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객선참사 속보

“내 손 잡아” 탈출 돕던 그 아저씨가 교감이었다…

디지털뉴스팀

혼자 살 자신이 없다며 유서를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단원고 강모 교감(52)이 세월호에서 승객들의 대피를 도운 것으로 알려졌다. 21일 서울신문에 따르면 세월호에 탔다 구조된 ㄱ씨(21·여)는 자신의 손을 잡고 탈출을 도운 남성이 알고보니 단원고 교감이었다고 밝혔다.

지난 16일 오전 8시40분쯤, 친구 5명과 함께 제주 여행을 위해 세월호에 탑승했던 대학생 ㄱ씨는 5층 객실에 있었다. 조금씩 기우는 배 안에서 엉금엉금 기어가 구명조끼를 간신히 입었다. 직감적으로 탈출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밖으로 나가는 문을 찾을 수 없었다.

그때 한 중년남성이 학생들의 탈출을 돕고 있었다. 그는 재빨리 탈출구를 찾아 문을 열었다. ㄱ씨 일행은 문을 통해 밖으로 나가려 했지만 배가 기운 탓에 여자 힘으로는 쉽지 않았다. 수차례 탈출을 시도했지만 팔에 힘이 풀려 포기 상태에까지 이르렀다.

이때 그 남성은 앞장서 출입구를 열고 올라가 “너희 거기 있으면 다 죽는다. 힘이 들더라도 여기로 올라와야 한다”고 소리를 지르며 ㄱ씨 일행을 독려했다. ㄱ씨는 다시 탈출을 시도했고, 중년남성이 손을 잡고 끌어줘 겨우 밖으로 나올 수 있었다.

ㄱ씨 일행은 구조헬기를 타고 안전한 곳으로 이동했다. 하지만 그는 ㄱ씨와 함께 헬기에 오르지 않았다. 먼저 구조될 수 있었음에도 “빨리 나와라. 이쪽으로 와라”고 외치며 끝까지 학생들을 구하다 나중에야 배에서 빠져나왔다.

ㄱ씨는 그 중년남성이 단원고 교감이었다고 전했다. ㄱ씨는 언론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당시에는 저를 구해준 분이 교감 선생님인 줄 몰랐지만 뉴스에 나온 모습을 보고서야 알게 됐다”면서 “감사한 마음에 이번 일이 마무리되면 찾아 뵙고 인사를 드리려 했는데 돌아가셨다는 이야기를 듣고 너무 가슴이 아팠다”고 말했다. 이어 “교감 선생님 본인이 먼저 탈출할 수 있었음에도 학생들을 구하려고 동분서주 돌아다녔고, 내가 눈으로 본 것만 6~7명을 구했다”면서 “최선을 다하셨는데 돌아가시다니 안타깝다”고 말했다.

강 교감은 여객선 침몰사고 당시 학생과 승객 등을 대피시키다 헬기에 의해 구조돼 인근 섬으로 옮겨졌다. 이후 어선을 타고 다시 사고해역으로 달려가 구조상황을 살피기도 했던 강 교감은 자책감에 지난 18일 오전 진도 실내체육관 인근 야산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감 교감의 지갑에서는 손으로 직접 쓴 유서가 발견됐다. 유서에는 수학여행 인솔 책임자인 자신이 구조된 것에 대한 자책감과 함께 ‘내 몸뚱이를 불살라 침몰지역에 뿌려 달라. 시신을 찾지 못하는 녀석들과 함께 저승에서도 선생을 할까’란 부탁이 담겨있었다. 유족들은 고인의 뜻을 존중해 유해를 둘로 나눠 충남 보령 선산에 있는 가족 납골묘 선친 옆에 안장하고, 나머지는 바다에 뿌리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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