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 사이버 테러’ 남도 북도 같은 날 당했다

홍재원·박홍두 기자

정부기관 4곳 등 16곳 이상 해킹… 경보단계 ‘주의’ 격상

어나니머스, 예고대로 북한 운영 사이트 40곳 공격해

청와대와 국무조정실 등 정부 기관과 일부 언론사 서버가 25일 동시에 해킹 공격을 받았다. 국제 해커집단 어나니머스(Anonymous)는 예고한 대로 이날 북한이 운영 중인 인터넷 사이트 40여개에 대해 사이버 공격을 벌였다.

미래창조과학부는 이날 “오전 9시30분쯤 청와대와 국무조정실 홈페이지가 위·변조되는 등 정부 4곳과 정당 1곳, 언론사 11곳 등 16개 이상 기관의 서버 131대가 공격당했다”며 “피해 기관에 정부 조사단을 급파해 정확한 경위를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오전 한때 청와대 홈페이지 등에 접속하면 ‘위대한 김정은 수령’ 등의 메시지가 화면 상단에 붉은 글자로 나타났다. 오전 10시쯤부터는 “통일대통령 김정은 장군님 만세! 우리의 요구조건이 실현될 때까지 공격은 계속될 것이다. 우리를 맞이하라. 위 아 어나니머스(We Are Anonymous)” 등의 문구와 박근혜 대통령의 사진이 게재되기도 했다.

<b>중단된 청와대 홈페이지</b> 25일 해커들의 공격으로 피해를 입은 청와대 홈페이지에 시스템 긴급점검으로 운영을 중단한다는 안내문이 올라 있다. | 홍도은 기자

중단된 청와대 홈페이지 25일 해커들의 공격으로 피해를 입은 청와대 홈페이지에 시스템 긴급점검으로 운영을 중단한다는 안내문이 올라 있다. | 홍도은 기자

안전행정부·미래창조과학부·통일부 등 정부 부처와 새누리당 일부 시·도당 홈페이지 등에도 접속장애가 발생했다. 이는 대전 정부종합센터가 분산서비스 거부(디도스·DDoS) 공격으로 마비됐기 때문이다.

이 외에도 스포츠서울, 이투데이, 매일신문, 대구일보 등 언론사 10여곳의 서버도 해킹 공격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이날 오전 미래부를 중심으로 안행부, 국방부, 국가정보원 등 10개 부처 실무담당자가 참여하는 ‘사이버 위기 평가회의’를 개최하고 사이버 위기 경보단계를 ‘정상’에서 ‘관심’으로 격상했다.

공격이 지속되자 정부는 오후 경보단계를 ‘주의’로 한 단계 더 올리고 모니터링 인력을 평소의 3배로 늘렸다. 아울러 국정원과 경찰청 사이버수사대, 한국인터넷진흥원, 민간 보안전문기업 등이 해커의 실체와 공격 방법 등을 조사하고 있다.

미래부는 이날 1차 조사결과, 이번 사이버 공격 유형이 홈페이지 변조와 디도스 공격, 불명확한 서버 다운 등 3종이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누가 공격을 했는지, 어떤 경로와 방법을 사용했는지는 파악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정확한 피해 규모도 집계되지 않고 있다.

이날 해킹은 지난 3월 KBS·MBC·YTN 등 방송사와 농협·신한·제주은행 등 총 6개 기관의 내부 서버와 직원 PC가 악성코드 공격으로 마비된 ‘3·20 사이버 테러’ 이후 3개월 만에 발생했다. 당시 정부는 북한의 소행이라 결론내린 바 있다.

박재문 미래부 정보화전략국장은 “동일 해커집단의 소행으로 의심하고 있지만 아직 단정할 단계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박 국장은 “유출된 개인정보를 유포하는 사이트 3곳을 발견해 차단 조치했다”며 “유출된 개인정보의 진위와 유출 기관 등을 파악 중”이라고 했다.

한편 자신을 어나니머스의 일원이라고 주장한 한 해커는 이날 트위터(@Anonsj)에서 해킹 성공을 의미하는 ‘탱고 다운(tango down)’이란 용어를 사용하며 어나니머스가 공격에 성공한 북한 사이트 명단을 실시간 공개했다.

어나니머스는 일본에서 운영되는 조선중앙통신 사이트와 함께 대표적인 북한의 대남선전 사이트인 ‘우리민족끼리’ ‘노동신문’ ‘내나라’ 등의 사이트를 공격했다고 밝혔다.

실제로 이 사이트들은 이날 오전 11시를 넘어 접속이 차단됐다. ‘고려항공’ ‘벗’ 등 북한의 주요 사이트들도 접속 불가 상태가 됐고, 오후에는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조총련) 기관지 ‘조선신보’ 사이트가 접속 불능 상태에 빠지기도 했다.

또 다른 해커(@Anontwitrack)는 “북한의 군 고위 간부 20여명의 인적사항”이라며 명단을 공개하기도 했다.

이 명단에는 북한 사람으로 추정되는 이름과 생년월일, 주소, 전화번호 등이 게재돼 있다.

이 해커는 “북한의 미사일, 무기 등 수만건의 자료를 이미 확보해두었고, 시기를 조율해 폭로 전문지 위키리크스를 통해 공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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