시행 시기에는 여유를 둘 수 있다”며 “당장 대학등록금을 올리는 조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두 장·차관의 발언뿐만이 아니다. 앞서 윤 대통령이 김인철 전 한국외대 총장을 교육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이후 낙마)한 것을 두고도 정부가 등록금 인상을 추진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 바 있다. 김인철 전 총장은 대교협 회장 출신으로, 등록금 법정 인상을 주장해왔다. 또한 지난 5월 온라인에 유출된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의 ‘국정과제 이행계획’에는 2023년부터 국가장학금 Ⅱ유형과 연계한 등록금 관련 규제를 단계적으로 개선하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는 대학의 자율성을 강화하겠다는 큰 그림에서 나왔다.

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7월 5일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발언하고 있다.  / 연합뉴스

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7월 5일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발언하고 있다. / 연합뉴스

■등록금, 어떤 상황인가

대학등록금은 2009년부터 14년 동안 사실상 동결됐다. 고등교육법은 직전 3년 평균 소비자물가 상승률의 1.5배까지 등록금 인상이 가능하다고 규정하지만, ‘국가장학금 Ⅱ유형’을 받으려면 등록금을 올릴 수 없다. 국가장학금 Ⅱ유형은 평균 등록금을 동결·인하하고 교내장학금을 유지·확충한 대학에만 지원되기 때문이다. 정부는 2012년 국가장학금 Ⅱ유형을 신설해 우회적으로 등록금 인상을 억눌러 왔다. 장 차관이 대교협 세미나에서 “등록금을 올릴 수 없는 이유는 국가장학금 Ⅱ유형과 연계해 간접적으로 규제됐기 때문”이라고 말한 것과 인수위의 국정과제 이행계획이 국가장학금 Ⅱ유형을 언급한 것은 이러한 맥락이다. 이는 바꿔 말하면 법 제·개정 없이 국가장학금과의 연계만 폐지해도 최소한 ‘법정분 인상’의 길은 열린다는 뜻이다.

14년째 동결됐다고는 하나, 한국 대학등록금은 해외와 견줘봐도 비싼 축에 속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교육지표(2021)’를 보면, 2019~2020년 연평균 등록금(학부) 기준 사립대학은 회원국 중 7위(8582달러), 국립대학은 8위(4792달러)를 차지했다. 그나마 동결을 통해 등록금 순위가 낮아진 결과라고 할 수 있다. 국가장학금 제도 도입 직전인 2011학년도를 보면, 한국 사립대학·국공립대학 등록금은 미국 등에 이어 OECD 4위였다. 이를 두고 가계 부담과 청년들의 고통이 크다는 지적이 잇따르자, 지난 10여년간 정치권에선 ‘반값 등록금’을 대안으로 내놓기도 했다. 그러나 명목상 등록금 액수 자체를 줄이진 못했다. 대학알리미에 따르면, 전체 등록금 액수를 전체 입학 정원으로 나눈 올해 평균 등록금은 4년제 대학 674만8700원, 전문대학 583만7700원이다. 각 667만3700원, 577만1800원이었던 2018년과 비교해 큰 차이가 없다.

얽히고설킨 등록금 문제, 어떻게 풀어야 할까

■대학의 사정

대학 입장에서 등록금 인상 내지 자율화는 숙원이다. 그동안 대학들은 등록금 동결로 인해 교직원 임금을 올리지 못했고, 시설과 교육 투자가 제약됐다고 주장해왔다. 대교협이 지난 6월 창립 40주년을 맞아 가입 대학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대학들은 ‘고등교육 재정 확충’에 이어 ‘대학등록금 동결 개선’을 가장 시급한 문제로 꼽았다.

황홍규 서울과기대 교수는 “대학 입장에서는 (등록금 인상보다) 장학금을 조금 줄였으면 한다”고 설명했다. 황 교수는 대교협 사무총장과 제20대 대통령인수위 과학기술교육분야 전문위원을 역임했다. 최근 장상윤 차관이 참석한 대교협 세미나에서 고등교육 규제 완화를 중점적으로 발제하기도 했다. 황홍규 교수는 “입학생 수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장학금 규모를 유지해야 하다 보니 오히려 교육과정 운영비가 없어져 학생들에게 피해가 돌아간다”고 말했다. 국가장학금 Ⅱ유형을 받으려면 교내장학금을 최소한 ‘유지 혹은 확충’해야 하는데, 학령인구가 감소하며 전체적으로 신입생이 줄어드는 상황과 맞지 않다는 주장이다.

아울러 그는 “장학금을 조금 덜 받는 걸 감수하고 더 좋은 교육을 받을지 여부는 학교 구성원들이 결정할 문제다. 학생도 참여하는 등록금심의위원회가 등록금을 결정하도록 법에 근거가 있는데 (국가장학금이라는) 행정으로 이를 규제하는 건 맞지 않다”고 밝혔다. 황 교수는 “등록금을 올리자는 게 아니고, 국가장학금 Ⅰ유형은 지원을 늘리고 Ⅱ유형은 자율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취지”라고 말했다.

특히 사립대학의 경우 (교비회계 기준) 등록금의존율이 50% 이상인 점을 감안하면 등록금 수입은 대학 재정과 직결되는 문제다. 앞으로 학생수가 감소하면서 대학의 등록금 수입도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1월 대학교육연구소가 발표한 ‘대학 구조조정 현재와 미래’ 보고서를 보면, 2020년 사립대학 학부 등록금 수입은 총 10조2953억원이었다. 이는 2024년 8조9981억원(-12.6%), 2040년 6조8186억원(-33.8%)으로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가 7월 7일 오전 서울 용산구 대통령 집무실 앞에서 등록금 인상 반대 피켓 시위를 했다. / 전대넷 제공

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가 7월 7일 오전 서울 용산구 대통령 집무실 앞에서 등록금 인상 반대 피켓 시위를 했다. / 전대넷 제공

■학생의 사정

장상윤 차관의 발언 이후 대학생들은 등록금 인상 반대 움직임을 이어가고 있다. 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는 지난 6월 29일과 7월 7일 용산 대통령 집무실 앞에서 각각 기자회견과 1인 시위를 열었다. 김민정 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 집행위원장은 “(등록금) 규제 완화를 ‘1~2년 끌지 않고 조만간 결론내겠다’고 한 만큼 인상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내년 1월에 등심위가 있기 때문에 하반기에 규제를 풀어야 대학에서 인상할 수 있다. 그때 가서는 막기 어렵기 때문에 방학 때부터 대응하려 한다”고 말했다. 그는 등심위에 학생이 들어가긴 하지만 머릿수가 학교 측에 비해 부족하기 때문에 사실상 인상안을 저지하기는 어렵다고 봤다. 김 집행위원장은 “등심위를 통해 계절학기 등록금과 외국인 등록금이 인상돼왔던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지금 국가장학금 Ⅱ유형에 잡혀 있어서 인상을 못 할 뿐, 이 규제가 풀리면 학생수도 줄어드는 상황에서 앞으로 계속 오르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등록금이 동결되기 이전 대학들은 꾸준히 등록금을 올려왔다. 서동용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10월 펴낸 국정감사 자료집 ‘국가장학금 도입 10년 평가와 전환’을 보면, 2001년부터 2010년까지 국공립대의 매년 등록금 증가율은 1.4~9.4%였다. 특히 2000년대 초반 상승률은 7%를 웃돌고, 9% 이상 인상된 적도 3차례다. 2003년부터 정원 미달이 시작되며 등록금이 인상된 측면이 크다. 2003년 대비 2007년 등록금 인상률은 사립대 26.5%, 국립대 39.7%에 달했다.

이러한 과정을 돌아보면 등록금은 오를 대로 오른 뒤 가계 부담과 학자금 부채 등의 문제가 터지고 나서야 동결된 것에 가깝다. 한국교육개발원의 2020년 여론조사에선 현 정부에서 중점을 두고 추진해야 할 고등교육 정책을 묻는 문항에 ‘등록금 부담 경감’(22.5%)이라는 응답이 두 번째로 높았다. 2018~2019년에는 첫 순위였다. 동결되긴 했으나 여전히 학생과 학부모가 체감하는 부담이 크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등록금 난제, 해법은

등록금 문제는 여러 이해관계가 얽힌데다가, 정치적 계산까지 개입돼 풀기가 쉽지 않다. 특히 최근 6%대에 달하는 고물가 시대로 접어들면서 정부가 막상 등록금 인상을 허용하기 쉽지 않으리란 관측도 유효하다. 등록금 인상을 용인할 경우 등록금을 지원하는 국가장학금 예산 또한 늘어나야 하기 때문에 교육부뿐만 아니라 재정당국과도 협의가 필요한 부분이다. 보다 근본적으로는 사립학교 비중이 높은 고등교육의 공공성을 어디까지 추구할 것인가의 문제와 맞물린다.

연덕원 대학교육연구소 연구위원은 “등록금 문제는 규제 완화가 아니라 정부 재정 지원을 확대하는 과정에서 풀어나가야 한다. 정부가 고등교육을 중장기적으로 얼마나 책임질지 청사진을 그려야 하는 시기”라고 강조했다. ‘등록금을 인상하느냐 마느냐’란 논의를 넘어서야 한다는 취지다. 그는 “20~30년 이후 학령인구가 절반 넘게 줄어들 것이기 때문에 대학이 등록금만으로는 운영할 수 없는 상황이 온다. 이 부분을 근본적으로 해결하려면 정부가 재정 지원을 확대하는 방법밖에 없다. 그렇지 않고 시장에만 맡긴다면 대학 간 격차가 더 커질 것”이라고 했다. 또한 “사립대학 법인도 수익용 재산을 팔아 재정 여건을 개선하려는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교육부는 앞서 “대학등록금 규제 개선 방향·시기와 구체적인 방안에 대해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고, 관계부처와 협의해 검토해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교육부 관계자는 “(박순애 부총리의 설명처럼) ‘조만간 결론’은 아니라는 취지다. 의견 수렴과 협의를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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