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범 기약없는 국교위… 동력 잃은 ‘교육개혁’

김태훈 기자
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지난 8일 서울 여의도 한국교육시설안전원에서 거취와 관련해 입장을 밝히고 있다. 문재원 기자

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지난 8일 서울 여의도 한국교육시설안전원에서 거취와 관련해 입장을 밝히고 있다. 문재원 기자

중장기적 국가 교육정책을 좌우할 국가교육위원회(이하 국교위)가 본격적인 출범 시점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교육부의 ‘수장 공백’ 사태가 장기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상황에서 윤석열 정부가 교육 영역에서 실질적 변화를 이끌어낼 동력이 있느냐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11일 교육부와 국회 등에 따르면 지난달 21일 국가교육위원회법이 시행됨에 따라 국교위가 대통령 소속 법정 기구로 출범할 수 있게 됐지만 20여일이 지난 현재까지도 참여가 확정된 위원은 전체 21명 중 5명에 불과한 상태다. 당연직 위원인 교육부차관과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장 외에, 한국대학교육협의회·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대한민국시도지사협의회가 각각 1명씩을 추천했다.

대통령은 위원장을 포함해 5명을 임명하도록 돼 있지만 인선의 윤곽조차 나오고 있지 않다. 9명을 추천해야 하는 국회 역시 여야간 논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 가운데 비교섭단체 추천 몫인 1명의 위원만 정의당·시대전환 등이 국민 추천을 받겠다고 밝혔을 뿐이다.

국교위는 사회적 합의에 바탕을 두고 국가교육발전계획을 수립하는 한편 교육정책에 대한 국민의견 수렴·조정 등에 관한 업무를 수행하는 대통령 소속 독립 기구다. 당장 올해 안에 고시해야 할 ‘2022 개정 교육과정’이 국교위의 사실상 첫 과제로 주어져 있음에도 의결이 순조롭게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교육부는 수장이, 국교위는 기구 전체가 공백 상태여서 향후 정상화가 되더라도 주요한 교육정책을 촉박하게 처리해야 할 부담을 안게 된다. 박순애 전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은 초등학교 입학연령을 낮추겠다는 방안을 발표한 뒤 역풍을 맞아 35일만에 사퇴한 바 있다.

국교위가 법정 출범 시한에 맞춰 제때 출범했다면 ‘만 5세 입학’ 같은 무리한 정책이 나오지 않았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박남기 광주교대 교수는 “당장 교육부장관을 임명하긴 힘들겠으나 대통령이 국교위 위원이라도 임명해 위원회 구성을 서둘러야 조금이나마 가시적 성과를 앞당길 수 있다”며 “교육부도 예정된대로 국교위에 일부 역할을 이관해 국민 여론 수렴이 충실히 진행됐다면 부담을 덜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국교위가 출범부터 미뤄지는 태생적 한계가 있다고 보는 쪽에서는 본격적 출범을 위해 국회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지적하고 있한다. 김용일 한국교육정책연구원 이사장은 “국교위법을 전 정부 시기에 통과시킨 점은 차치하더라도, 현재 대통령실의 참모와 관료들이 독립기구 출범에 적극적으로 나설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김 이사장은 또 “대통령실이 국민 여론의 따가운 눈초리 때문에 마지못해 나서는 것보단 차라리 국회 교육위에서 나서서 국교위의 위상과 역할을 다시 공론화하는 게 낫다”고 덧붙였다.

실제 지난 9일 장상윤 교육부 차관이 국회 교육위 업무보고 중 권성연 대통령실 교육비서관으로부터 “국교위를 통한 의견 수렴은 언급하지 않는 게 좋겠다”는 내용의 쪽지를 받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어난 바 있다.

국교위 출범은 윤석열 정부가 그간 ‘홀대론’이 제기되던 교육부의 조직 개편을 본격적으로 시작할 수 있는 계기이기도 했다. 법에 따라 국가교육발전계획 수립과 국가교육과정 고시 등에 관한 업무가 교육부에서 국교위로 이관되면서 자연스럽게 조직 감축이나 재배치를 진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행정에 특화된 박 전 부총리가 일련의 작업에 착수하기도 전에 물러나면서 교육부의 앞날은 더욱 불투명해진 상태다. 교육부의 한 관계자는 “조직 문화를 일신하겠다는 방침은 유지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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