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방암 명의 안세현 교수 "수술과 환우회 활동 30년, 행복했습니다"

박효순 기자

■30여 년 유방암 진료, 수술, 연구, 교육, 환우회 활동에 헌신

■금년 8월 말 정년퇴임 후 9월부터 이대 목동병원에서 새출발

■병원 구성원들, 유능한 후배들 덕분에 떠나는 발걸음 가벼워

“개인은 운동·체중관리·정기검진에 노력하고, 의료진은 최신 수술방법과 치료방법의 지속적인 습득에 노력하며, 사회와 국가는 효율적인 정기검진 방법 개발 및 국가재정 관리를 통한 암보장성 유지 및 확대에 노력하는 것이 유방암에 대처하는 요체입니다.”

유방암 최소절개와 최소흉터 수술의 권위자인 서울아산병원 외과 안세현 교수(65, 유방내분비외과)는 지난 8일 경향신문과 인터뷰에서 “유방암 예방은 특별한 묘수가 없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안 교수는 “평소에 운동을 꾸준히 하고 적정체중을 유지하는게 필요하다”면서 “1년에 한 번은 유방정기검진, 혹은 2년에 한 번 국가검진을 받으라”고 조언했다.

안 교수는 금년 8월말로 만 33년 동안 봉직한 서울아산병원을 정년퇴임한다. 9월부터는 이대 목동병원 여성암병원에서 진료를 이어간다. 유방암을 비롯한 유방질환 진료와 연구와 교육에 헌신하며 유방암 명의로 우뚝 선 그는 2만 6000여 명의 유방암 환자를 수술해 세계적인 기록을 수립했다.

―현재 한국에서 유방암은 여성암 1위입니다.

“적어도 20~30년 동안은 유방암이 늘어날 것입니다. 인구의 고령화, 국민소득의 증가와 서구화, 초경연령이 빨라지고 폐경연령이 늦어짐, 출산율의 저하, 모유수유 감소, 신장과 체중 등의 서구적인 체형변화, 동물성 칼로리 섭취 증가 등이 유방암 증가의 주요 요인입니다. 최근의 5년 생존율은 95% 이상으로, 이는 조기 발견과 적극적인 치료 덕분이고요.”

유방암 수술의 세계적 권위자인 안세현 교수가 조기진단 및 환우회 활동의 중요성과 긍적적 효과 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서울아산병원 제공

유방암 수술의 세계적 권위자인 안세현 교수가 조기진단 및 환우회 활동의 중요성과 긍적적 효과 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서울아산병원 제공

―환우회 활동을 특히 열심히 하신 의학자로 유명하신데요.

“유방암 환자가 늘어나면서 치료 외에도 해야 할 일들이 눈에 띄었습니다. 유방 절제 환자들이 목욕탕에 가지 못한다는 이야기에 매달 한 번씩 목욕탕을 통째로 빌렸어요. 환자들이 모여 마음껏 목욕도 하고 교육과 상담을 받을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마련한 것입니다. 또 방사선 치료를 하는 5주 동안 마땅히 거처가 없는 지방의 환자들을 위해 병원 인근에 아파트를 얻었습니다. 간호사들이 자원하여 이곳에 상주하면서 환자들의 숙식을 돌봤고 많은 자원봉사자가 정기적인 지원과 도움을 보탰습니다.”

서울아산병원 유방암 환자들의 봉사 단체인 ‘새순회’와 ‘핑크리본회’ 라는 환우회는 지금까지 자체적으로 잘 운영되고 있다. 안 교수는 <유방암 환자를 위한 치료 안내서> 책자를 6판까지 발행하며 매년 유방암 강좌에서 최신 치료정보를 소개해 환자들의 신뢰를 쌓아왔다. 매달 찜질방에 모여서 환자들끼리 친교도 나누고 의사와 같이 질의응답 시간을 가지는 ‘핑크리본회’, 이미 유방암 환자로서 모든 치료를 마친 뒤에 병동에 입원한 유방암 환자들을 방문해서 서로의 경험을 나누고 위로하는 ‘새순회’, 지방 환자들이 서울아산병원에서의 방사선치료를 위해서 5주 동안 머무는 쉼터(새순회 회원들이 유지·관리 자원봉사) 등 다양하다. 안 교수의 경험과 분석에 따르면, 환우회 활동은 환자들의 회복과 일상생활로의 복귀에 있어서 좋은 영향을 끼친다. ―환우회 활동에서 의사의 바람직한 역할은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환자의 아픔에 대한 공감을 가지고 조언자, 컨설턴트(상담)가 되는 것입니다.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인생의 친구라는 생각으로 같이 활동해야 한다고 봅니다. 환우회 활동의 활성화는 꾸준하게 환우회 모임에 의사들이 참석하고, 환우회 임원진들과 평소도 계속 소통하는 등 지속적인 관심이 중요합니다.”

안세현 교수가 유방암 환자를 진료하고 있다. 안 교수는 ‘유방암 수술 2만 6000건’ 대기록을 보유한 의학자이다. 서울아산병원 제공

안세현 교수가 유방암 환자를 진료하고 있다. 안 교수는 ‘유방암 수술 2만 6000건’ 대기록을 보유한 의학자이다. 서울아산병원 제공

―어느덧 정년 퇴임을 50일 정도 남겨두셨는데요.

“하루하루를 감사 기도로 마무리하며 별다른 슬럼프 없이 지난 30여 년을 지내왔습니다. 분명 나를 믿어 주는 병원의 신뢰와 잘 따라와 준 구성원들의 도움이 컸어요. 차츰 일을 내려놓을 시간이 다가옵니다. 유능한 후배들이 유방암 분야의 중개·기초 연구를 멋지게 발전시킬 거란 믿음에 마지막 발걸음도 가볍고 행복합니다.”

―유방암 치료율을 더 높이려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

“맞춤형 치료, 즉 모든 유방암 환자에게 일괄적으로 적용되는 것이 아닌 개별 환자의 상태나 종양의 특성에 맞는 치료가 궁극적으로 지향해야 할 목표입니다. 이때 어떤 환자, 어떤 종양이 재발 위험도가 높고 어떤 약제에 가장 잘 반응할 것인지 예측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해요. 특정 치료에 대한 저항성을 갖는 암세포들을 없애는 방법을 찾아내는 연구도 필요합니다. 각 암세포들을 특징에 따라 맞춤형으로 적용하는 새로운 표적치료제 및 방법을 개발하기 위한 많은 연구를 현재 진행하고 있습니다. 여기에다 환자 및 가족들의 의료진에 대한 신뢰와 치료에 대한 의지가 뒷받침돼야 합니다. 우왕좌왕하지 않고 잘 따라와 주는 환자, 약물치료로 인한 각종 부작용을 이겨 나가려고 다양한 자구책을 강구하는 환자, 그리고 긍정적인 자세로 진료실에서 웃음을 보여주는 환자가 치료 성적도 좋았습니다. 정기적인 검진을 통한 조기 발견은 유방암의 완치율을 높이는 지름길입니다.”

―수술을 비롯한 유방암 치료의 최신 경향은 어떻습니까.

“최근 두드러진 변화는 유방 복원수술이 늘었다는 점인데요. 2000년대 초반만 해도 5% 정도에 그쳤던 동시유방복원수술이 서울아산병원의 경우 이미 2010년 이후부터 40%이상 동시복원수술을 시행하고 있을 정도입니다. 특히 자신의 유두를 보존하는 유두보존 유방절제술 비율도 높아지고 있어요. 유방암은 암 조직의 성공적인 제거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미용적 측면도 수술 성적을 높이는 요소입니다. 환자의 삶의 질 측면과 더불어 여성의 상징인 유방의 원래 모습을 간직하는 수술기법이 점점 발달하고, 임상 영역도 넓어지고 있습니다.”

암을 극복하는 데는 “가족이나 친구 등 주변과의 소통, 규칙적인 운동, 균형 잡힌 식단, 긍정적인 사고 및 적극적인 활동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하는 안세현 교수. 서울아산병원 제공

암을 극복하는 데는 “가족이나 친구 등 주변과의 소통, 규칙적인 운동, 균형 잡힌 식단, 긍정적인 사고 및 적극적인 활동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하는 안세현 교수. 서울아산병원 제공

―치료 과정에 있는 환자들은 어떤 자세로 임해야 하나요.

“환자분들은 치료에 따라 유방외과는 물론 종양내과, 방사선종양학과에서 치료 관련 설명을 잘 듣고, 교육에 적극 참여하는 것이 좋습니다. 또한 치료 과정 혹은 치료 후의 경과에서 재활운동, 암 관련 정신건강적인 면, 기타 동반된 만성질환에 대해 의료진의 도움을 받을수록 완치율과 삶의 질이 높아질 수 있습니다. 가족들의 지지 및 가족이나 친구 등 주변과의 소통, 규칙적인 운동, 균형 잡힌 식단, 긍정적인 사고 및 적극적인 활동이 필수적인 요소라고 하겠습니다.”

―환자나 완치자들의 활기찬 삶을 위한 조언을 해주십시오.

“최근 5년 생존율이 95%에 육박하는 조기 유방암이 많아 장기 생존 유방암 환자들이 늘어나게 되었고, 그만큼 암 생존자들이 건강한 일상으로 복귀하는 문제가 중요해졌습니다. 따라서 환자에 대한 가족 및 주변 사람들의 따뜻한 관심과 이해, 도움이 무엇보다 필요합니다. 환자들도 의기소침하지 말고 일상적인 활동을 적절하게 유지해야 합니다.”

―평소의 건강관리는 어떻게 하십니까.

“인턴 때부터 아침에는 너무 바쁘다보니까 아침을 거르게 되었는데, 그 때부터 아침 11시, 저녁 7시 하루 두 번 식사를 하는 것이 습관이 되었습니다. 지금까지 40년 간 지속되고 있는데 속도 편하고 체중 유지에도 좋은 것 같습니다. 최근 들어서 간헐적 단식이라는 이야기들을 하는데, 저는 본의 아니게 간헐적 단식이 되었네요.

―정년을 앞두신 나이에도 한창 때처럼 보이시는데, 특별한 비결이라도 있나요.

“병원 일이 너무 바쁘다는 핑계로 별도의 헬스클럽이나 PT 같은 운동은 못하고 지내왔습니다. 그래도 근래 20년 넘게 체중변화도 거의 없고 큰 질병없이 잘 지내고 있는데, 다행스럽게 제가 걷는 것과 자전거 타는 것을 좋아합니다. 걷기는 10년 전부터는 안식년 휴가에 시간이 될 때마다 국내 지리산둘레길, 제주올레길, 부산갈맷길, 서울둘레길, 해파랑길, 평해길 등을 완주했습니다. 대략 1400㎞는 걸은 것 같고, 올해 5월에는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 800㎞ 중에서 250㎞를 다녀왔습니다. 자전거는 약 7년 간에 걸쳐서 국토 종주와 4대강 종주, 동해안 일주, 제주도 일주를 다 마치고 1700㎞를 달려서 그랜드슬램 메달을 받았습니다. 이런 점들이 저의 건강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평소에 병동 회진을 도는 거리도 꽤 되고, 외래 5방(5개 진료실)을 볼 때 하루종일 서서 왔다갔다 하는 것도 생활체육이 되지 않을까 혼자 생각해봅니다.”

안 교수의 좌우명은 ‘범사에 감사하라’이다. 걷기와 자전거타기 두 가지가  건강을 지키는 비결이다. 서울아산병원 제공

안 교수의 좌우명은 ‘범사에 감사하라’이다. 걷기와 자전거타기 두 가지가 건강을 지키는 비결이다. 서울아산병원 제공

서울아산병원 홈페이지에는 안 교수를 칭찬하는 글이 끊이지 않는다.

“지방에서 상급 병원으로 진료 예약하였으며, 멋지고 좋은 선생님이 일사천리로 일정을 잡아 주시어 빠르게 치료 받을 수 있게 하여 주신 점 글로 대신하여 감사인사 드립니다. 부산 보다도 더 멀리서 왔다며 교통과 시간을 물어 봐 주시던 따뜻한 의사…” (칭찬받은 직원 : 안세현, 2020.07.22)

“안세현 교수님께 수술받은 ‘한00’ 이라고 합니다. 결혼준비 중에 정말 생각지도 못하게 상피내암 진단 받고 교수님께 오기까지 정말 약 1달 넘게 마음고생이 많았는데, 첫 외래진료 때 최선을 다해서 수술해 주시겠다는 그 한마디에…” (칭찬받은 직원 : 안세현, 2018.07.04)

■안세현 교수는=1981년 서울대 의대를 졸업했고, 1989년 서울아산병원 개원 때부터 외과 의료진으로 합류했다. 외과의 대부인 민병철 병원장이 안 교수를 스카웃했고, 박건춘 외과 과장은 그에게 유방암 분야를 맡도록 이끌었다. 환자 수술과 환우회 활동에 진력해 2만 6000여 건의 수술을 기록, 최고의 임상 실적을 보유하게 됐다.

2009년부터 10년 동안 유방암센터 소장을 맡아 서울아산병원을 ‘유방암 치료의 메카’로 육성했다. 2019년 서울아산병원 개원 30주년에서 ‘아산병원을 빛낸 30인’에 선정됐다. 1996년부터 국내 유방암 환자의 상세 정보를 구축하기 위해 전국 병원의 데이터를 모으기 시작(한국인 유방암의 전국조사자료 등록사업)해 분석 및 발표 주도했고, 2001년부터는 학회 온라인 등록사업을 통해 전국 유방암 환자 60~70%의 자료를 등록시켰다.

2014년부터 유두-피부보존 유방절제수술과 동시 유방복원수술 방법을 국내에 소개했고 최다 수술을 시행했다. ‘네이처’ 등 유수 국제약술지에 학술연구논문을 420여 편을 수록했다. 현재 미국임상종양학회(ASCO) 정회원, 미국유방학회(ASBD) 정회원으로 국제적인 명성을 유지하고 있다. 그의 좌우명은 ‘범사에 감사하라’이다. 의대 동기인 노동영 강남차병원장(서울대암병원장·서울대연구부총장·대한암협회장 등 역임)과 쌍벽을 이루는 세계적인 유방암 명의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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