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생 500명, 평일 오후 군부대 방문
가자지구서만 어린이 1만3800명 사망
교육청 “군인 삶·안보 소중함 이해할 것”
광주광역시교육청이 ‘어린이날’을 기념해 지역 초등학생들을 대상으로 ‘군부대 체험행사’를 추진해 논란이 일고 있다. 평일 오후 열리는 행사에서는 장갑차와 벌컨포 등 무기를 관람하고 모의사격, 군가 따라 부르기 등이 예정돼 있다.
23일 광주시교육청에 따르면 이 교육청은 ‘제102회 어린이날’ 기념행사로 민·관·군 협력 군부대 체험행사를 계획하고 있다. 다음 달 2일 지역 초등학교 3∼6학년 500명을 대상으로 제31보병사단에서 행사를 진행한다.
교육청은 각 학교당 5명까지만 군부대 체험행사를 신청할 수 있도록 했다. 오후 1시부터 4시40분까지 예정된 행사는 군인들의 특공무술과 태권도 시범, 의장대공연 등이 진행된다. 각종 무기와 전쟁물자 관람, 체험행사도 예정돼 있다.
학생들은 전시된 장갑차와 신궁, 벌컨포 등 각종 무기와 전투복, 전투식량 등을 관람한다. 모의사격과 서바이벌 사격, 장갑차 탑승, 전투복 착용 등의 체험 행사도 준비되고 있다. 군악대 공연에서는 ‘군가 따라 부르기’ 프로그램도 있다.
하지만 어린이날 기념행사로 교육청이 직접 나서 군부대 체험을 진행하는 것에 대한 반감도 크다. 특히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전쟁으로 인해 많은 어린이가 사망하고 있는 상황에서 초등학생들에게 ‘군사력’을 과시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유니세프는 지난 18일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발발 이후 가자지구에서만 1만3800명이 넘는 어린이가 목숨을 잃었다고 밝혔다. 가자지구 보건부가 밝힌 전쟁 관련 사망자 3만4000여명의 40%에 달한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광주지부는 논평을 내고 “세계 여러 나라에서 전쟁으로 수많은 어린이가 목숨을 잃는 상황”이라면서 “교육청은 어린이들에게 군부대 체험을 통해 무엇을 가르치려는 것인지 이해하기 어렵다”라고 밝혔다.
백성동 전교조 광주지부 대변인은 “현충일도 국군의날도 아닌 어린이날에 군부대 체험을 진행하겠다는 교육청을 이해할 수 없다”면서 “시대착오적 행사를 즉각 철회하고 어린이들에게 평화와 인권 교육을 제공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광주시교육청은 “행사의 목적은 군인의 삶을 이해하고, 국가를 위해 헌신하는 사람들을 존중하는 태도를 배우는 것”이라면서 “평화와 안보의 소중함을 어린이들이 자연스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함이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