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지발행' 서울대 대학신문 편집장 "주간교수, 삼성 광고 따온 후 반올림 기사 누락"

이진주 기자
최예린 서울대 대학신문 편집장

최예린 서울대 대학신문 편집장

최예린 서울대 <대학신문> 편집장(23·정치외교학부)은 14일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해당 매체가 삼성 반도체 문제를 제기해온 시민단체 관련 기사의 누락한 것과 관련해 “주간교수가 삼성 측으로부터 광고를 따온 의혹이 있다”고 주장했다.

65년 역사의 서울대 학보인 <대학신문>이 창간 후 처음으로 1면 백지 발행을 해 논란이 되고 있다. 대학신문 학생기자단은 지난 13일 교내에 1면이 백지인 <대학신문> 호외를 배포했다. 호외 1면에는 ‘서울대 공식 언론인 <대학신문>은 전 주간 교수와 학교 당국의 편집권 침해에 항의해 1면을 백지로 발행합니다’라고 쓰여 있었다.

기자단은 호외 2면에 “지난해 1월 기자단은 기사 소재로 삼성 반도체 직업병 문제를 다뤄온 시민단체인 ‘반올림(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을 선정하고 취재 후 기사 작성까지 완료했지만 주간은 기사가 노동자 입장에서만 작성됐다며 게재를 불허했다”고 밝혔다. 또 “주간이‘학생총회, 본부점거’ 이슈를 축소하고 ‘개교 70주년 기념’ 이슈의 비중을 늘릴 것을 강요했다”고 주장했다.

기자단은 “지난해 10월 주간 사임과 편집권 보장을 위한 학보사칙 개정을 요구하는 항의서한을 학교 쪽에 보냈으나 발행인과 운영위원회는 4개월이 넘는 시간 동안 답변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지난 8일 교수들로 구성된 대학신문사 자문위원단은 학생 기자단에 “편집권은 누구에게도 귀속돼 있지 않으며 이를 알면서도 학생기자단이 편집권을 침해당했다고 주장하는 것은 명예훼손”이라는 내용의 의결서를 통보했다. 서울대 관계자는 “대학신문은 전 예산이 학생처에서 나오고 발행인이 총장으로 돼 있어 학생 신문이 아닌 학교 신문”이라고 말했다.

최 편집장의 주장을 들어왔다. 인터뷰는 14일 서울 관악구 캠퍼스에서 1시간 10분가량 진행됐다. 다음은 일문일답.

-13일자 대학신문 1면 백지 발행을 단행했다. 이유는 무엇인가.

“2016년 1월부터 편집권 침해라고 느끼는 사건들이 계속 일어났다. 불만과 의견들이 계속 생겼다. 2016년 10월17일자를 발행하는 과정에서 있었던 갈등 때문에 이제 더이상은 안되겠다, 항의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기자단이 논의를 거쳐 총장과 대학신문사 운영위 교수들에게 2016년 10월20일에 항의서한을 보냈다. 주간 교수 사임과 편집권 보장을 위한 학보사칙 개정을 요구했다. 그런데 항의서안을 보낸 지 4개월이 넘었는데도 의미있는 답변이 전혀 없었다. 그 과정에서 신문사가 파행적으로 운영이 되면서 백지 발행을 단행하게 됐다.”

-‘파행적인 운영’이란 무엇을 말하나.

“주간이 신문사를 압박하는 식으로 행동을 했다. 광고대행사 재계약을 해서 광고예산을 받아야 하는데 재계약 결제를 내려주지 않아 예산으로 기자단을 압박했다. 또 충원되어야 하는 인원이 있는데 그 인원을 충원하지 않았다. 그런 식이었다.”

-올해 예산이 지급되지 않았나.

“그렇다. 작년에 사용하고 남은 이월된 예산으로만 운영을 하고 있다. 근데 ‘위쪽’에서는 아직 회계통합처리가 안됐다는 등의 여러가지 이유를 대고 있다. 예산이 언제 지급될지 불투명하다는 얘기만 전달 받았다.”

-앞으로 신문 발행이 어렵겠다.

“이월된 예산으로는 3월까지 인쇄정도는 가능한 것으로 알고 있다. 그 다음부터는 인쇄가 불가능하다.”

-이번 백지 호외는 기자들이 비용을 냈나.

“졸업한 전직 기자부터 현직 기자까지 돈을 모아서 1만2000부를 찍었다. 인쇄된 신문도 기자단이 자체적으로 배포했다.”

-백지발행에 대한 기자단 내부의 반대는 없었나.

“처음에는 반대하는 학생도 있었다. 왜냐하면 2016년 1월부터 시작된 문제였고 당시 주축인 기자는 대부분 나갔다. 그 상황을 경험하지 못하고 최근 들어온 학생들은 취지에 공감을 못하는 경우도 있었다. 지속적으로 논의한 결과 백지 발행을 전원 찬성하게 됐다.”

-항의서한 보낸 뒤 학교 측 반응은 어땠나.

“4개월 동안 저희는 저희 요구사항에 대한 의미있는 답변을 받지 못했다. 그 과정에서 논의를 진행하는데 학생 기자단은 전혀 참여할 수 없었다. 대학신문 운영위원회 교수들끼리만 계속 논의한 것으로 알고 있다. 거기서 이뤄지는 논의사항이 뭔지도 저희는 알수 없었다.”

-교수들로 구성된 운영위와 자문단의 입장은 파악되나.

“항의서한 이후 계속 입장을 요구하니까 운영위원회와 자문위원단으로부터 입장서를 받기는 했다. 그런데 항의하고 요구한 사항에 대한 입장이 아니다. 항의서한을 보낸 절차적인 문제와 태도상의 문제가 있다고 이야기하면서 기자단을 질책했다. 오히려 기자단의 사과를 요구하는 입장서를 받았다. 그래서 이 상태로는 더이상 논의가 진전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운영위와 자문단의 입장은 학생들에 대한 사과 요구인가.

“그렇다. 저희가 항의서한을 보낸 것에 절차적인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런 항의서한을 총장이나 운영위에 보내기 전에 주간교수나 자문위원과 내부적으로 얘기를 해보는 게 필요하지 않았겠느냐는 것이다. 왜 내부적인 해결을 시도하지 않고 총장이나 운영위에 직통으로 항의서한을 보냈느냐는 것이다.”

-그것 뿐인가.

“이것 말고도 주간교수는 저희가 편집권 침해에 항의 한 걸 본인의 명예를 훼손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주간교수는 ‘편집권 침해가 없었는데도 이런 식으로 사실을 호도하고 왜곡하고 있는 것이 나에 대한 심각한 명예훼손이다. 그러니까 사과를 하라’는 입장이다. 자문단과 운영위도 저희에게 사과를 요구했다.”

-전 주간교수의 편집권 침해 문제는 언제부터라고 보나.

“2015년 2학기에 부임한 후 지난해까지 주간교수를 맡았다. 그 사이 전임 편집장들과도 갈등이 많았다. ‘삼성 반도체 반올림’ 기사가 누락된 것도 과거 편집장 시절이었다. 기사작성 조건으로 한 사업체결 건도 과거부터 쭉 이어졌다.”

-2016년 1월 취재한 ‘삼성 반도체 반올림’ 기사는 왜 게재돼지 못했나.

“주간교수가 삼성 측으로부터 광고를 따온 의혹이 있다. 신문광고는 아니고 신문사 공식 홈페이지에 배너로 다는 광고다. 그런데 당시 ‘반올림’ 기사를 불허한 뒤 간사실에서 들은 것인데 주간교수께서 간사실에 가서 ‘삼성으로부터 경비 받은 것을 기자단에게 얘기하지 마라’는 말을 들었다.”

-삼성에서 광고를 받는 것 자체가 문제는 아니지 않나.

“삼성광고 게재 방식이 배너가 홈페이지에 상시적으로 올라가 있었던 것도 아니라고 알고 있다. 배너를 한달에 한번씩 홈페이지에 올렸다가 그걸 화면캡처해서 삼성 측 직원에 보내고 주간교수한테 보내고 바로 배너를 내리는 방식으로 했다. 주간교수가 당시 부편집장에게 이 업무를 맡겼고 2016년 1월부터 12월까지 그렇게 했다. 왜 이런 방식의 광고를 채택하느냐고 물으니 주간교수가 경위서를 통해 해명한 것이 자신의 개인 인맥으로 광고를 가져 온 것인데 이걸 상시적으로 게재하면 다른 학보사에서도 삼성에 광고 요청을 할 수 있으니 다른 사람 몰래 광고를 실은 것이라고 말했다.”

-편집권 침해 외에는 문제가 없었나.

“주간교수의 운영방식에 대한 불만에는 2016년 여름 간사 한명이 일방적 해고통보를 당한 일도 포함된다. 간사는 편집회의에 참여해서 소재를 검토하고 기사방향을 조언하는 역할을 한다. 보통 대학원생이 한다. 통상 2년간 근무하는데 이 분이 1년 근무 후 주간교수가 재임용을 거부한다고 일방적으로 해고 통지했다.”

-간사 재임용 거부의 이유는.

“이례적인 상황이라 주간교수한테 물어보니 납득할만한 이유를 말씀하지 않으셨다. 그 간사도 항의하는 내용의 서안을 여러 곳에 보내고 퇴임기자들에게도 도움을 요청했지만 정확한 재임용 거부 이유를 듣지 못한 채 해고됐다.”

-그 주간교수의 현재 입장은 파악되고 있나.

“올해는 학부생 수업을 열지 않고 대학원 수업만 하나 열어둔 상태로 알고 있다. 전임 주간교수는 학내 기관인 인권센터에 기자단을 신고했다. 편집권 침해 항의가 자신에 대한 심각한 명예훼손이라며 인권센터에 신고했다. 앞으로 인권센터에서 절차 밟아 처리 하겠다고 했다.”

-다음주부터는 정상발행인가.

“계속 기자단 내부에서 얘기하고 있고 주간과 운영위와도 얘기를 하려고 하는 중이다. 일단 정상적인 발행은 안될거 같다.”

-‘대학신문은 학생 신문이 아닌 학교 신문’이라는 것이 서울대 입장이다.

“대학신문이 자치언론이 아니기 때문에 교수진, 대학원생 간사, 학생 기자단이 함께 만드는 신문이란 정신에 동의한다.그러나 전 주간교수가 그런 정신을 훼손했다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중요한건 기사쓰는 주체는 학생 기자단이고 그 과정에서 의견을 내고 다른 시각 내고 조언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기자 본인의 의사에 반하는 조언과 방향 수정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인터뷰 이틀후인 16일 최 편집장으로부터 운영위원회의 입장을 전해 들을 수 있었다. 최 편집장은 “새로 부임하신 주간교수를 통해 운영위 입장을 오늘 전달 받았다”며 “운영위는 ‘편집권 침해는 인정할 수 없다’는 원래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운영위는 ‘주간단 학생 기자단간의 상호 신뢰와 협의를 바탕으로 편집권을 운영한다는 전제하에 주간단과 학생기자단의 편집권 운영에 대한 학보사칙 개정 논의를 시작할 수 있다’고 전달해 왔다”며 “여기에는 문제점을 인지하고 어떤 방향으로 개정하겠다는 얘기가 전혀 없다. 이 상태에서 논의가 시작되면 또 다시 기자단과 운영위의 갈등이 시작될 뿐”이라고 주장했다.

최 편집장은 이어 “현 주간교수께서 ‘전 주간교수가 있을 때 업무 처리가 제대로 안 되서 예산이 늦어진거 같다. 상황을 파악하고 정리하면 괜찮아질 것’이라고 말씀 하셨지만 2017년도 예산은 아직 안들어왔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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