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 빈곤자의 2023년

①자녀와 ‘상호작용’은 하루 1.3시간뿐

김향미 기자
[시간 빈곤자의 2023년]①자녀와 ‘상호작용’은 하루 1.3시간뿐

한국에서 초등학교 2학년 이하 자녀를 둔 노동자의 하루 평균 자녀 돌봄 시간은 4.2시간으로 나타났다. 자녀와 상호작용이 이뤄진 돌봄 시간은 1.3시간에 불과했다.

육아정책연구소가 지난해 12월 발간한 ‘평등한 돌봄권 보장을 위한 자녀 돌봄 시간 정책 개선방안 연구’(1차, 2022년 12월 발행) 보고서에는 지난해 8월 초등학교 2학년 이하 자녀를 둔 취업자 부모 1637명(남성 837명, 여성 8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가 실렸다.

전체 응답자의 1주일간 평균 노동일수(근로일)는 4.7일, 노동시간은 38.3시간이었다. 지난 한 달간 저녁 및 야간 근무 여부를 살펴본 결과 절반가량(49.1%)이 ‘있다’고 답했다. 자녀돌봄 시간은 근무일(4.2시간)보다 비근무일(9.9시간)에 2배 이상 많았다. 남성은 근무일에 평균 2.8시간, 여성은 평균 5.6시간으로 성별 격차가 컸다. 돌봄시간 질을 따져보니, 근무일 기준 신체적·일상적 돌봄이 1.4시간으로 길었고 상호작용 돌봄은 1.3시간, 다른 일 하면서 함께 하기가 1.2시간이었다.

[시간 빈곤자의 2023년]①자녀와 ‘상호작용’은 하루 1.3시간뿐

학기 중 주중에 자녀 돌봄 공백 경험이 있다고 응답한 사람은 1032명(63%)이고, 학기 중 주말 736명(45%), 방학 중(휴원 중) 921명(56%)이었다. 가장 많은 자녀 돌봄 공백이 발생하는 시간대는 모든 시기에 공통으로 오후 4시~6시였다. 임신, 출산, 자녀 양육으로 인해 일에 변동이 생겼다는 응답은 51.6%였다. 여성은 70.4%, 남성은 33.6%였다.

자녀 돌봄과 일 사이에서 시간 갈등이 벌어졌을 때, ‘자녀 돌봄’(1점에 가까움)과 ‘일자리·근로시간’(10점에 가까움) 중 어느 쪽을 조정(변경)했는지 묻는 문항에서 전체적(5.6점)으로는 일에 자녀 돌봄을 맞춘 정도가 더 높은 것으로 파악됐다. 반면 어느 쪽이 바람직한가 묻는 인식 측면(4.8점)에서는 자녀 돌봄을 위해 일을 맞추는 쪽이 우세했다.

이 보고서는 자녀 돌봄 정책의 지원 유형인 현금(부모급여·아동수당 등), 보육 서비스(무상보육), 시간 등 3가지 지원정책 중에서 ‘시간 정책’에 초점을 맞추고 국내외 제도 분석, 고용 형태별 제도 이용 현황과 욕구에 대한 실증적 분석을 다뤘다. 연구진은 “부모와 아동에게 돌봄 시간 정책은 혜택이 아니라 권리 보장의 관점을 전제로 해야 한다”면서 한국에서는 아직 보편적 권리 보장 성격이 가장 약하다고 했다.

보고서에 소개된 독일은 2001년 육아휴직 제도의 명칭을 ‘부모시간’(Elternzeit)으로 바꾸고 명시적인 시간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육아를 위한 휴가·휴직을 경제활동의 중단이 아니라, 자녀 돌봄이라는 노동 가치로 인정하는 것이다.

한국에서도 ‘시간정책’이란 표현을 주로 쓰진 않지만 일·가정 양립 지원제도가 시행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휴가·휴직제도(육아휴직제도 등)와 유연근로제(근로시간 단축제)가 있다.

육아정책연구소 <평등한 돌봄권 보장을 위한 자녀 돌봄 시간 정책 개선방안 연구(Ⅰ) : 고용 형태별 돌봄 격차 해소를 중심으로> 보고서에서 발췌.

육아정책연구소 <평등한 돌봄권 보장을 위한 자녀 돌봄 시간 정책 개선방안 연구(Ⅰ) : 고용 형태별 돌봄 격차 해소를 중심으로> 보고서에서 발췌.

이런 제도들은 가족 정책이면서 고용정책이라서 사업장에서의 제도 수용률, 조직문화에 큰 영향을 받는다. 고용 형태별로 이용률 차이가 커 사각지대가 광범위하다. 위 설문조사에서 육아휴직 사용 경험은 26.6%에 그쳤다.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제 사용 경험자는 14.7%였다. 제도를 쓰면서도 절반 정도는 직장에서 거부, 또는 압박 등의 어려움을 겪었다.

연구진은 구체적인 제도 개선 방안을 제시했다. 예를 들어 육아휴직의 경우 피보험자격 상실 후에도 지급 자격 부여, 소득보장 수준 제고, 사후지급금 제도 폐지, 기업 인센티브·관리감독 강화 등이다. 연구진은 제도 개선과 더불어 “우리 사회 전반적인 노동시간이 돌봄에 적합할 수 있도록 사회적 시간 구조를 재편하는 노력도 뒷받침돼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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