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번 반복되는 철도사고···“안전 기본 안 지킨 탓”

류인하 기자

올해만 3건의 궤도이탈사고 발생

철도작업자 사망사고도 4건 발생

원희룡 “안전 최우선”강조 무색…사고 잇따라

7일 오전 무궁화호 열차 탈선사고가 발생한 서울 영등포역 인근 탈선 사고 현장에서 코레인 복구반원들이 탈선 원인이 된 철로를 복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7일 오전 무궁화호 열차 탈선사고가 발생한 서울 영등포역 인근 탈선 사고 현장에서 코레인 복구반원들이 탈선 원인이 된 철로를 복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안전사고 예방을 철저히 해달라”는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의 당부가 무색하게 지난 이틀 인명사고 와 열차 궤도이탈사고가 잇따라 발생했다.

철도노조는 “철도 현장 작업자들이 작업환경 개선을 지속적으로 요구했지만 사측은 비용문제를 이유로 제대로 된 대책을 마련하지 않았고 그 결과 인명피해로 이어진 것”이라고 지적했다.

사고가 발생했을 경우 대형 재난으로 이어질 수 있는 궤도이탈사고는 ‘준사고’를 포함해 올해들어 9월까지 15건이나 발생했다. ‘준사고’란 ‘철도사고로 이어질 수 있었던 것’까지 포함한 사고를 말한다. 이 중 한국철도공사(코레일)가 운영하는 열차 관련 궤도이탈사고는 12건으로, 지난 8월에는 한 차례 충돌사고도 일으켰다. 인명피해까지 발생한 궤도이탈사고는 지난 6일 무궁화호 탈선을 포함해 올해 코레일에서만 3건 발생했다.

매번 알려지지만 않았을 뿐 철도 관련 사망사고도 잇따르고 있다. 7일 철도안전정보종합관리시스템에 등록된 월별 사고현황 통계를 살펴보면 올해 1~9월 발생한 철도관련 사고로 총 21명이 숨지고 27명이 다치는 등 사상자만 48명에 달했다.

■중대재해처벌법 무색…작업자 4명 숨져

지난 5일 오후 8시37분쯤 경기 의왕시 오봉역 구내에서 시멘트 벌크(무더기 짐) 화물열차 관련 작업을 하던 코레일 소속 직원 A씨(33)가 열차에 치여 숨졌다. A씨는 철도 안에서 차량을 이동시키거나 연결·분리하는 ‘입환작업’을 하던 중 사고를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고 다음날인 6일은 고인의 생일이었다. 코레일은 상시근로 50인 이상 사업장으로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대상 공공기관이다.

철도안전정보종합관리시스템

철도안전정보종합관리시스템

코레일은 그러나 올해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이 무색할 정도로 올해만 4차례 사망사고가 발생했다. 지난 3월 14일 대전 열차 검수고에서 작업 중이던 직원 1명이 열차와 레일 사이에 끼어 숨졌다. 또 7월 13일에는 서울 중랑역 승강장 측면에서 배수로 점검작업을 하던 직원 1명이 열차에 치여 숨졌다. 9월 30일 경기도 고양시 정발산역에서는 스크린도어 부품 교체작업을 하던 직원 1명이 열차에 부딪혀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끝내 사망했다.

민주노총 전국공공운수사회서비스노조는 성명서를 통해 “입환작업 중 노동자가 숨지는 경우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입환작업자 사망사고가 계속 발생하자 코레일은 2017년 핸즈프리 무전기, 전호기·전호등 LED 교체, 자동화·원격제어 입환시스템 도입 등을 발표했지만 그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고, 효과도 없었다”고 밝혔다.

이어 “매뉴얼상에는 2인 이상 1개조로 편성해 작업하도록 명시돼 있지만 작업인원이 부족해 늘 2명만 입환조로 투입됐고, 열차길이가 150m가 넘는 현장에서 신호기 조정과 열차 탈착작업을 동시에 하려면 작업자들은 매번 분리돼 일을 할 수밖에 없었다”면서 “인력확보 뿐만 아니라 시스템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작업장소 가시성 확보, 화물차량 안전장치 개선 등 시설투자가 이뤄져야 하지만 사측은 적자운영을 이유로 투자를 꺼려왔고 결국 이같은 인명피해로 이어진 것”이라고 지적했다.

■올해만 궤도이탈 사고 3건 발생

오봉역 작업자 사망사고가 발생한 다음날인 6일에는 오후 8시 52분쯤 승객 275명을 태우고 용산역을 출발해 익산역으로 가던 무궁화호 1567열차가 영등포구 영등포역을 진입하던 중 궤도를 이탈했다. 객차 5량, 발전차 1량 등 총 6량이 탈선되면서 승객 20명이 경상을 입었으며, 지하철 1호선이 한때 상·하행선 모두 운행을 중단했다.

코레일은 7일 오후 4시 전까지 현장복구를 완료하고 정상운행을 한다는 계획이지만 탈선된 칸 수가 6칸에 달하는 등 기중기로 차량을 선로에 안착시키는 데 시간이 더 걸릴 가능성도 있다.

코레일은 매년 안전점검을 실시하고 있다고 하지만 궤도이탈사고는 매년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 앞서 지난 1월 5일 오전 11시 53분쯤 대전~김천구미를 운행 중이던 경부고속선 KTX-산천 열차가 궤도를 이탈하며 탈선했다. 이 사고로 승객 7명이 경미한 부상을 입었다. 1명은 병원으로 이송됐고, 6명은 귀가조치됐다. 7월에는 대전조차장을 통과하던 SRT 제338열차가 탈선하면서 이 사고로 사고열차 승객 11명이 부상을 입었고, 이 중 7명은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다. 올해만 3건의 탈선사고가 발생한 셈이다.

어명소 국토부 제2차관이 7일 무궁화열차 탈선사고 현장을 방문해 현장 관계자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국토부 제공

어명소 국토부 제2차관이 7일 무궁화열차 탈선사고 현장을 방문해 현장 관계자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국토부 제공

올해 발생한 12건의 탈선사고 원인을 살펴보면 선로전환기 관련(오취급, 작동 불량 등)이 6건으로 제일 많았다. 진로확인 불량이 5건으로 뒤를 이었다. 한국교통안전공단은 “올해들어 철도사고가 증가한 원인은 열차의 이용과 관련한 탈선, 치임 등으로 인한 철도교통사고가 증가했기 때문”이라며 “특히 철도차량의 탈선사고와 건널목사고, 공중의 차량 치임사고가 전년 대비 크게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올해 1월 발생한 산천열차 차륜파손 탈선사고로 16억6500만원의 재산상 피해도 발생했다.

한편 어명소 국토부 제2차관은 이날 영등포역 인근 사고현장을 방문해 복구상황을 점검했다. 어 차관은 이 자리에서 “이번 사고와 토요일 오봉역 사고를 포함한 대부분의 사고는 안전 기본수칙만 지키면 막을 수 있는 것이었다”면서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고 기본을 지키는 기업으로 환골탈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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