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 교육개혁 1년

‘교부금 범벅’ 교육 정책들···‘누리과정 갈등’ 시즌2 될까

김나연 기자

③유보통합도, 고등교육도 교육교부금으로?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인근에서 지난달 12일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소속 교사들이 ‘윤석열식 유보통합 전면 철회를 위한 전국교사대회’를 열고 있다. 한수빈 기자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인근에서 지난달 12일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소속 교사들이 ‘윤석열식 유보통합 전면 철회를 위한 전국교사대회’를 열고 있다. 한수빈 기자

교육부가 올해 대통령 업무보고 등을 통해 밝힌 교육정책 중에는 시·도교육청의 재원인 지방교육재정교부금(교부금)을 쓰는 것들이 많다. 고등·평생교육지원특별회계(고특회계)를 만들면서 교부금 일부를 당겨왔고, 유아교육·보육 통합(유보통합)에도 교부금이 들어간다. 세수가 얼마나 걷히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교부금에 주요 정책을 의존하면 재원이 불안정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교육부와 시도교육청이 예산 편성 문제를 놓고 정면충돌했던 ‘누리과정 사태’가 재발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2025년부터 시행되는 유보통합의 핵심은 유치원과 어린이집의 격차를 줄이는 것이다. 이를 위해 시설과 교사 처우를 개선하는 것이 필수적인데, 여기에는 2026년부터 매년 2조1000억~2조6000억원이 추가로 소요될 것으로 추산된다. 교육부는 ‘교육·돌봄책임 특별회계’를 신설해 기존 유아교육 예산 5조원, 보육 예산 10조원을 이관해오고 추가로 들어가는 예산은 교부금을 활용할 계획이다.

교부금이 유보통합의 핵심 재원이 된 것은 과거 박근혜 정부 시절 ‘누리과정 갈등’과 비슷하다.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2012년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으로 재직하면서 어린이집과 유치원 교육과정을 표준화한 누리과정을 도입했다. 당시 매년 교부금이 3조원씩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을 토대로 2015년부터 교육청이 모든 예산을 부담하게 했다. 이후 교부금이 예상보다 적게 들어오면서 교육청들이 해당 예산을 확보하기 위해 다른 교육사업을 줄이고 대규모 지방채를 발행하기도 했다. 누리과정 예산 갈등은 정부가 국비를 일부 지원하면서 일단락됐고 교육청과 교육부간 대표적 갈등 사례로 남았다.

현재 교육부가 주도하는 유보통합 예산을 두고 교육부와 교육청의 의견은 합치하지 않는다. 강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전국 17개 시·도교육청 의견을 조회한 결과, 12개 교육청이 유보통합을 위해 중앙정부 차원의 재원을 마련해야 한다고 의견을 냈다. 부분 동의 입장을 낸 시·도교육청 4곳 중 3곳도 안정적 재정 확보를 전제로 내걸거나 교부금 여건을 고려한 중장기 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송경원 정의당 정책위원은 “교부금은 경제 사정에 따라 휘청거린다는 기본적인 한계가 있다”며 “구체적인 추계 없이 정책을 발표하기 급급하면 누리과정 대란 때와 같은 갈등은 언제든지 벌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지난해 11월15일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수호 공동대책위원회 소속 시민들이 지방교육재정확보를 위한 범국민서명운동 결과 발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한수빈 기자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지난해 11월15일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수호 공동대책위원회 소속 시민들이 지방교육재정확보를 위한 범국민서명운동 결과 발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한수빈 기자

앞서 교육부는 대학 지원을 위한 고특회계를 만들면서 여기에 교부금 중 교육세 3조원 전체를 편입시키려 했다. 그러다 반발이 커지자 절반인 1조5000억원만 편입시켰다. 이후에도 교육부는 주요 교육 정책들을 발표하면서 교부금을 활용하는 안을 만들어왔다. 초등학교 1학년 에듀케어와 방과후프로그램 확대, 거점형 돌봄 모델 등을 추진 중인 초등 늘봄학교에는 2026년까지 4조2000억원을 투입하는데, 이 과정에서 교육청들이 추가로 연간 1조2000억원을 부담해야 한다고 교육부는 추산한다. 학교 내 문화체육 공간을 만드는 ‘학교시설 복합화’ 작업에도 시설 설치비로 교부금에서 매년 3600억원씩 총 1조8000억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재정 자립도가 낮은 지역은 교부금 지원 비율이 더 높아진다. 시설 관리 및 운영비 일부도 교부금으로 지원할 예정이다.

올해 교육부 예산 120조원 중 교부금 규모는 75조7000억원에 이른다. 교육부 관계자는 “재정적 뒷받침이 필요한 교육과제를 추진하려면 교부금 투입이 대체로 필요하다”고 말했다.

교부금으로 인건비와 학교 운영비 등을 감당해야 하는 교육청들의 의견은 다르다. 이재남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 정책과장은 “갖가지 정책의 기본 방침으로 교부금 활용을 내걸고 있는데, 교육청은 급식비 등 부담이 커지고 있어 고민이 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교부금은 전체 내국세 20.79%와 교육세 일부로 조성된다. 내국세가 얼마나 걷히느냐에 따라 줄어들 수도 늘어날 수도 있다. 지난해까지는 세수가 늘어 교부금도 많이 남았지만, 올해부터는 경기 악화로 세수가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특히 교부금의 60%가량은 인건비 등 경직성 경비로 소요된다. 세수가 줄어 교부금 규모가 줄어들더라도 경직성 경비를 줄일 수는 없어서 결국 사업비가 줄어든다. 송기창 숙명여대 교수는 “교육재정 구조를 안정적으로 가져가려면 현행 체제를 당분간 유지하면서 별도 재원으로 정책 예산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별도 예산 편성이 없는 ‘특별회계’ 자체의 위험성도 있다. 고특회계는 3년 시한이 지나면 예산이 사라질 수 있다. 누리과정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2016년 3년 시한으로 설치된 유아교육지원특별회계는 아직도 특별회계 일몰을 연장해가며 불안정하게 이어지고 있다. 대학 관련 단체들은 국회가 고특회계 법안을 심의하던 지난해 말 “특별회계를 통해 임시로 예산을 확보하는 형태가 아니라 고등교육만을 위한 별도의 안정적 형태로 예산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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