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불문 방심위에 ‘인터넷 뉴스 심의 요청’···전문가들 “근거 부족”

박채연 기자
류희림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 위원장을 비롯해 방심위 위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지난 3월11일 서울 양천구 방심위에서 제 6차 정기회의가 진행되고 있다. 권도현 기자

류희림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 위원장을 비롯해 방심위 위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지난 3월11일 서울 양천구 방심위에서 제 6차 정기회의가 진행되고 있다. 권도현 기자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 위원들이 ‘방심위가 방송뿐만 아니라 인터넷 기사도 심의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이야기에 다시 불을 지피고 있다. 지난해 인터넷 언론 ‘뉴스타파’ 심의에 대한 논란에도 ‘가짜뉴스’를 명분으로 논의를 이어가는 모양새다. 언론계 전문가들은 방심위의 인터넷 언론 심의는 법적 근거가 부족하고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악용될 수도 있다고 지적한다.

여야 불문 방심위에 ‘가짜뉴스 심의 요청’

지난 25일 열린 방심위 통신심의소위원회(통신소위)에선 MBC <12 MBC 뉴스>의 지난 19일 온라인 기사인 ‘코스피, 이스라엘 미국 본토 공격에 2% 넘게 하락’ 오보를 다뤘다. 사무처는 “문제가 된 내용이 현재 수정됐기 때문에 심의 대상으로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에 여당 추천 허연회 위원은 “이 뉴스를 심의할 규정이 없다”며 “가짜뉴스의 새로운 유통 형태로 변질될까 우려된다”고 했다.

방심위의 인터넷 언론·뉴스 심의 시도는 지난해부터 이어져 왔다. 방심위는 지난해 9월 류희림 방심위원장의 취임 후 인터넷 언론의 보도물도 정보통신 심의 대상에 포함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방심위는 곧 뉴스타파의 ‘신학림-김만배 인터뷰’ 관련 보도를 ‘사회적 혼란을 현저히 야기할 우려가 있는 내용’이라며 통신소위에 상정했다. 하지만 규제 근거가 명확하지 않아 결국 조처를 내리지 못하고 서울시에 신문법 위반 여부 검토를 맡겼다.

류희림 방심위원장을 포함해 참석자들이 지난해 9월26일 방송통신심의위원회 가짜뉴스 심의전담센터 현판식에서 기념 촬영하고 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제공

류희림 방심위원장을 포함해 참석자들이 지난해 9월26일 방송통신심의위원회 가짜뉴스 심의전담센터 현판식에서 기념 촬영하고 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제공

논란 이후에도 방심위는 인터넷 신문을 심의 대상에 포함하는 방향으로 규정 개정을 검토했다. 방심위 내부의 ‘통신심의 제도 연구반’이 지난해부터 규정 개정을 논의하기 시작했다. 외부 전문가들로 꾸려진 올해 연구반의 1차 회의 자료엔 인터넷 신문이라는 용어를 신설하고 ‘언론중재법 적용 등 관련 심의대상 여부 명확화 검토’란 내용이 포함됐다.

방심위의 행보를 비판하던 야당도 총선을 앞두곤 크게 다르지 않은 행보를 보였다. 이날 통신소위에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피습 가짜뉴스 등에 대한 조선일보·문화일보 유튜브 영상 등 49건에 대해 시정요구를 전제로 한 의견진술을 의결됐다.

민원은 민주당 국민소통위원회가 제기했다. 국민소통위원회는 지난 1월17일 보도자료를 통해 조선일보 등 허위 사실을 유포한 유튜브 영상들에 대해 뉴스타파와 동일한 조항인 ‘사회적 혼란을 야기할 우려가 있는 내용’으로 심의 신청했다고 했다. 최민희 민주당 의원은 “스스로 자정할 수 없으면 법적 제재를 받아야 한다”고 했다.

민주당이 방심위에 심의를 신청한 <박은주·신동흔의 더잇슈> 지난 1월11일 방송분. 조선일보 유튜브 갈무리

민주당이 방심위에 심의를 신청한 <박은주·신동흔의 더잇슈> 지난 1월11일 방송분. 조선일보 유튜브 갈무리

전문가들 “심의의 법적 근거도 정당성도 부족”

전문가들은 방심위가 인터넷 언론을 제재하는 데에 법적 한계가 있다고 지적한다. 김성순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미디어언론위원장은 “심의 대상이 되기 위해선 인터넷 언론이 방통위와 방심위의 관할이라는 내용이 법에 명확히 있어야 한다”고 했다.

인터넷 언론은 신문법 등록사업자로 언론중재법에 따라 언론중재위원회(언중위)의 조치를 따른다. 방심위는 그간 정보통신망법에 따라 유통되고 있는 인터넷 게시물이나 동영상 중 불법 유해 정보만 심의했고, 인터넷 언론 보도 관련 민원이 접수되면 언중위로 보냈다.

방심위가 ‘가짜뉴스’나 ‘허위정보’를 판단할 법적 근거도 부족하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김 위원장은 “미네르바 사건 위헌 판정 이후로 허위정보를 심의할 수 있는 법적 근거도 없다”고 했다. 2010년 헌법재판소의 전기통신기본법 위헌 결정으로 명예훼손를 전제로 하지 않는 허위 정보를 처벌하거나 제재할 법 조항이 부재한다.

김서중 성공회대 미디어콘텐츠융합학부 교수는 “방심위는 법 테두리 내에서 권한을 행사하는 기구지 임의로 해석할 권한이 있는 조직이 아니”라며 “지난해 뉴스타파에 대해서도 (규정을) 확대해석해 심의했던 것”이라고 했다.

김 교수는 이어 “(방심위 심의에 대해) 힘을 잡은 정권이 자신들에게 불리한 기사를 억제하기 위한 문제로 다루고 자신들에게 유리할 땐 입을 닫는다”며 “공익과 표현의 자유를 위해 허위 조작 정보, 혐오 차별 콘텐츠 등을 어떻게 규제할 수 있을지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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