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교육위원회 지각 출범··· 예견된 결과?

김태훈 기자
지난해 6월1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교육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국가교육위원회법 제정에 반대한 국민의힘 의원들이 퇴장해 자리를 비운 가운데 유기홍 위원장이 법률 제정안을 가결시키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지난해 6월1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교육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국가교육위원회법 제정에 반대한 국민의힘 의원들이 퇴장해 자리를 비운 가운데 유기홍 위원장이 법률 제정안을 가결시키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중장기 국가교육정책을 책임질 국가교육위원회(국교위)가 법 시행일에 정상 출범하지 못하게 됐다. 교육계 일각에서는 국교위가 첫 단추부터 제대로 꿰지 못하는 상황을 두고 이미 예견된 결과라는 반응과 함께, 국교위가 향후 정식 출범하더라도 대통령 자문기구 수준의 제한적 역할만 수행하는 데 그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20일 교육부에 따르면 국교위 구성에 필요한 위원 21명 중 참여가 확정된 위원은 4명에 불과하다. 당연직 위원인 장상윤 교육부차관과 조희연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장(서울시교육감), 한국대학교육협의회가 추천한 홍원화 회장(경북대 총장)과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가 추천한 남성희 회장(대구보건대 총장)이 전부다. 1년 전 제정된 ‘국가교육위원회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국교위법)이 21일부터 시행되는데 대통령이 지명하는 위원 5명의 윤곽조차 나오지 않았다. 가장 많은 위원을 추천하는 국회 역시 추천 대상인 위원 9명을 어떻게 정할지 논의하지 않고 있다.

지난 5월 윤석열 정부 출범 직전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에서 ‘국가교육위원회 설립 이후 교육 거버넌스 개편 방안 연구’ 보고서를 작성한 김용일 한국교육정책연구원 이사장은 첫 출발부터 삐걱대는 국교위의 현 상황을 “이미 예견된 결과”라고 평했다. 김 이사장이 연구책임자를 맡아 작성한 보고서는 윤석열 정부가 국교위의 역할을 크게 제한해 국교위와 교육부, 전국 시·도교육청으로 이어지는 교육 거버넌스 개편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추진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김 이사장은 국교위의 위상과 역할이 향후 크게 3가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봤다. 그중 현행 국교위법의 범위 안에서, 또는 법 개정을 거치면서까지 국교위의 권한을 최대한 키우는 방안이 추진될 가능성도 없진 않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국교위법의 테두리 안에서 국교위에 가장 소극적인 임무만 맡기는 방안이 가장 유력하다는 것이다. 교육부가 교육정책을 총괄하는 기능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국교위는 사실상 정책 자문과 심의 정도의 역할만 맡는 방안이다. 김 이사장은 이 경우 국교위가 사실상 정부의 정책방향 강화에 동원되는 일종의 ‘면피기구’로 활용될 공산이 크다고 내다봤다.

김 이사장은 “국교위법 시행을 하루 앞둔 시점에서 국회는 물론 대통령까지 위원회 구성에 적극적이지 않은 모습을 보면 연구보고서 완료 당시인 지난 5월 전망한 내용과 크게 다르지 않게 상황이 흘러가고 있다”며 “현 정부는 국교위를 통해 교육정책을 발전시킬 의지도 역량도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김 이사장은 국교위법 제정 당시 여당이었던 민주당과 문재인 정부의 실책도 크다고 지적했다. 문재인 정부 임기 초기 국교위에 설치 취지만큼 강한 권한을 부여했어야 했지만 그렇지 못했다는 것이다. 지지부진하던 논의는 문재인 정권 말기에 이르러서야 본 궤도에 올랐고 이마저도 당시 야당이던 국민의힘이 불참해 민주당 단독으로 입법했다.

결국 출범이 늦어진 국교위는 올해 연말까지 고시해야 하는 2022 개정 교육과정 등 여러 시급한 교육계 과제도 충분히 검토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교육과정까지는 교육부가 개발을 맡고 국교위가 이를 심의·의결하지만 다음 교육과정 개정부터는 국교위가 개발에서 의결까지 전담해야 하는데, 국교위가 제 기능을 다할 역량이 부족하다는 여론이 확산되면 그 역할을 빼앗길 수 있다. 김 이사장은 “국교위를 자문기구로 축소시키려는 정부가 시행령 등의 개정을 통해 산하 실무위원회의 실효성을 떨어뜨리는 식으로 접근할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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