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반도체공장 근무했던 여성 노동자 3명 ‘태아 산재’ 인정

박채연 기자

1990년대~2000년대 공장 근무한 여성 3인

태아산재법 시행 후 두 번째···반도체 첫 사례

삼성전자가 반도체 불황을 통과하며 15년 만에 가장 적은 연간 영업이익을 기록한 지난 1월9일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사옥 모습. 한수빈 기자

삼성전자가 반도체 불황을 통과하며 15년 만에 가장 적은 연간 영업이익을 기록한 지난 1월9일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사옥 모습. 한수빈 기자

임신 중 유해 화학물질에 노출된 삼성전자 반도체 여성 노동자 3명이 자녀의 선천성 장애에 대해 ‘태아 산업재해’를 인정받았다. 지난해 1월 ‘태아산재법(산재보상보험법 개정안)’ 시행 후 공단이 태아의 산재를 인정한 두 번째 사례다.

22일 취재 결과 공단은 1990년대~2000년대 삼성전자 반도체공장에서 오퍼레이터로 일했던 A·B·C씨의 자녀에게 발생한 선천성 질환에 대해 업무상 재해를 인정했다. 앞서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이 ‘업무 관련성을 판단할 과학적 근거가 부족하다’고 한 것을 공단이 뒤집었다.

A씨는 1995년부터 약 9년5개월간 삼성전자 기흥공장 7라인 확산공정 및 앤드팹공정에서 오퍼레이터로 일하면서 생식독성물질에 노출됐다. A씨의 첫째 자녀는 유산됐고 둘째 자녀는 왼쪽 신장이 없는 선천성 무신장증과 식도 기형으로 인한 선천성 식도 폐쇄증 등을 진단받았다.

B씨는 1991년부터 약 7년7개월간 삼성전자 온양공장 몰드공정에서 오퍼레이터로 근무하면서 열분해산물과 전리방사선 등 다양한 유해인자에 지속적으로 노출됐다. B씨의 자녀는 선천성 거대 결장증(히르슈슈프루병)을 인정받았다.

C씨는 1995년부터 약 9년1개월간 삼성전자 기흥공장 R라인 포토 및 식각공정에서 오퍼레이터로 일하면서 생식독성 및 세포변이원성 물질로 분류된 유해물질 등에 노출됐다. C씨의 자녀는 왼쪽 신장이 없는 콩팥무발생증, 방광요관역류 등을 갖고 태어났고 이후 IgA 신증도 발병했다.

A·B·C씨의 자녀가 장애를 얻은 건 태아산재법 시행 이전이지만, 법 부칙조항인 ‘건강손상자녀에 대한 보험급여의 특례조항’에 따라 법이 소급적용될 수 있었다. 태아산재법은 법 시행 이전이라도 태아산재를 신청한 노동자에게 법을 소급적용하고 있다. 다만 산재신청일 기준 3년 내의 요양급여를 지급한다.

B씨는 “아들이 평생 장애를 안고 살아간다는 것은 마음이 아프다 못해서 어떻게 표현할 수가 없는 일”이라며 “하지만 이번 산재 인정으로 조금이나마 마음의 짐을 내려놓을 수 있어서 기쁘다”고 했다.

노동단체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 반올림’은 “별다른 이름 없이 반복되는 반도체 노동자들의 생식독성 피해에 대해 업무상 재해라는 이름을 붙였다는 의미가 있다”며 “이번 판정으로 생식독성, 생식세포변이원성 물질에 대한 사업장의 안전보건 관리가 더욱 강화되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앞서 지난해 12월 임신 중 유해 화학물질을 다루며 일한 간호사 자녀의 선천성 뇌 기형 질환이 태아산재로 처음 인정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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