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2036년까지 전국 59기 중 28기 순차 폐지 계획
충남에 발전소 몰려…14기 폐지 땐 7577명 고용 불안
노조 “재고용 보장 규정 없어”…특별법 제정 목소리도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추진되는 정부의 석탄화력발전소 폐지 계획으로 발전 노동자들의 고용 문제가 대두되고 있다. 발전 노동자들도 정책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당장 눈앞에 닥칠 고용 불안에 침묵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지자체에선 발전 노동자 재고용을 위한 특별법 제정과 정부의 대책을 요구하고 있다.
18일 충남도와 산업통상자원부 등에 따르면 정부는 2036년까지 전국 석탄화력발전소 59기 중 28기를 단계적으로 폐지한다. 석탄 비중을 줄이고 재생에너지와 수소 등 친환경 에너지원을 확대해 기후위기에 대응한다는 취지다.
정부 계획으로 발등에 불이 떨어진 건 석탄화력발전소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다. 당장 내년부터 추진되는 발전소 폐지 계획으로 일자리를 잃을 처지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
충남 지역 상황은 특히 위태롭다. 충남에는 전국 59기의 석탄화력발전소 중 절반에 가까운 29기가 몰려 있다. 이 가운데 14기가 내년부터 순차적으로 폐쇄된다. 그동안 집중된 화력발전소로 인해 충남 지역 온실가스 배출량은 전국의 22%를 차지할 정도로 17개 광역지자체 중 최고 수준을 나타내왔다.
발전 노동자들 역시 석탄화력 감축 필요성을 인식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재고용 대책이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추진되는 발전소 폐지 계획에는 목소리를 내지 않을 수 없는 입장이다.
산업부가 발표한 ‘석탄화력발전 폐지로 인한 지역경제 파급영향 분석’ 자료에 따르면 충남 지역 발전소 14기가 폐지되면 고용이 불안정해지는 노동자 수는 7577명으로 추산된다. 발전소 정규직 노동자와 협력·연관 업체 노동자, 지역 상권에 미치는 파급효과까지를 모두 고려한 것이다.
정부는 일단 폐지된 화력발전소 노동자들을 다른 석탄화력발전소나 새로 건설되는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소에 재배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문제는 다른 지역 석탄화력발전소 역시 폐지 수순을 밟고 있고, 충남에 새로 지어지는 LNG 발전소는 2기뿐이어서 재배치 인력 수용에 분명한 한계가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6월 ‘석탄화력발전소 폐지지역 지원에 관한 특별법안’이 발의됐지만 아직 국회에서 잠자고 있다. 21대 국회의원 임기가 끝나는 다음달이면 이 법안은 자동 폐기된다. 그나마도 법안에는 노동자 재고용이 의무가 아닌 선택 사항으로 돼 있다.
노동자들 입장에서는 실효성이 없는 대책뿐이다. 이태성 공공운수노조 발전 비정규직 전체대표자회의 간사는 “기후위기와 맞물려 노동자들이 대량 해고 또는 실직될 처지에 놓여 있다”며 “현재 정부와 지자체는 재취업을 위한 일자리를 알선해준다는 말만 반복할 뿐 재고용 보장 내용을 담은 규정을 만들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 호남화력발전소가 폐지됐을 때에도 일부 노동자만 재고용되고 많은 노동자들은 일자리를 잃은 전례가 있다”고 덧붙였다.
지자체들은 발전소 폐지에 따른 고용 문제를 자체적으로 해결하기 어렵다면서 정부 차원의 대책을 요구하고 있다.
충남도 관계자는 “정부에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는 한편 지난해부터 재취업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모든 노동자들의 고용 안정을 이뤄내기는 어렵다”며 “국가가 발전소 폐지에 따른 피해 기금을 조성·지원해주고 노동자들의 향후 일자리 창출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지자체와 역할을 분담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