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시안 ‘협동조합’ 변신… “조합원 1만명 되면 선정적 광고 끊겠다”

김형규 기자

시민참여 뉴스공동체 실험

인터넷신문 프레시안이 창간 12년 만에 협동조합으로 언론사 지배구조를 바꾸고 있다. 생존의 문제를 궁극적으로 풀지 못한 현실을 인정하고 정치·경제권력의 영향력으로부터 자유로운 언론, 기자와 독자가 함께 주인이 되는 새로운 언론 모델에 도전장을 낸 것이다.

프레시안은 지난 6일 홈페이지에 ‘협동조합 전환 결의문’을 발표했다. 이들은 결의문에서 “프레시안의 주주와 임직원은 주식회사에서 협동조합으로의 전환을 결정했다”면서 “새로운 언론을 꿈꾸는 독자, 필자, 노동자가 프레시안을 공동으로 소유하고 함께 만들며 생명과 평화, 평등, 협동의 미래를 모색할 것”이라고 밝혔다.

프레시안은 5월 중에 협동조합 설립인가 절차를 거쳐 6월 말쯤 전환을 완료할 계획이다.

프레시안은 2001년 ‘관점이 있는 뉴스’를 표방하며 출발한 인터넷 ‘대안 언론’이다. 창간 후 진보와 보수를 떠나 공론장으로서 언론 본연의 역할에 충실하자는 문제의식을 보여줬지만, 결국 “품위 있는 생존 모델을 만드는 데 실패했다”는 게 이들의 고백이다.

원인은 왜곡된 한국 언론 생태계의 구조 때문이다. 미디어 시장에서 언론 보도의 수준이나 질은 상업적 성공과 반드시 비례하는 것은 아니다. ‘뉴스는 공짜로 보는 것’이라는 인식이 팽배한 상황에서 광고 수입에 절대적으로 의존할 수밖에 없는 대개의 언론은 매출에 직결되는 독자들의 ‘클릭 수’를 늘리기 위해 ‘낚시성 제목’을 남발하게 된다. 선정적 광고가 언론사 홈페이지를 도배하는 것도 같은 이치다.

박인규 프레시안 대표는 “현실과 타협하며 생존에 급급하기보다는 우리의 지향에 걸맞은 생존 방식은 무엇인지 근본적인 고민을 했다”면서 “그 답이 바로 시민들의 적극적 참여를 통한 협동조합으로의 전환”이라고 말했다.

협동조합이 되면 프레시안은 조합원인 기자와 독자들이 함께 ‘1인 1표’의 원칙으로 회사를 꾸려가게 된다. 조합원이 늘어나 경영이 안정될수록 광고주 등 사회적 강자의 이익에 봉사하는 대신 사회공동체의 앞날을 위한 뉴스에 매진할 수 있다는 게 이들의 생각이다. 프레시안은 “조합원이 1만명이 되는 순간 선정적인 광고를 싣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프레시안은 출자금 3만원 이상(1계좌 1만원), 월 조합비 1만원 이상의 조건으로 조합원을 모집하고 있다. 협동조합 전환 선언 열흘째인 16일 현재까지 2500여명이 조합원으로 가입했다.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시민 참여 뉴스공동체’ 실험이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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