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정책도 한달째 ‘글쎄’···100일 앞둔 교육부의 불안한 미래

김태훈 기자
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지난 8일 서울 여의도 한국교육시설안전원에서 자진사퇴를 발표한 뒤 허리 숙여 인사하고 있다. 문재원 기자

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지난 8일 서울 여의도 한국교육시설안전원에서 자진사퇴를 발표한 뒤 허리 숙여 인사하고 있다. 문재원 기자

출범 100일을 코앞에 둔 윤석열 정부의 교육부가 장관 공백 속에서 내건 정책마다 반발에 흔들리고 있다. 반도체 산업인재 양성 방안의 허점을 지적하는 목소리는 한 달 가까이 이어지고 있고, 좌초한 초등학교 입학연령 하향 방안에 이어서 나온 ‘초등 전일제학교’ 정책까지 교원단체들이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 교육부를 둘러싼 상황이 정부의 교육철학 부재와 인사 실패를 바로 보여줬다는 점에서 새로운 교육수장 임명이 향후 교육정책의 성패를 판가름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14일 정의당 이은주 의원실이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아 공개한 ‘반도체 분야 인력수요전망’을 보면 교육부는 반도체산업 인력수요를 계산하면서 타 부처가 정기 조사에서 전망한 것보다 더 높은 증가율을 적용했다.

교육부는 지난달 19일 발표한 ‘반도체 관련 인재 양성방안’에 한국반도체산업협회가 산출한 향후 10년간 인력수요 연평균 증가율(5.6%)을 그대로 적용했다. 앞서 고용노동부는 ‘2020~2030 중장기 인력수급전망’에선 반도체산업 인력수요의 연평균 증가율을 1.6%로 전망했다. 노동부는 2007년부터 격년 단위로 노동시장의 수요·공급을 예측해 이를 발표하고 있다. 교육부가 소관부처의 공식 전망자료는 무시하고 관련 업계가 제시한 자료만 반영한 것이다.

교육부는 지난 6월7일 윤석열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교육부의 첫 번째 의무는 산업 인재 공급”이라며 강하게 질타하자 1달여 만에 반도체산업 인력 대책을 들고나왔다.

교육을 ‘인적 자원’의 측면에서만 보는 정부의 교육철학도 도마 위에 올랐다. 송경원 정의당 정책위원은 “교육철학의 부재는 정책 입안 과정에서 관계부처 자료보다 업계 말만 듣는 행태는 물론, 초등학교 입학연령을 낮춰 산업인력 배출을 앞당기자고 한 데서도 일관되게 드러났다”고 말했다.

박순애 전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의 사퇴로 일단락되는 듯 보였던 초등교육 관련 정책 논란 역시 여진이 계속되고 있다. 특히 ‘만 5세 입학’ 대신 제시된 ‘초등 전일제 학교’에 대해서도 교사들의 반발이 거세다. 초등학생 하교 후 돌봄과 방과후학교 등의 시간을 오후 8시까지 연장하겠다는 방안을 두고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와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등이 한목소리로 교원에게만 업무 책임을 늘리고 정규 교육을 위축시킨다며 ‘총력저지’ 입장을 밝힌 것이다.

박순애 전 부총리는 지난 8일 윤석열 정부에 씌워진 ‘교육철학 부재’라는 오명을 벗기지 못하고 물러났다. 이에 따라 차기 교육부장관 인선에서부터 쇄신된 모습을 보이지 못하면 지난 100일처럼 윤 정부의 교육관이 언제든 정권 차원의 위험으로 번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정부 출범 초기 교육 수장 후보로 거론된 한 인사는 “지금처럼 교육에 이목이 쏠리는 시기엔 설사 장관에 임명돼도 웬만큼 못하면 안 하는 것만 못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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